2013년 이후 - 희망코리아 가는 길
어디쯤 와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응답
이 책은 토크빌 이래 정치의 핵심 화두인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응답이다. 동시에 “원인과 결과, 주된 원인과 부차적 원인 등이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가운데서 문제 해결의 중심고리와 급소”에 대한 통찰이다. 그 핵심 방법론은 크게 보고 세밀하게 살피는 ‘大觀小察’과 ‘실사구시’이다. 그래서 인용하는 통계가 정말 많다. 현실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도 여럿 있다. ‘공평’, ‘사회적 유인체계’, ‘가치생태계’, ‘이중 왜곡사회’, ‘화전민’, ‘앙시앵 레짐’, ‘1950년대의 화석과 1980년대의 화석’, ‘공진현상’ 등이 그것이다. 또한 사고의 시공간이 특별히 큰 역사가의 눈으로 1987년 이후 25년을 성찰하면서, 우리가 당연시해 온 많은 것들, 즉 철학, 가치, 제도, 이념 등을 ‘앙시앵 레짐’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엄청난 격론을 촉발할 소지가 있다.
원래 당대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일정한 역사적 거리와 (그 시대의 어떤 요구에 화답하는) 독특한 관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저자는 여러 경계를 넘나들면서 양쪽을 객관적으로 살필 기회가 많아서인지, 바닥현실과 속살을 많이 살펴 시대의 요구를 예리하게 포착해서인지 몰라도, 시간을 껑충 뛰어 역사적 거리 두기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독특한 관점도 있다. 책의 행간마다 담론 생산자로서는 특이한 경력인 이공계 운동권 출신으로 노동현장, 산업현장, 정치현장(정치 콘텐츠 생산업)을 거친 사람의 경험, 성찰, 사고방식이 진하게 묻어난다.2013년 이후 대한민국과 코리아의 제도적․이념적 기본 설계도
이 책은 ‘나라의 길’과 ‘진보의 혁신’을 화두로 잡고 10여 년에 걸쳐 6권의 저서를 낸 저자의 7번째 저작으로, 개인적으로는 지적 모색의 총화 내지 최고봉인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저자가 연구실에 혼자 앉아 책과 자료를 뒤져서 쓴 것이 아니라, 코리아포럼, 사회디자인연구소, 공평사회포럼 등에서 이루어진, 강단(이론)과 현장(실물) 전문가들의 수백 차례에 걸친 집단적 토론의 총결산이기에 더욱 무게감이 있다.
저자는 지금 한국의 정치․사회발전을 위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대관소찰과 산업현장 등의 경험, 지혜를 종합한 질 높은 정치 콘텐츠”와 “이를 법안과 운동으로 구현하는 진정한 정치가와 경세가”라고 강조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유효기간이 다한 진보의 철학, 가치, 비전을 해체․재구성하여 국민들로부터 두터운 지지와 신뢰를 받는 정치․사회세력으로 거듭나게 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 들면 좀체 안 바뀌는, 그것도 분단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신화를 창조한 경험에 뿌리박은 사고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려다 보니, 한 줄 한 줄이 시를 쓰는 것만큼이나 많은 고민을 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3부 총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는 현재의 정치․경제․사회시스템(1953년 체제와 1987년 체제)이 초기의 건강성을 잃고, 이제는 청년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최악의 체제, 즉 앙시앵 레짐이 되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제2부 “거대한 착각”은 진보진영에게 널리 퍼진 관념(신자유주의 프레임)과 경향성에 대한 비판이다. 제3부 “희망 코리아의 비전”은 일자리, 복지, 교육, 조세재정, 정치개혁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다. 2013년 이후 대한민국과 코리아의 제도적․이념적 기본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보석 같은 통찰과 논쟁을 발화시킬 폭탄이 지천으로 널린 책
서문과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44개의 절에는 만만찮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보석 같기도 하고, 폭탄 같기도 한 통찰과 제안이 즐비하다. 깊이 음미할 탁견과 논쟁해 보고 싶은 대목에 대해 붉은 줄을 긋는다면, 페이지가 온통 붉게 변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지금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한다. “지금 시대는 1987~88년의 국가 주요 질서에 대한 거친 수술과 1997년 이후 몇 년간의 시장경제에 대한 거친 수술의 후유증이 악조합되어 합병증이 극도로 심화된 상태이다. 이 합병증은 단지 진보와 보수 정치세력의 수술(개혁), 수습 미숙 탓만은 아니다. 급격한 세계화, 지식정보화, 중국의 세계의 공장화, 분단체제의 재편 실패 등이 가세하면서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조응하여 시스템을 제대로 바꾸지 못하는 남과 북,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정책적 무능이 자리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그 전 10~20년 동안 행해진 거친 대수술의 깊고 다양한 후유증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치유하지도 못하였다. 양극화와 불공정의 원천인 강고한 진보와 보수의 기득권 구조를 거의 바로잡지 못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한술 더 떠 남북관계, 민주주의, 중소기업 활성화 등에서 완전히 역주행하면서 모든 것을 더 악화시켜 버렸다.”(2부 5장 2절) 1987년 체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1953년 체제(분단체제)와 더불어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규율하는 1987년 체제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987년 체제는 결선투표 없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핵심으로 한 헌법개정, 소선거구제 상대다수득표제를 채택한 1988년의 선거법, 영호남 지역주의에 뿌리박은 정치적 대립구도, 억눌린 내 권리 찾기와 빼앗긴 내 몫 찾기가 곧 사회정의라는 믿음을 기저에 깔고 있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 그리고 외환위기와 김대중 정부의 4대(기업, 금융, 공공, 노동)개혁 및 복지개혁이 얽히고설켜서 만들어진 질서이다.” 저자는 1987년 체제를 정치적 교착・무능 체제이자, 정치집단의 비전과 실력 부재로 인해 결과적으로 보수․진보 기득권의 담합 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1987년 체제는 양김씨 및 재야민주화 세력과 군부권위주의 집권세력 간의 정치적 대타협에 의해 탄생했다. 그 핵심은 대통령이나 다수당이 전횡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권능을 약화시키고 국회의 권능을 강화하였다. (중략) 1987년 체제는 정치세력들이 대승적 견지에서 타협․절충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치적 교착 체제이자, 정치적 무능을 구조화한 체제라고 할 수도 있다.” “1987년 체제는......군부 독재세력과 3김씨, 민주․노동세력 등의 불가피한 타협으로 인해 공공(정치)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체제이다. 그런데 그 중심세력들이 국가비전(경제사회 모델)도 취약했고, 국가를 책임질 주인(중심) 형성 문제에도 깊이 천착하지 않다 보니 시간이 가면서 그 그늘이 짙게 드리울 수밖에 없었다.(중략) 노태우의 말대로 민주화가 개인과 집단의 욕구분출을 의미한다면, 아무래도 힘센 개인과 집단이 더 많은 욕구를 분출하고 더 많이 실현하게 되어 있다. 