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 4인 4색(유시민, 최규엽, 이정호, 김대호) 서울.코리아 디자인

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무엇?
한겨레신문 [싱크탱크 맞대면] 201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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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무엇?

비정규직 차별은 빈곤, 불평등, 대기업-하청기업 불공정 거래 등과 얽힌 복잡한 문제다. 보편적 복지에 앞서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27일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와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가 열려 진보개혁진영의 시각과 해법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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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과 불법고용, 실태조사·시정 시급

동정의 다시 세우기 위해선 비정규직 주요의제로 다뤄야

 

<span>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 원장</span> 

“똑같은 시간, 노동 강도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근로계약의 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것은 정의의 원칙을 명백하게 침해한다”

 

누구도 억압당하지 않아야 한다. 경제적 강자가 자기의 경제적 권력으로 경제적 약자에 대해서 인격적 존엄을 버리고 굴종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명백히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이다. 우리 사회는 더 정의로워야 한다. 정의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노동 강도로,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근로계약의 법적 지위가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차별적 대우를 하는 것은 정의의 원칙을 명백하게 침해한다. 정의가 짓밟히는 노동현장에 노사협력과 평화가 깃들 수 없다. 난마처럼 얽힌 노동시장 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갈 푯대는 새삼스럽지 않다. 정의와 자유의 정신을 기준점 삼아 꾸준히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아주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김영삼 정부 때 시작해서,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둑이 터지듯 노동시장의 변화가 본격화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온 현상이다. 참여정부가 뒤늦게 문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필요 이상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거듭 일어났고, 정책수단 투입 시기는 늦어졌다.

정책의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바로잡아 정의를 세우고 노동하는 시민들의 인간적 존엄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던지, 스스로 돌아보며 성찰하게 된다.노동시장은 어느 한 가지 강력한 정책수단으로 개선할 수는 없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도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차별을 해소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동시장을 이루어가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마음을 모아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이런 전제 위에서 다른 정책과제보다 앞세워야 할 시급한 과제로 차별시정제도의 획기적 강화, 사내하청 불법파견 등 불법적 간접고용의 실태조사 및 시정조치, 앞으로도 늘어날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하지 않기 위한 조속한 권리보장 입법 추진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다른 과제들보다 앞세워 추진해야 하고, 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서 저임금 근로계층의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근로소득장려제도를 강화해서 저소득 근로계층의 근로의욕을 높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취약노동계층을 돌보지 않고, 노동시장의 분절화, 양극화를 방치할 때 국민경제의 불안정성, 경제의 기초체력인 내수역량의 잠식과 성장잠재력의 고갈을 피할 수 없다. 이웃을 살피는 것이 ‘내가 사는 마을’의 안전을 이루는 길이고, 우리의 노동시장 문제가 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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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엄격히 규제해야

계절요인 등 특수 경우만 고용토록 법적 제한 필요

 

<span>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span> 

“비정규직은 현재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다. 참여정부 시절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률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임시직, 일용직, 아르바이트, 파견직, 용역, 도급, 레미콘 기사나 골프장 캐디 같은 특수고용직 등을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이 안 되며,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 4대보험도 퇴직금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자 해도 쉽지 않다. 이런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다. 이래 가지고는 빈부격차, 사회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도 밝지 못하다.

비정규직은 이미 오래전부터 양산되어 왔는데 참여정부 시절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률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 법안에 대해서 반대해왔다. 기간제 법은 전면 개정해야 하고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파견법은 폐지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비정규직이 너무 많으므로 비정규직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비정규직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해야 올바르다.

그러므로 비정규직을 쓸 때는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법에 사유제한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지금 근로기준법에는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 회사가 어려우면 언제든지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데 또 기간제 채용을 일반화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상식적인 선에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유를 정해 비정규직을 허용하면 될 것이다. 수출 물량이 갑자기 늘게 될 때, 계절적 요인이 있는 직종, 대체인력이 갑자기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기술 영역의 업무인 경우, 그리고 기타 기간제를 써야 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분명한 합의가 있는 경우에 국한하면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기간제에 대한 사용 사유 제한은 프랑스도 실시하는 제도이다.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켜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노동조합의 차별시정 신청권을 인정해야 한다. 또 늘어나는 간접고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하며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로서 책임 부여를 해야 한다.

MB정부 들어서 비정규직 문제는 더 악화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파견법도 문제인데, 고용서비스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직업안정법을 전면 개정하려 한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가장 잘 알고 앞장서서 싸운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다. 이제 비정규직의 고통에 동참하고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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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자리의 노동시간부터 줄여야 

정부 비정규직 정책 ‘역주행’ 생산구조 변화로 대책 내야

 

<span>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span> 

“정부의 국가고용전략은 결국 값싼 일자리를 무기로 고용을 유연화하는 비정규직 확대로 방향 잡았다. ‘양질의 일자리’는 미사여구에 그쳤다 ” 

장고 끝에 악수 뒀다. 정부는 1년여 논의 끝에 ‘국가고용전략 2020’을 발표했다.

