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 복지 논쟁-한겨레신문(12.20) 싱크탱크 맞대면- 철학과 가치

한겨레신문에 매주 월요일에 연재되는 "싱크탱크 맞대면" 란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저와 홍기표 위원(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이 공평과 복지를 주제로 칼럼을 썼습니다. 어제(12월20일) 실렸습니다.

http://search.hani.co.kr/hani/search.php?pageType=all&keyword_str (김대호 글)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54690.html (홍기표 글)

 

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봤다는 사람이 좀 있더군요. 

짧은 글에 저의 주요 견해를 압축하려고 노력 좀 했는데, 영 시원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을 뽑은 기자(편집자) 조차도 설득을 못했으니...... key word가 후진적(유효성을 잃은) 상벌체계, 공평, 동일노동 동일임금,청년에게 최악의 나라 등인데. 반칙,특권과 공정한 자원 분배를 key word로 뽑았군요. 기자가 문제가 아니라 필자가 문제겠죠.  

 

사실 제 견해는 두가지 체계로 전개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상벌체계 혹은 정의와 공평이 문제의 핵심이다라는 식이죠.

다른 하나는 현재의 보수와 진보의 주류적 패러다임(생산성, 경쟁력, 자본권 강화 vs 복지, 노동권 강화)으로는 한국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절대로, 구조적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식입니다. 앞으로는 후자(논리체계)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설파해 볼까 합니다. 이것이 전제 되지 않으니 무차별적인 기득권 파괴 논리로 비치는 것 같아서 입니다. 이 중에는 1987년 이후 구현된 진보의 핵심 가치도 들어있는데.......

 

 --------------------------------------------------------------------------------------------------

힘센 자들의 반칙·특권 없애야 공평성 숨쉰다

노력에 따른 공정한 자원분배는 사회의 중요한 물질·문화 인프라한국은 대기업·대졸자 등에 집중 교육·노동 문제 악화시키는 원인

 

[싱크탱크 맞대면]정의로운 사회의 우선조건은?

한국이 앓고 있는 고질병의 핵심은 인재·부·권력 등 주요한 자원을 배분하는 원리가 힘센 자들의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해관계에 의해 너무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꽃을 보고 감탄할 줄도 알지만, 동시에 그 꽃을 피어나게 한 토양과 뿌리와 농부의 땀 냄새도 안다. 유럽 복지국가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이 국가들의 높은 연대성, 투명성, 신뢰성에도 감탄하지만, 동시에 인재, 부, 권력, 명예 등 각종 사회적 자원의 흐름을 규율하는 사회적 상벌(incentive-penalty) 체계를 주목한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물질적, 문화적 인프라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지표와 현상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낮은 복지 수준이다. 그런데 튼실한 복지와 재정건전성이라는 꽃을 키워내는 뿌리와 줄기에 해당하는 요소의 피폐(후진성)에는 관심이 적다. 과도한 부동산 불로소득, 원·하청 불공정거래, 취약한 소비자 보호, 극심한 수도권 집중, 과도한 대학진학률 등은 잘 아는 후진적 일면이니 접어두자. 한국 미래를 어둡게 하는 후진적 요소이나, 잘 거론되지 않는 것이 있다. 고시, 공시 열풍과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 공공부문에 대한 높은 선호가 대표적이다. 개인 차원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나, 국가 차원에서는 수백조원의 금융 자산보다 중요한 청년 인재들이 국제 경쟁의 최전방이 아닌, 후방으로 집중됨을 의미한다. 지식정보화 시대일수록 창의와 열정이 빼어난 인재의 역할이 큰 만큼 이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의 실종도 한국 특유의 후진성이다. 국가·기업·노조의 공동 책임이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노동의 양·질과 비례 않고, 기업의 수익성과 노조의 교섭력에 비례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또 대기업, 공기업 노조의 전투성과 노동의 양·질에 비해 월등히 높은 근로조건으로 나타난다. 유사시 구조조정의 어려움으로, 생산현장의 급격한 노령화로, 힘센 노조에 대한 기업의 공포로 나타난다. 당연히 대기업, 공기업은 신규 인력(특히 생산직) 채용에는 소극적이고, 외주·하청화에는 적극적이다. 결국 대기업의 종업원 수 감소-좋은 일자리의 절대 부족-극심한 청년실업-사교육, 고시, 공시 열풍으로 악순환한다. 2009년 쌍용차 사태는 이 악순환의 기념비다.

 

잘 거론되지 않는 것이 또 있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좋은 직업·직장의 임금 수준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에 비해 높고, 근로시간은 너무 길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공부문과 전문직 처우의 바로미터가 되는 교사 근로조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오이시디(OECD) 회원국 비교(표 참조)까지 찾아보지 않아도 선진국에서 살아 본 주재원, 유학생들의 체험을 통해서도 실감한다. 과장해서 말하면 선진국에서는 고졸이 할 일을 한국에서는 대졸이 하고,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이, 두 명이 받아갈 임금을 한 명이 받아간다고 할 수 있다.

과도한 부동산 불로소득,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취약한 소비자 보호, 과도한 대학진학률이 왜 나타나는가? 시간강사 문제, 고시, 공시 열풍과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 공공부문 선호, 극심한 청년실업, 저출산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사회안전망이 취약해서? 시장에 너무 많은 것을 맡겨서? 병폐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될지언정 핵심적인 원인은 아니다. 한국의 고질병 핵심은 인재·부·권력 등 주요 자원을 배분하는 원리가 힘센 존재(기득권자)들의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해관계에 너무 심하게 편향,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도 힘센 존재들에 의한 자원 흐름의 왜곡이 없지는 않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심하고, 해결 움직임이 미약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의 실종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공부문의 처우를 민간부문에 비해 결코 월등하게 유지하지 않는 것이나, 국가 공인 자격증의 숫자와 특권을 조정하는 것은 국가의 중장기적 인재 배분 및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 제고 전략이 흔들림 없이 견지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 논의조차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게임규칙 내지 상벌체계는 애초부터 성장과 통합의 핵심 질곡이 아니었다. 재벌·대기업, 수출기업, 대졸자, 전문직, 공무원에 대한 특권·특혜는 한때 압축적인 경제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기능했다. 대기업, 공기업 노조의 근로조건 개선 투쟁 내지 노동권 강화 투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은 유효성을 다했다.

 

한국 사회의 대부분의 병폐는 후진적인 상벌체계에서 발원한다. 시장, 국가, 사회에 걸쳐 합리적인 상벌체계, 특히 공평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최악의 나라인 대한민국을 도전과 희망의 나라로 바꾸는 관건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사회디자인연구소

21세기가 요구하는 진보적 철학, 가치, 비전, 정책을 연구하고 소통하는 싱크 허브를 지향한다. 특히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한국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덧글

  • 마케터 2010/12/21 13:01 # 답글

    어찌 보면 복지예산을 증액하고 국가나 사회가 책임을 갖는 시스템으로 혁신하자는데 양측의 견해는 별반 차이는 없는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도달해야 하는 지점은 얼추 비슷한거죠.

    문제는 도달해야 할 지점까지 가는 경로와 방법의 차이인데 여기에서 견해와 이해관계를 좁히면 뭔가 타협의 절충안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근본적으로 87체제,97체제의 기득권중 진보의 기득권은 진보진영의 세력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설사 합리적이지 않고 정의롭지 못하더라도 더 큰 불의의 세력앞에서 그것조차 없다면 세력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도 김소장님의 역할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과연 대안은 뭘까요?.이 간극을 좁히는 일도 진보의 통합, 진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큰 몫을 할것 같네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