자신의 욕구를 좇아 각개 약진하는 존재들, 즉 재벌, 관료․공무원, 토건회사, 전문직능, 노조 등은 강한 국가나 정치에 의해 제어되든지, 경쟁자나 소비자에 의해 제어되든지, 하다못해 사회적 책임의식에 의해 제어되지 않으면 가치생산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안철수가 우려한 한국 IT생태계의 ‘삼성․LG동물원’화가 바로 그런 현상이다. 사실 법원, 검찰을 포함한 관료사회의 전관예우 현상도, 전현직 관료(부처) 커뮤니티가 민간업자들과 결탁하여 일종의 ‘마피아’처럼 되는 것도, 대․공기업 조직노동의 일자리가 대물림하고 싶을 정도로 엄청 좋은 일자리가 되어 버린 것도, 국가의 규제(면허증 발급 수, 독점적 권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부 전문직능이 청년인재의 블랙홀처럼 되어 버린 것도, 국토계획이나 도시계획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것도,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인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이익의 환수 메커니즘이 지극히 허술한 것도 하나같이 취약한 정치와 공공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가치․자원분배의 균형을 깊이 의식하지 않은 1987년 체제의 모순은 이익집단들의 권리․몫 찾기 투쟁이 이미 사회적 강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전개되면서 점점 극심해진다.(중략) (1987년 체제의 짙은 그늘에도 불구하고) 극복 문제가 깊이 고민되지 않는 것은 우리 시대 정치와 지식사회의 혼미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1부 4장)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을 보수와 진보의 담합에 의해 청년과 비기득권자에게 최악의 체제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GDP에서 차지하는 복지지출이 너무 적고, 평균 근로시간이 길다”는 사실만큼이나 명백한 모순부조리가 수두룩하지만, 진보와 보수의 기득권자들은 이를 철저히 외면한다. 단적으로 각국의 생산력(1인당 평균 GDP)을 기준으로 각 부문, 직능이 누리는 근로조건과 그 상대적 격차를 살펴보면 한국은 합리성이 너무 없다. 근로조건과 격차가 노동의 양, 질이 아니라 노동의 힘(파괴력)과 수익에 비례한다. 경제활동인구(2,500만 명)의 10~20%가 붙어 있는 대기업, 공공부문, 전문직 등이 사는 ‘귀족’(城안) 노동시장과 나머지가 사는 ‘평민’(城밖=외부) 노동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 은행, 공공부문, ‘士’자 직업, 대기업 조직노동 등 힘 있는 쪽은 너무 과보호되고, 경쟁도 적고, 기여(노동의 양, 질)에 비해 처우수준도 높고, 고용도 경직되어 있지만, 힘없는 쪽은 그 반대다. 성밖에서 성안으로 들어가는 사다리가 교육시험 사다리 외에는 거의 끊어져 있다. 청년세대는 성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너무 적고, 중장년세대는 성밖으로 한번 밀려나면 재진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처럼 여겨진다. 해고비용이 워낙 크기에 기업은 기존 고용의 유지에 진력하면서 신규채용은 가뭄에 콩 나듯이 한다.
그래서 외부노동시장보다 처우수준이 매우 높은 곳은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을 넘어 50세로 접근한다. 잘나가가는 곳의 추가고용 수요를 기득권 노동의 연장근로, 휴일근로로 처리한다. 당연히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못하였다. 임금근로자가 되고 싶은데, 못 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는 낮은 고용율과 임금근로자 비율로 나타난다. 요컨대 성밖도 비정상, 성안도 비정상이지만 진보도 보수도 이런 개념이 없다. 공히 구부러진 동전의 볼록한 면(불합리한 기득권과 게임규칙)은 그대로 두고, 오목한 면만 펴려고 한다. 낮은 고용률 및 임금근로자 비율, 과도할 뿐 아니라 불합리한 격차, 낮은 복지지출 등으로 집약되는 오목한 면에 대해서는 진보는 노동계급의 힘과 복지지출의 문제로 보고, 보수는 투자, 수출, 성장의 문제로 본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다. 이렇게 하여 진보와 보수가 합작하여 만든 청년과 비기득권자에게 최악의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1부 2장) “지금 한국은 보수 정치집단, 매체, 논객과 그 수혜집단(재벌, 부동산 부자 등)이 1계급이라면, 이들의 대항마로 행세하는 진보 정치집단과 그 수혜집단이 2계급이나 다름이 없다. 운 나쁘게 3계급이 된 청년세대와 비기득권층은 이들 보수․진보 주류 기득권의 담합으로 인해 극심한 기회 부족과 불공정, 불공평에 신음하고 있다.”(1부 1장) 진보 진영에게 매우 불편한 얘기
저자는 연대, 연합, 통합을 통한 정권 탈환에 여념이 없는 진보진영에게 불편한 얘기를 쏟아 놓는다. “지금 대한민국이 겪는 갈등과 고통은 보수나 진보가 정권을 오래 못 잡아서가 아니다. 좌클릭이나 우클릭 혹은 친자본(시장)이나 친노동을 확실하게 하지 못해서도, 대통령 한 명을 잘못 뽑아서도 아니다.(중략) 문제의 핵심은 양극화, 민생불안, 절망과 불신 등은 엄청나게 강력한 확대재생산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집단의 지적 수준과 마음가짐(영적 수준), 국가경영 실력은 형편없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국가시스템과 정치리더십, 이념으로는 중국과 북한(급변사태), 자연환경의 도전을 이겨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평화, 복지를 이룰 것 같지가 않다.”(서문) 한미FTA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공히 비판적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한미FTA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구태정치의 전형이다. 민주당은 실사구시적 태도와 중소기업 및 국리민복의 관점을 견지하면서 ‘위기 최소화, 기회 최대화’를 선도하는 신뢰할 수 있는 ‘집권세력’의 풍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나라당 역시 ‘위기 극소화, 기회 극대화’의 관점에서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하지도 못했고, 예상되는 피해대책도 차분히 마련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다수당이자 집권세력으로서 인내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강행 처리해 버렸다.”(2부 9장 3절) 안철수 현상은 왜 일어났는가?
저자는 안철수 현상을 2011년 7월 초 일어난, 39층 테크노마트를 흔들리게 만든 공진현상과 흡사하다고 하면서, 안철수가 발산한 공진주파수를 ‘시장 사다리’의 복원 내지 ‘산업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한다. “사전에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안철수 현상은 종종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공진(共振)현상과 닮았다. 공진현상은 물체의 고유진동수(固有振動, proper vibration)와 외부에서 가해지는 진동수가 일치할 때 일어난다.(중략) 2011년 7월 초 서울의 39층짜리 테크노마트 건물 전체를 10분 동안 흔들어 댄 것도 지진이나 강풍이 아니라 12층 피트니스 센터의 20여 명의 집단 뜀뛰기 운동(‘태보’운동)이었다. 이처럼 안철수 현상은 국민들이 절실히 열망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가치―고유진동수―와 안철수가 발산한 은은한 매력이 완벽히 일치하면서 일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 매력은 성공한 벤처 창업자, 유능한 경영자,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의식하는 기업인, 반듯한 생각과 행동, 청년층의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과 적극적 소통, 부드러움과 정당한 분노 등일 것이다. 이 매력의 핵심은 아마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시장 사다리’의 복원 가능성을 안철수가 인생을 통해서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물질적․문화적 생산력의 체현자라는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1부 2장 2절) 왜 2013년 체제인가?
저자는 총・대선이 있는 해인 2012년이 아닌, 2013년을 역사의 분수령으로 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향후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을 끌어 갈 신질서가 탄생한다면, 2012년 이후 수십 년 동안 유지될 정치사회 체제는 2012년 체제로 불려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중략) 2012년 총․대선이 역사의 분수령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국민들은 안철수 현상을 통해 현재의 정치적 대립구도, 이념, 리더십 등 정치질서 전체를 일종의 앙시앵 레짐으로 간주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 염원을 받아 안아 선거로, 정책논쟁으로, 시민운동 등으로 이를 구현하여, 새로운 질서를 건설할 정치적․사회적 역량은 태부족이다. 주인(민심)은 뭔가 혁명적 변화를 원하지만, 이미 실력이 검증된, 낙제점을 받은 대리인들이 두 패로 나뉘어 과거에 대한 성찰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내팽개쳐 놓고, 단지 국회 의석과 대통령 자리만을 놓고 다투는 비극적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꼴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의 수명이 다한 낡은 질서를 바꾸는 큰 힘은 2013년 혹은 2014년에 있을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역사적 합의에서 올지도 모른다. 백낙청 선생은 애초부터 이런 가능성을 높게 보고 2013년 체제라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그 못지않게 지금 꿈틀대는 청년과 비기득권층의 앙시앵 레짐에 대한 분노와 혁파의 의지가 2012년에 약한 지진을 일으킨 후, 2013년 이후 점점 더 강한 지진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적으로 2013년에 설사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수명이 다한 헌법, 선거법만 개정되어도 2013년 체제는 시대의 이정표나 역사의 분수령으로 삼을 만할 것이다. 그것이 수많은 변화를 연쇄적으로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 2013년 체제라는 조어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1부 1장) 2013년 체제의 핵심 가치
저자는 “2013년 체제가 우선시해야 할 가치는 1987년 체제가 경시하거나 간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가치 내지 과제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단체제의 재구성, 고용률과 임금근로자 비율의 제고, 우리의 생산력수준(1인당GDP)에 맞고 노동의 양과 질에도 상응하는 보상체계 구축, 조세․재정․복지를 통한 재분배와 더불어 노동 간 재분배(연대임금제, 중향평준화), 유연안정 시스템 구축, 기업의 국내투자 및 고용에 대한 공포 저감, 청년인재의 흐름 건전화, 수출 및 매출의 국내고용과 부가가치 유발효과의 제고, 금융시스템의 선진화, 부동산 불로소득 최소화, 중국발 구조조정 압력에 대한 대응, 기후변화와 에너지자원 위기 시대에 대한 대비 등.”(3부 14장 2절) 그러면서 향후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의 실력, 즉 국정현안을 잘 처리할 수 있는 국가경영 능력”과 “관료 및 이익집단으로부터의 강건성”이라고 한다. “이는 독재의 위협 앞에 굴하지 않고 신념과 양심을 지켜 낸 민주투사의 덕목과는 다른 것이다. 또한 탈권위, 서민성, 소신과 원칙(지역주의, 기회주의 반대), 도덕적 신뢰로 집약할 수 있는 노무현적 덕목과도 다른 것이다. 또한 저돌적 추진력으로 집약되는 이명박적 덕목과도 전혀 다른 덕목이다.(중략) 2013년 체제는 정치집단으로 하여금 국가경영에서 덕장(德將)이나 용장(勇將)이 아니라 지장(智將)이 될 것을 요구한다.(중략) 국가경영에 관한 한 잘 훈련된 엘리트적인 면모를 보일 것을 요구한다.(중략) 2013년 체제의 핵심 정신은 정의(공평, 복지, 강건)와 실력(정치적․정책적 유능)이다.”(3부 14장 2절) 왜 유독 한국만 고통과 갈등이 극심할까?
저자는 양극화와 민생불안에 대해서도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 지식정보화, 민주화, 자유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이들 나라가 받는 충격은 비슷할 텐데, 왜 유독 한국만 이렇게 고통과 갈등이 극심할까? 미국과 FTA를 하는 나라가 한국 외에도 많은데, 왜 한국만 이렇게 극심한 내홍을 겪는 걸까?(중략) 요컨대 다른 나라(선진국과 중국 인접국)와 무엇이 다른지, 과거 한국과 지금 한국은 어떻게 다른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공계적 기질을 발휘하여, 1부 3장에서 산업연관표와 2,500만 경제활동인구를 정밀 분석하여 한국사회의 물질적 재생산구조의 핵심적 특성을 ‘고단한 산업구조’와 ‘양반․상놈으로 나누어진 고용구조’로 집약하였다. 이것이 ‘양극화, 민생불안, 절망과 불신 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핵심구조’라는 것이다. “산업연관표에서 나타났듯이, 한국은 세계 최상위권이 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제조업=수출산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이는 제조업이 세계화, 자유화, 중국의 부상이 제공한 거대한 기회를 잡아 일취월장하고, 다른 부문은 상대적으로 굼뜨게 발전하기 때문일 텐데, 문제는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고 해서 제조업 발전을 내리 누를 수도 없고, 눌러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중략) 한국은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과 상품을 싸게 빨리 만들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파는 방식으로 산업화를 이루었기에, 수출은 아무래도 거대한 생산능력과 판매망, 마케팅 능력을 갖춘 재벌대기업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대체로 수요를 독점하기에 하청협력업체나 언론에 대한 지배력이 강하기 마련이다. 이는 주요 언론들의 광고 의존도가 높고 언론시장이 콘텐츠 외적인 것으로 경쟁하는 구도이다 보니 더욱 악화되었다.
재벌대기업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는 허술한 내부 감시․견제시스템과 외부(공정거래위, 언론, 소비자단체 등) 감시․견제시스템의 방조 하에 문어발식 확장, 내부자거래, 가혹한 부품가 인하, 중소기업의 기술․인재 약탈 사태를 초래하였다. 게다가 한국은 금융의 핵심인 은행이 안정성에 치중한 나머지 벤처중소기업 육성에 매우 인색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 공공부문, 전문직능과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벤처중소기업 사활의 관건인 핵심인재를 중소기업이 오래 보유하기가 쉽지 않았다.(중략) 노조운동도, 진보 정치운동도 공히 양극화와 민생불안을 완화하거나 극복할 현대적 사상 내지 국가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노조는 수익성과 교섭력이 허용하면 신의 직장을 만드는 쪽으로 일로 매진하였다. 당연히 재벌대기업은 매출은 늘리되 직영인력은 늘리지 않는 방식의 생산성향상에 매진하였다. 인력보다는 설비, 장비를 너무 많이 쓰고, 공정분할을 통한 외주하청화에 적극 나서고, 생산기반 역시 너무 빠른 속도로 세계화(글로벌 소싱)하여 국내 산업연관관계를 매우 약화시켰다. 한편 공무원, 공기업 등 공공부문은…… 근로조건을 노동시장의 최상층에 속하는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개선하다 보니, 완전히 귀족시장으로 들어가 버렸다.(중략) 한국은 세계화, 지식정보화, 중국의 부상 등으로 인한 충격을 힘 있는 ‘갑’들, 즉 재벌대기업 내지 수요독점의 원청대기업, 공공부문, 전문직(자격증) 등은 너무 적게 부담하고, 대체로 힘없는 ‘을’들이 거의 전담한다.”(2부 6장 3절) 비전 2030, 뉴 민주당 플랜, 뉴 비전에 대한 분석 비판 위에 선 대안
이 책은 제3부에서 참여정부의 ‘비전 2030’ ‘뉴 민주당 플랜’과 2011년 7월에 나온 한나라당의 ‘뉴 비전’에 대한 상세한 분석, 평가 위에서 대안을 제시하였다. 한국사회 최고 최대의 난제인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주장을 한다. 저자는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타도해야 할 지적 앙시앵레짐이라고 규정하면서 “고용률 70%, 청년고용률 40, 임금근로자 비율 85%, P90/10 3.5배 이내”라는 목표의 전환을 제시한다. 또한 ‘2013년 체제’의 일자리 창출의 방향의 대강을 밝혔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장과 국가, 사회를 관통하는 사회적 동기부여(유인) 체계(incentive-penalty system)를 바로 세워 자본, 노동, 인재, 금융 등 자원들이 위험(risk)과 보상(return)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주체별 자산소유 구조, 노동소득분배율 등 GDP 분배구조, 1인당GDP의 배수로 환산한 부문․직업별 평균임금 수준, 각종 양극화 지표(P90/50, P50/10, 지니계수 등) 등을 종합하면, 한국의 힘 있는 존재들이 너무 많은 몫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자본 간 재분배와 노동 간 분배 둘 다가 필요하다. 물론 자본과 노동 간 분배구조(노동소득분배율) 개선도 필요하다.(중략) 자본 간 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를 정착시키고,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 순조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금융시스템, 조달시스템 등을 합리화해야 하고, 창업과 창직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노동 간 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대임금제, 직무․직능급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와 파트타임 고용 활성화, 사회임금 상향, 최저임금 상향 및 근로장려세제 강화, 비정규직법 개정(사용기간 제한 철폐, 차별시정 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3부 11장 3절) 보편주의 vs 선별주의는 엉뚱한 전선
복지문제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주장이 한 둘이 아니다. 예컨대 저자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대립시키는 것을 거부한다. “복지프로그램 전체를 놓고 보면, 보편주의․선별주의의 전선은 ‘지금’ ‘한국’의 복지국가 논쟁에서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보편주의를) 진보의 대표상품으로 삼기에는 너무 옹색하다. 복지 영역에 국한해서 봐도 그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다.(중략) 지금 한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복지프로그램별 우선순위, 혜택의 대상(보편, 선별), 급여 두께, 재원대책과 로드맵이다. 선별주의와 보편주의는 혜택의 범위(대상), 두께, 여론, 정치적 판단을 종합하여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으로 결코 이념화․교조화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진보는 보편주의를 신앙처럼 만들었고, 오세훈 전 시장은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하면서 선별주의를 신앙으로 만들었다.”(3부 12장 3절) 또한 현역 사병들의 보수를 대폭 올려 21개월 복무 후 제대 시에 대략 1,200만원(교육 바우처 형태라도)을 지급하는 정책이 반값등록금 정책보다 훨씬 정의롭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모순부조리의 킹핀
책의 맨 뒷부분에는 격렬한 논란이 예상되는 모순부조리의 킹핀들이 죽 나열되어 있다. “(하나를 쓰러뜨리면 나머지 10개가 다 쓰러지는 볼링의 5번 핀 같은 존재인) 킹핀은 문제의 연관구조 전체를 파악하여, 문제를 단순화해야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분절적․일면적 인식이 구조화되어 있고, 과도한 공포와 엉뚱한 증오 등에 의해 눈과 귀가 자주 흐려지는 한국사회에서 이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문제의 복잡한 연관구조와 힘을 집중할 ‘킹핀’이 무엇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할지, 어떻게 대중을 ‘공진’시킬 수 있는지 등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지적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3부 16장) 저자는 다양한 분야(문제)의 킹핀을 제시하였다. 예컨대 알 권리, 말할 자유를 막고, 정치 기득권을 과보호하는 선거법이 안고 있는 모순부조리의 킹핀은 ‘선거운동 기간제한’을 폐지하는 것이란다. 사법개혁의 킹핀은 ‘지검장 직선제를 통한 지검끼리의 견제’이며, 전력 대란 및 녹색산업 부흥의 킹핀은 ‘전기요금 현실화’(환경세 부과)이며, 부동산문제의 킹핀은 정책의 기초인 ‘부동산 관련 통계’를 내실 있게 갖추는 것이란다. 물론 킹핀 중의 킹핀은 정치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남한 국민과 북한 인민이 겪고 있는 수많은 고통과 불만의 대부분은 나쁜 정치 혹은 부실한 정치에서 온다. 부실한 정치를 혁파하는 정치혁명이 젊은 코리아, 희망 코리아, 행복 코리아의 킹핀이다.” 정치 콘텐츠 생산 시스템의 부재가 국가적 위기
정치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킹핀으로 헌법(대통령 연임제) 및 선거제도(결선투표제) 개혁과 국회의원 정수 500명으로의 증원을 포함한 선출직, 정무직의 확대․강화를 제시한다. 저자는 “지금 한국은 대통령(후보), 국회의원(후보), 정당의 지도부(후보) 등 핵심 정치인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면서, 이것이 심각한 국가적 위기라고 말한다. “정치 콘텐츠는 개인적 연구와 고민, 집단적 토론, 현장 확인 등을 통한 오랜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나중에 전문가나 경세가에게서 빌려 쓸 수 없는 것이다. 정치 콘텐츠는 정치가의 영혼이다. 건강과 영혼은 원래 빌릴 수 없는 것이다. 영혼을 빌리려는 사람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사회를 위하는 것이다.” 총 16장, 44개 절, 수백 개의 소항목마다, 아니, 544쪽에 이르는 페이지마다 깊이 음미할 만한 통찰과 논쟁할 만한 정책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2012년은 물론이고, 2013년, 2014년, 2015년에도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이다. 한국정치와 지식사회의 키를 한 뼘은 키울 역작이다.
김대호 196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진주고를 거쳐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다. 뒤틀린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워 보겠다던 청년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고, 노동현장, 산업현장, 정치현장 경험을 녹여 내 ‘나라의 길’을 주제로 저술 활동을 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사회평론, 2001), <한 386의 사상혁명>(시대정신, 2004), <진보와 보수를 넘어>(백산서당, 2007), <노무현 이후-새 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한걸음더, 2009) 등이 있다. 현재 사)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이거리를 바꾸자(fixmystreet.kr) 공동대표, 사)인천광역시도서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박영진열사추모사업회 간사, 단결의길 편집장,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차장, 인천광역시장(송영길) 경제사회특보를 역임했다.
에필로그 이 책의 두께와 주제의 광범위함에 놀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우리 시대의 주요한 쟁점 사안과 주류 정치집단이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은 정책 현안에 대해 최대한 응답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다 보니 코리아의 명운을 좌우하지만, 진보진영에서 쟁점은 비교적 적은 외교․안보․통일문제와 부동산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낸 것은 내 주장이 유일하게 올바른 노선이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종합적 통찰이 너무 빈곤한 한국의 정치와 지식사회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디딤돌이나마 필요한 것 같아서였다. 정부 부처와 국회 상임위는 수많은 현안을 다루고 있겠지만, 지난 몇 년간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 정치적․정책적 쟁점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것이다. 용산참사,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파동, 방송법(종편) 관련 국회 파행, 무상급식 파동,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와 희망버스 관련 갈등, 한미FTA 관련 국회 파행 등. 역사가 전진하려면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갈등은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대립, 갈등에서 무슨 생산적․미래적 요소가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이 대립, 갈등 사안들이 야당 측의 주장대로 (해결)된다 하더라도 5대 불안(보육․교육, 일자리, 주거, 건강, 노후)과 평화․통일, 지속가능성(환경․생태) 문제 등으로 집약되는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가 얼마나 완화될지는 정녕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지금 형성된 쟁점들은 한국의 정치와 지식사회의 혼미의 징표가 아닌가 한다. 가만히 보면 지금 한국은 대통령(후보), 국회의원(후보), 정당의 지도부(후보) 등 핵심 정치인의 눈높이에 맞춰 정치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이것은 여간 심각한 국가적 위기가 아니다. 정치 콘텐츠는 각 분야의 전문가, 학자 수십 명을 모아 그들의 정책적 정수를 뽑아 (한나라당 ‘뉴 비전’ 같은) 자료집을 만들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는 배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집은 건축자재와 기능공만으로는 지어지지 않는다. 초막이라면 몰라도 번듯한 집은 개별 자재의 특성과 쓰임새를 알고, 사양(스펙)을 정하는 설계자의 설계가 있어야 지어진다. 건축 자재상과 기능공이 추천하는 최고급 자재와 유행하는 디자인을 다 가져와서 조립한다고 해서 멋진 집이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에서 부족한 것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대관소찰과 산업현장 등의 경험, 지혜를 종합한 질 높은 정치 콘텐츠다. 또한 이를 법안과 운동으로 구현하는 진정한 정치가와 경세가이다. 진정한 정치 콘텐츠는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통찰하고, 그 위에서 복잡한 모순부조리 구조를 파악하여 문제 해결의 킹핀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여기에 누군가가 정치생명을 걸고, 끈기 있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역사를 진전시키는 정치 콘텐츠는 거의 예외 없이 정치생명을 끊어 버리겠다며 분노한 반대자들을 만나게 되어 있다. 방향이 있고 동력이 있는 배는 물살의 저항을 받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하는 사안 혹은 정치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사안은 남에게 의존하지도 않고, 의존해서도 안 된다. 자기 확신 없이는 정치생명을 걸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 콘텐츠는 개인적 연구와 고민, 집단적 토론, 현장 확인 등을 통한 오랜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나중에 전문가나 경세가에게서 빌려 쓸 수 없는 것이다. 정치 콘텐츠는 정치가의 영혼이다. 건강과 영혼은 원래 빌릴 수 없는 것이다. 영혼을 빌리려는 사람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사회를 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연구실에 홀로 앉아 책과 자료 보고 쓴 것이 아니다. 그렇게 써서는 안 되는 책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내가 참여한 몇 개의 포럼, 결사, 조직에서 있었던 수백 차례 토론의 결과물이다. 아무래도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토론은 2006년 출범하여 주식회사, 임의단체, 사단법인으로 성격을 바꿔 가면서 5년여 동안 굴러 온 사회디자인연구소의 토론이다. 연구소 회의실과 근처 식당에서 김두수, 이범재, 홍용표, 최창환, 김진욱, 정창교, 김태현과 나눴던 토론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27차에 걸친 공평사회포럼의 조찬토론에 크게 도움을 받았다. 공평사회포럼은 전적으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님의 덕이다. 그리고 2004년에 출범하여 지금도 질긴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코리아포럼 ‘선수’들과의 토론과 2011년 여름에 출범하여 발전적으로 해체한 ‘젊은 코리아 정치연대’의 학습, 토론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또한 사무실이 국회 주변에 있음으로 해서 수많은 의원실 주최 토론회를 공짜로 방청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었는지! 이 책은 주석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전문가, 학자들에게 빚지고 있는데, 특히 정대영, 양재진, 이기정, 권태현, 김수현, 김진욱, 이성호, 최윤재에게 많이 빚지고 있다. 그리고 눈이 갑작스럽게 나빠진 엄마를 대신하여 군 입대를 며칠 앞두고 아빠 책의 품질 향상에 많은 시간을 쏟은 아들 태헌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필자의 너무나 촉박한 출판 요구에 몸 고생, 마음고생 각오하고 응해 주신 백산서당의 이범, 김철미 사장님께도. 감사한다.-끝- 좀 색다른 출판기념회를 하기로 했다. 저자 띄우기, 덕담하기 행사가 아니라, 저자와 저자의 정책적 스승들을 모셔서 청년의 기회, 진보의 미래, 코리아의 희망을 말하는 토크쇼 형태의 정책 제안 행사 말이다. 행사명: <2013년 이후> 출판기념 [희망코리아 비전 연주회] 일시 : 2012년 1월 10일 (화), 오후 7시 장소: 한국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번지)
| 2013년 이후 | - 희망 코리아 가는 길 (백산서당)
서문 부끄럽고 미안하다. 사람은 대개 자식의 성장을 보면서 세월을 느낀다. 지나온 세월만큼 수십 년을 껑충껑충 건너뛰면서 세월의 두께를 실감한다. 1982년에 나는 대학에 입학했고,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2012년과 1982년에는 30년의 간극이 있다. 30년을 한번 뛰면 1952년으로, 한 번 더 뛰면 1922년으로 간다. 반대쪽으로 뛰면 2042년으로 간다. 그 땐 내 나이 만 79세가 된다. 완전한 황혼이다. 1922년은 1차 대전과 러시아혁명의 여진이 유럽과 시베리아를 진동시키던 시기였다. 1952년은 한국전쟁 중이었다. 그때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총성, 포성,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학살, 추위, 굶주림의 공포가 몸을 오싹하게 한다. 아득해 보이지만 야만의 시대가 1982년에서 불과 30년 건너편에 있다. 그만큼 그 30년은 엄청난 역사적 성취를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다. 세월을 껑충껑충 건너뛰면서 30년간의 정치․경제․사회발전을 천칭 저울에 달아보게 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1952~1982년의 역사적 성취에 비해, 1982년 이후 30년의 성취가 작아 보인다. 극미한 역할을 했지만 나 역시 주체적 행위자로 참여한 30년이기에, 이전 30년을 책임진 부모세대와 이후 30년을 책임질 자식세대에 대해 여간 부끄럽고 미안하지 않다. 물론 지난 30년은 1987년 6월 항쟁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연달아 출범시키며 민주화의 신화를 창조한 시기이자, 5천 년 역사에서 드물게도 물질적․문화적 생산력이 중국을 능가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자랑스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무어라고 해도 이 시기는 세계 최악의 출산율과 자살률과 교육 스트레스로 상징되는 민생문제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직하고 싶다”는 청년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진보와 보수 기득권의 담합에 의해 양반·귀족과 상놈으로 갈리는 신계급사회의 징후가 완연해졌다. 독재와 배고픔(hungry)은 사라졌지만, 배 아픔(억울함, 박탈감), 가슴앓이(절망, 고독)와 불안, 불신, 분노(angry)가 홍수처럼 흐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류 정치권과 지식사회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를 폐기하고 복지예산을 지금의 2배로 증액한다고 해도, 무역 1조 달러를 2조 달러로 늘린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해도, 이 심각한 민생문제가 OECD 평균수준으로나마 완화될 것 같지가 않다. 이는 수출과 성장과 재정(복지)의 ‘모자람’에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이 겪는 갈등과 고통은 보수나 진보가 정권을 오래 못 잡아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좌클릭이나 우클릭 혹은 친자본(시장)이나 친노동을 확실히 못해서도, 대통령 한 명을 잘못 뽑아서도 아니다. 소통, 참여, 신뢰부족도 심각하지만, 그 조차도 후순위다. 문제의 핵심은 양극화, 민생불안, 절망과 불신 등은 엄청나게 강력한 확대재생산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집단의 지적 수준과 마음가짐(영적 수준)과 국가경영 실력은 형편없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국가 시스템과 정치 리더십과 이념으로는 중국과 북한(급변사태)과 자연환경의 도전을 이겨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평화와 복지를 이룰 것 같지가 않다. 한국전쟁과 60년 가까운 휴전 상태, 처참한 실패 국가로 전락한 북한의 오늘을 보면, 1920~40년대 중국대륙과 한반도에서 좌파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실패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들이 목숨 바쳐 만들려고 하던 나라는 이런 나라가 전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와 관련된 저열한 대립과 졸속적 처리 과정을 볼 때, 양극화와 청년세대의 한숨과 눈물에 대해 사실상 무대책인 한국정치를 볼 때, 1970~80년대 대학에서, 거리에서, 공장에서, 교단 등에서 민주, 민중운동을 했던 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 역시 절반은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역사로부터 지난 30~40년의 성과에 대해 성적표를 받는다면 낙제를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민족이, 대한민국이, 우리 세대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엄습한다. 1982년 이후 30년을 돌아보니, 내 비록 한 번도 공직선거에 출마해 보지 않았고, 정당에도 가입해 보지 않았으나, 내 인생은 결국 정치를 바로잡으려고 몸부림친 인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3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해 보지 않은 인생이다. 오히려 소련과 동구의 몰락을 보고, 중국과 북한의 속살을 보고, 노동운동 판에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은 1992년 즈음에는 ‘운동가’, ‘혁명가’의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한국정치와 과거에 화려했던 기억만 되새기는 386세대의 노인증후군이 내 발길을 돌려세웠다. 국내외 환경 및 국민의 요구와 낡은 이념, 제도, 리더십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상황을 지켜보면, 2012~13년은 1945~53년처럼, 1987~88년처럼, 1997~2000년처럼 커다란 역사의 변곡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아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사랑하는 자식세대와 청년세대와 북한 동포에게 더 각박하고 팍팍한 미래가 펼쳐질 것 같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12~13년은 지난 30~40년 동안, (비록 허술하고 편향되었을지라도) 나름대로 공적 가치를 위해서 청춘을 불사른 사람들이 역사의 제단에 자신의 농익은 경험, 지혜, 열정을 온전히 바칠 수 있는 ‘적절한 때’이기도 하다. 육체적 능력, 지적 능력, 관계망으로 볼 때 2012년의 앞뒤 10여년, 합쳐서 20여년이 나와 우리 세대의 역사적 사명을 이행하는 최고의 시기가 아닐까 한다. 당연히 향후 10여년 우리 세대가 역사적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절반의 성공조차 실패로 되어 완전한 실패 세대로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뒤틀린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청춘을 불살랐고, 지금은 ‘시대의 혼미’를 깨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시대의 무지와 착각을 깨치는 책 한권쯤은 제단에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나라의 길’을 주제로 쓴 책이 6권이지만,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겪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2~3개월쯤이면’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호되게 당했다. 이 책은 더 그랬다. 이 책은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30여년의 내 지적 활동의 총화이다. ‘현대 사회의 왕’으로 불리는 주류 정당과 그 열성 지지자들, 특히 민주, 개혁, 진보, 평화, 복지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오래된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썼다. 유효기간이 다한 진보의 철학, 가치, 비전을 해체, 재구성하여 국민들로부터 두터운 지지와 신뢰를 받는 정치사회세력으로 거듭나게 하고자 썼다. 나이 들면 좀체 안 바뀐다고 하는, 그것도 분단건국, 산업화, 민주화 신화를 창조한 경험에 뿌리박은 사고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려다 보니 한 줄 한 줄이 시를 쓰는 것만큼이나 많은 고민을 요구하였다. 2011년 5월경, (기존에 써놓은 글이 엄청 많으니) 길어도 2개월만 집중하면 원고를 완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뜨거운 여름을 온전히 쓸어 넣어 8월31일에 1차 탈고를 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때가 시작이었다. 결국 이 놈의 원고는 12월 초순까지 내 지적 에너지, 아니 생체에너지의 대부분을 빨아먹었다. 게다가 사회디자인연구소 운영과 새로운 정치운동이라는 녹녹챦은 짐까지 지워져 있어서 더더욱 힘들었다. 지난 6개월간은 이 책 집필에 거의 바쳐졌다. 아마 앞으로는 이렇게 무리해서 책을 쓸 것 같지가 않다. 낮 시간에 다니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이야 놓치면 다음 차를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막차나 예약된 비행기를 놓치면 엄청난 낭패를 겪게 된다. 그래서 때로는 체면 불구하고 지하철 역사나 공항 터미널을 뛰어야 한다. 나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맨발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많은 기회, 도전, 희망을 누렸던 40대 후반의 민주화운동 세대가, 우리 세대가 사실상 가불해 써버린 기회, 도전, 희망을 청년세대와 자식세대에게 조금이라도 돌려주고자! 2011년 12월 여의도에서. (12월 28일 출간) [김 대호 소장 출판기념회]
◆ 일시: 2012. 1. 10(화), 오후 7시 ◆ 장소: 한국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
한국 진보의 이념정책적 내공을 한 뼘은 키울 또 한권의 책이 출간됐다. 책 이름은 <스웨덴 패러독스>이다. 일본학자인 ‘유모토켄지’와 스웨덴에서 10년을 산 ‘사토요시히로’가 공저했다. ‘김영사’가 11월14일자로 출간했고, 번역은 박선영이 했다. 나는 올해의 책 5권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3권을 꼽을 것이다. 한권은 바로 이 책이고, 또 한권은 정대영이 쓴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한울)고, 다른 한권은 김수현이 쓴 <부동산은 끝났다>(오월의 봄)이다. 내 책이 출간 됐으면 4번째쯤은 됐을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 내년 1월초로 밀렸다.
<스웨덴 패러독스>를 자신있게 꼽은 것은 진보의 롤모델로 꼽히는 스웨덴이라는 국가의 상세한 작동 메카니즘--정치, 경제, 사회(노동, 복지), 문화의 총체--을 그 어떤 책 보다 깊게, 구조적으로 터치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그 동안 ‘노동강화’와 ‘보편적 복지’를 진보의 간판 상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스웨덴을 얼마나 일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출판사는 책의 부제를 ‘선진복지 대한민국을 위한 단 하나의 롤모델’이라고 달았다. 하지만 스웨덴과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노동, 복지), 문화 시스템을 상세하게 비교하고 나면, 스웨덴 시스템은 한국이 끊임없이 비춰보아야 할 거울인 것은 맞지만, 체질이 독특한 한국의 국가비전은 우리의 지혜로서 새로이 설계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일본 학자가 쓴 책이지만 스웨덴, 일본, 한국을 비교한 수치가 매우 많다. 한국이 일취월장한 탓이리라. 내가 과문해서인지 과거에는 일본 학자의 머릿속에는 한국은 없었다. 미국과 유럽 대국들은 있었을지라도. 어쨌든 책을 읽어 보면 한국 학자가 스웨덴과 일본을 비교 분석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책의 핵심 내용은 앞 20여 페이지(15~36)에 집약되어 있다. 하지만 그 동안 한국에서 소개된 스웨덴 시스템이 주로 노동, 복지 시스템의 한 측면만 소개되었기에 시간 내서 전체를 독파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사실 나는 스웨덴을 다녀 온 사람들을 적지않게 만났는데, 산업, 노동 분야에 대해 제대로 터치한 사람이 없어서 갈증이 심했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직접 가서 한번 파헤쳐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으로 인해 갈증의 상당 부분이 풀렸다. 스웨덴 시스템의 7대 지주
저자가 요약한 스웨덴 시스템의 핵심 7가지를 살펴보자.
1. 개방경제와 건전한 거시경제,재정운영 스웨덴은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4%란다. 일본은 18%. 그래서 스웨덴 정부와 국민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국내시장이 외국자본에게 매력적인 대상으로 보이도록 노력한다. 그 결과가 과감한 법인세 인하다. 1980년대 50%대 였는데, 2009년에는 26.3%로 일본의 39.5% 보다 낮다.(한국은 22%라고 한다) 저자가 일본인 이어서인지 물가안정목표제(1993년)와 3개년 탑다운 방식의 예산제도(1997년)도 눈에 띠는 모양이다. 2. IT 인프라의 정비와 혁신을 탄생시키는 전략적 연구개발 저자들은 전자정부, 전국민 e-ID카드, OECD 1위인 GDP의 3.75%(2008년)의 연구개발비, 지자체/산업/대학/연구소 등의 연계 혁신 활동 등을 주목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한국도 (적어도 외형은) 최상위권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하지만 두 일본인 저자들은 부러운 모양이다. 3. 높은 여성노동(경제활동)참가율과 양육지원체제 이것은 한국에 너무나 많이 소개되어 있다. 육아휴직 수당이 480일간 지급되고, 16세 미만자에 대해서는 아동수당이 보편적으로 지급되며, 그것도 다자녀 가산제도가 있고(첫아이는 1050크로나(1크로나=150~170원), 다섯째는 2100크로나를 지급), 가족관련 지출이 GDP의 3.2%로 일본의 4배고....... 4. 포괄적이고 대담한 환경정책과 높은 국민의식 1995년 대비 2008년은 GDP는 44%증가했으나 이산화탄소는 9% 감소했고, 1991년에 세제개혁을 할 때, 소득세와 법인세는 감세하면서도 환경세를 부과했다고 한다. 배울 점이다. 5. 연대임금제도 이것은 한국에 많이 소개된 것 같으면서도 그 실체와 정신은 소개되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이를 ‘생산성 격차에도 불구하고 같은 직종이라면 같은 임금을 지불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구현되었다고 한다. 얘긴 즉, 스웨덴에서는 ’노동조합과 경영자연맹의 중앙교섭에 따라 임금과 노동조건을 협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연령, 성별, 정규・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스웨덴의 77%(2006년)에 이르는 노동조합 조직률도 부러운 듯이 소개한다. 일본은 18%, 한국은 10.1%(2009년)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그런데 한국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한 라인에서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정규직과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을 문제 삼을 때 부르짖는 가치이다.(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 변칙은 넘치겠지만......) 그런데 원래 이 가치는 노동의 양, 질은 거의 같아도 소속(원청대기업이냐 하청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근로조건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부당한 현실을 타파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한국에 들어와서는 너무나 협소하게 해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대임금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노동간 自助적 재분배를 통해 격차를 해소(중향평준화)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거의 개념 실종상태다. 연대에서 자조 개념은 사라지고, 합심=공동 개념만 살아남았다. 그래서 ‘연대’는 ‘투쟁’과 한쌍을 이룬다. 6.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실용성 지향의 교육제도 이는 저자들의 글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나을 듯싶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청년세대, 미래세대, 중소기업에게 최악의 고용노동 비전에 대해 노동단체(조합)도 아닌, 집권하겠다는 정당들이 맞장구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도산과 노동자의 해고가 당연시되는 엄격한 경쟁사회인 스웨덴에서 고용의 책임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에 있다. 스웨덴의 복지,사회보장 정책은 ‘고용과 직업을 지킨다’는 유럽 대륙형의 이념이 아니라 ‘사람을 지킨다’는 이념을 기본으로 한다.(중략) 스웨덴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지출규모는 GDP대비 약 1.0%인데 이는 다른 나라의 3배 이상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스웨덴에서는 낡은 산업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원활하게 노동이동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Social Bridge'라는 이념이 제창되었다. 이것은 1)충분한 실업보험(종전임금의 8할), 2)적극적 노동시장정책 3)평생학습의 보장이라는 3종 세트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실업보험이 종전임금의 8할이라는 것을 보고, ‘그럼 그렇지’ 하면서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은 진보의 비전이 맞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스웨덴은 평균임금 자체가 1인당 GDP수준(한국으로 치면 월 200만원=2010년 1인당 명목 소득 연2400만원)에 아래 위에서 근접하고 있기에 두터운 실업보험을 구축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7. 노동인센티브와 기업 활력을 배려한 과세 제도 및 사회보장제도 스웨덴의 부가세율은 25%다.(한국은 10%) 또한 국민의 80%가량이 평균 30% 내외의 지방소득세를 낸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활동인구의 50%이상이 단 한 푼의 소득세(과표 1200만 원 이하는 6%, 4600만원까지는 15%)도 내지 않는다. 스웨덴에서 지방소득세는 노동소득 뿐 아니라 연금이나 실업수당, 질병수당과 육아휴직수당까지 과세표준으로 삼아 징수한다. 소득세에 추가로 20%, 25%의 2단계로 된 국세를 낸다. 그래서 상위 20%는 최고세율 56%의 세금을 낸다. 한편 개인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는 7%에 불과하다. 반면에 기업의 사회보험료 부담은 31.42%라고 한다. 하지만 복리후생비, 부양수당, 통근수당 같은 기업 복지 혜택은 거의 없다고 한다. 스웨덴 시스템의 핵심 저자들은 의식하는지 안하는지 모르지만 스웨덴 시스템의 핵심은 이 책 123페이지에 있는 ‘직종별, 연령계층별 평균 월급여액’ 그래프다.(수치가 들어있는 표가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없다) 이는 스웨덴의 사민당과 노조가 주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스웨덴의 직능별, 연령별 임금 그래프를 살펴보면 공평성과 연대성이 어떻게 조화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2006년 기준 스웨덴의 1인당 GDP는 34,902달러(월 2,909달러)로 스웨덴 화폐(크로나=SEK=Kr)로 환산하면 257,227Kr(월 21,436Kr, 1달러=7.37Kr)에 해당된다. 그래프 A를 살펴보면, 사서, 소방관, 건설노동자, 금속공, 조립공은 18~24세 초임이 대략 2만~2만5천Kr인데, 35~44세에서 대체로 임금 피크(2만5천 Kr 내외)에 도달한 후, 이 임금이 55~64세까지 유지된다. 우리로 치면 2010년 가격으로 초임 월 180만원을 받고, 임금피크시 250만원을 받는 것이다. (사회임금은 이와 별도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세금 30%이상 떼서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관의 경우 초임은 2만 Kr 정도지만, 비교적 가파르게 상승하여 임금 피크는 45~54세(약 3만1천 Kr)이고 55~64세에서는 소폭 떨어진다. 그래프 B를 살펴보면 의사, 치과의사, 약제사는 교육과정이 길어서 25~34세에 노동시장에 들어오고, 초임이 의사는 4만Kr, 치과의사 및 약제사는 3만Kr 수준이다. 이후 이 직능은 가파르게 상승하여 의사는 은퇴 직전에 6만5천 Kr까지 상승하고, 치과의사 약제사는 4만 Kr 내외까지 상승한다. 하지만 나머지 직능인 보육사, 교원, 간호사(정식 간호사) 등은 18~24세에 초임 2만 Kr 내외로 출발하여 은퇴시기에는 2만5천 Kr 내외를 받는다. 간호사와 고등학교 교원이 약간 높아 3만 Kr에 근접한다. 그래프 C를 살펴보면 은행원 상급직은 6만 Kr 내외를 받고 임금피크는 45~54세이다. 변호사는 25~34세에 3만5천 Kr에서 시작하여 45~54세에 임금피크(5만 Kr 초반)에 도달한다. 전자통신 기술 엔지니어는 18~24세에 초임 2만5천 Kr로 시작하여 55~64세까지 계속 임금이 올라 임금이 거의 5만5천 Kr에 육박한다. 프로그래머 및 시스템엔지니어는 2만5천Kr로 시작하여 35~44세에 임금 피크(4만Kr)에 도달한다. 55~64세에서는 은행원(상급직), 검찰관, 전자통신 기술 엔지니어가 5만5천 Kr로 근접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5만Kr에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임금체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체로 18~24세 때 받는 초임과 45세 이후 피크 임금의 차가 그리 크지 않다. 특히 블루칼라에 해당하는 조립공, 금속공, 건설노동자, 소방관, 사서는 초임과 피크 임금의 격차가 정말로 작다. 조립공은 그 생산성이 최고에 달하는 25~44세가 임금피크이다. 또한 노동 연수에 따라 그 기량(생산성)이 계속 상승하는 직능인 전자통신기술 엔지니어, 의사, 치과의사 등은 55~64세까지 임금이 계속 상승한다. 긴 교육기간으로 인해 노동시장에 늦게 들어오는 의사, 치과의사, 변호사, 약제사 등은 초임이 높고, 임금도 대체로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직능 중에서 최고 임금을 기록한 은행 상급직과 의사조차도 6만5천 Kr수준이다. 이는 2006년 스웨덴 GDP(21,436 Kr)의 3배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으로 치면 2010년 기준 연봉 7200만원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 임금이 높은 직능인 전자통신 기술 엔지니어와 검찰관은 5만5천 Kr 수준이고, 변호사는 5만 Kr에 미치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스웨덴의 임금체계는 연공서열을 무시하고, 비정할 정도로 생산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웨덴의 임금체계가 이렇듯 노동생산성을 반영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평등한 구조를 갖게 된 것은 직능별, 업종별로 조직된 약 40개 정도의 노동조합과 50개 정도의 경영자 단체의 오랜 단체 교섭의 성과이다. 이 교섭에서는 직무내용, 경험, 교육수준, 직계(직급)별 세부 임금수준을 노사가 협의하고 근무시간과 휴가규정, 노동환경 등 노동에 관한 다양한 규칙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므로 법정 최저임금 제도는 없지만, 단체교섭에 의해 제일 젊고 경력이 짧은 종업원의 초임이 사실상 최저임금이 된다. 스웨덴에서 기업의 해고 부담도 거의 없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업은 원자재를 조달하는 감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며……기업은 임금의 31.4%에 해당하는 상당히 무거운 사회보험료를 부담하지만 대신 노동자에게는 임금만 지불하고 일이 없으면 해고하기도 쉽다” “(스웨덴에서) 해고하려면 '정당사유'가 필요하다. 그 사유는 수요감소로 인한 생산량 감축, 기업의 수익감소로 잉여인원 발생 혹은 업무태만이나 능력부족처럼 노동자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로 제한된다” 스웨덴에서라면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전적으로 정당하며, 해고의 충격을 근로자 개인과 국가가 분담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해고 규정이 근속연수가 짧은 사람 우선이다 보니, IT산업처럼 정작 젊은 사람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년 노동자만 남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직원수가 10명 이하인 중소기업은 임의로 2명의 직원을 선별해서 남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듯 노동시장이 유연하기에 시장(경기) 상황에 따라 실업률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부터 일 년 동안 실업률 변화를 보면 일본은 4.1%에서 5.5%로 1.4%p 상승한 반면, 스웨덴은 5.9%에서 8.3%로 2.4% 상승하였다. 또한 거품 붕괴에 따른 1990년대 스웨덴 대공황 때 불황직전인 1990년 1.7%였던 실업률은 1994년 9.4%로 급상승했다. 스웨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용유연성이나 임금 격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정을 분할하여 외주, 하청화 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대기업 고용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러나 한국은 근로자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은 기업의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동의 양과 질이 같아도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임금 및 근로조건은 천양지차가 된다. 당연히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은 구조조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곳을 나와서 비슷한 근로조건을 보장해 주는 곳으로 옮겨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교사 임금 수준에서 보듯이 임금 및 근로조건이 기업 규모(수익성)나 직능이나 부문과 상관없이 비슷하다. 대체로 노동의 양과 질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근로자들의 임금 상위 10%가 하위 10%의 몇 배 인지를 따졌을 때, 스웨덴(2.33배), 덴마크(2.64배), 핀란드(2.42배), 노르웨이(2.21배)가 매우 작게 나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08년 기준 한국은 5.4배였다(노동사회연구소 통계). 상식적으로 부문, 직업, 직능, 기업 간 임금과 근로조건이 비슷하면 괜찮은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결코 치열할 수가 없다. 입시위주 교육이나 사교육이 발붙일 자리가 없다. 스펙 쌓기, 고시, 공시 열풍도 발붙일 자리가 없다. 고용에 대한 부담이 덜한 만큼 고용률이 높다. 결국 한국 수많은 사회문제의 핵심 원인은 과도할 뿐 아니라 불합리한 자산, 소득 격차다. 낙차가 큰 데서 격류와 폭포가 생기듯이 직업, 직장, 부문에 따른 격차가 너무나 크고 불합리하면 격렬한 경쟁과 대립,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물리 법칙이다. 취약한 고용보험의 수수께끼 2011년12월 초 발표된 OECD '고용전망 2011(Employment Outlook 2011)'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평상시 급여 대비 실직 1년차의 실업수당(보전율)은 한국이 30.4%이다. OECD회원국의 중간값은 58.6%이며, 가장 낮은 체코가 29.7%이다. 이 값는 장기 근속한 40세 노동자를 기준으로, 독신, 홑벌이, 자녀 유무 등 4가지 유형별 실업수당을 평균한 세후 소득보전율이다. 평상시 소득 대비 실업수당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로, 실업 1년차 때 통상 임금의 85.1%를 지급받는다. 그 다음으로 스위스(80.7%), 포르투갈(79.3%), 노르웨이(72.9%), 덴마크(72.6%), 네덜란드(72.6%), 벨기에(71.2%)가 70% 이상을 기록했고, 50%를 밑도는 나라는 호주(49.1%), 이탈리아(46.7%), 헝가리(45.9%), 일본(45.5%), 터키(45.3%), 미국(44.9%), 폴란드(44.1%), 영국(33.0%)이다.
한편 실직 2년 차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한국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0.6%)이지만 OECD 중간값은 40.4%였다.실직 2년 차에 소득보전율이 10% 미만인 나라는 한국, 일본, 룩셈부르크, 이탈리아 등이다. 실직 3~5년차의 OECD중간값을 보면, 실직 3년차 15.5%, 4년차 12.9%, 5년차 9.3%이다. 그런데 실직 5년차에도 불구하고 벨기에(64.6%), 아일랜드(58.8%), 오스트리아(58.7%) 등은 평상시 급여의 절반 이상을 보전 받는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또 높은 제조업 및 수출 의존도와 중국발 구조조정 압력이 그 어떤 나라 보다 심한 나라에서 수혜조건도 까다로운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의 고용보험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별로 없는 것은 여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해고 자체를 부정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할시 엄청난 해고(희망퇴직) 수당을 받아낼 수 있는 한국 조직노동의 독특한 처지, 조건, 이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나는 재벌대기업의 불공정거래와 변칙편법 상속 근절, 부자 증세,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등을 강력히 지지한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스웨덴은커녕 유럽 근처에도 못 간다고 생각한다. (경영 잘해서, 전세계 시장에 물건 잘 팔아서 많이 버는 것은 법인세 등으로 환수 하는 방법 밖에 없다) 노동간 재분배 없이는 유럽 근처에도 못 간다고 생각한다. 2013년에 새로운 대한민국과 코리아를 만들어 보겠다는 분들은 <스웨덴 패러독스>,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부동산은 끝났다>와 곧 출간 될 김대호의 저작을 꼭 보시길. 선거운동으로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새로운 정치를 정말로 하시겠다면!
**아예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묻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고용률 어떻게 올릴것인지? 청년실업 어떻게 해결 할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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