정부는 2009년 12월 관련 학계와 한국노동연구원,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망라한 ‘국가고용전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시작했다. 이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6월18일 한국개발연구원과 직업능력개발원, 한국고용정보원이 공동주관하고 노동부가 후원한 같은 이름의 토론회와 6월22일 개최한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부는 파견업종 ‘확대’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민감한 주제들을 슬쩍 흘렸다가 최종판에선 ‘조정’으로 바꿨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견 노동자를 대거 늘리는 방식이다. 구색 갖추기에도 열심이었다. 노사정위원회 이름으로 지난해 7월 ‘공공고용서비스 강화 및 민간고용서비스 활성화 방안 합의문’을 노동계의 한 축이 빠진 채로 채택했다.

정부의 국가고용전략은 성장 우선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등 과거 정권에 비해 큰 시각 전환을 이루었다. 정부 일각의 학자들도 성장의 과실을 독점하는 대기업들이 소수의 핵심인력만 고용하고 지대를 공유하는 낡은 경영방식을 고수하는 맹점을 정확히 짚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대학교수는 “정부의 고용정책에서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양질의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출발한 국가고용전략 지난해 10월 발표 땐 심하게 뒤틀어졌다. 정부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지만 결국 값싼 일자리를 무기로 고용을 유연화하는 비정규직 확대로 방향 잡았다. ‘양질의 일자리’는 미사여구에 그쳤다.

사회서비스를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일자리의 질보다는 사회서비스 진입과 가격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화정책뿐이다. 국가고용전략의 중핵인 민간고용서비스 산업 육성은 그동안 ‘노동자의 직업안정’을 위한 법이었던 직업안정법을 ‘기업주의 고용안정’으로 간단하게 바꿔 버린 채로 입법 추진중이다. 지금 고용서비스 산업의 근본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나라 영국, 미국, 일본보다 못한 공공망을 강화하는 거다.

제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기간제법으로 해결 못하는 간접고용 또는 특수고용 노동자 관련 입법으로 이들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 국가고용전략은 사내하도급 등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 문제를 ‘검토’ 수준으로 비켜나갔다.고용문제를 해결할 진짜 구멍은 따로 있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거다. 초과노동에 의존하는 생산구조를 바꿔야 한다. 주야 맞교대제 폐지를 통한 교대제 전환과 노동시간상한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국가고용전략은 이 부분에서도 거꾸로 갔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근로시간저축휴가제는 노사 모두를 초과노동에 더 목매달게 한다.결국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을 늘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매우 이상한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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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고용 등 일자리 간 격차 축소가 해법

일자리 간의 양극화 지나쳐 연대임금제 등 평준화 필요

 

<span>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span>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비정상이라는 시각에 입각하여, 좀더 격차가 적고, 합리적이며, 유연한 사회로 가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려면,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첫째,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자를 고용하는 자본(기업)과 시장·경쟁 상황을 살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영업손실 기업은 대기업은 15% 내외, 중소기업은 35% 내외이다. 업종별 영업이익률의 편차가 극심하다.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기업, 산업, 국가의 숙명이다. 이런 조건에서 정규직=정년보장직은 기업으로서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 상향과 비정규직 관련 규제 문제는 대체로 한계선상에 있는 산업·기업의 문제이다. 국가는 이런 열악한 산업·기업을 아예 없애서 여기에 매여 있는 사람들을 좀더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이전시킬 자신이 없다면 규제, 감독권을 행사할 때 각종 부작용을 따져야 한다.

둘째,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문, 직능, 산업, 기업별 임금 및 근로조건을 살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노동시간은 지나치게 길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직업, 직장의 고용·임금은 노동시장 수준이나 1인당 지디피 대비 선진국 동일 부문의 수준에 비해 훨씬 높다. 공공부문의 처우가 높고 안정적이다 보니 엄청난 진입 경쟁이 생긴다. 북유럽에서 200만명을 고용할 재원으로 우리는 100만명을 고용한다.

전반적으로 노동의 처우는 기업의 수익성과 노조의 교섭력에 비례한다. 선진국 노조운동의 확고한 전통인 ‘산업적 차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신은 완전 실종상태다. 외부 노동시장 수준에 비해 너무 높은 처우를 누리는 곳은 유사시 구조조정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직접 고용 확대에는 소극적이고, 외주하청화에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 수준에 비해 그 처우가 월등한 곳의 고용 비중은 축소 일로고, 고령화는 심각하다. 파이를 나눌 때 힘있는 존재(소수)가 많이 떼어 가면 나머지는 적게 가져가거나 아예 파이 나눔 판에서 배제된다. 그래서 한국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미국, 영국, 스웨덴에 비해 10%포인트 낮다.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각종 노동,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한국 진보의 기본 전략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의 처우를 정상, 비정규직은 비정상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사회임금 상향과 기업 잉여 이전, ‘청년 고용 할당제’ 등 각종 규제를 통해 정상=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상향평준화를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한국 기업, 산업의 사정을 살펴보면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상향평준화도, 하향평준화도 아닌 20~30년에 걸친 중향평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정규직도 비정상, 비정규직도 비정상이라는 시각에 입각하여 좀더 격차가 적고(평등), 격차가 합리적이며(공평), 유연한 사회로 가야 한다. 노조는 자조정신에 입각한 연대임금제를 추진하고, 국가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기업은 국가와 함께 최저임금의 상향에 힘써야 한다. 이는 위대한 복지국가를 만든 스웨덴 사민당과 노총(LO)이 1930년대부터 추진한 일이다.


덧글

  • LemonTree 2011/01/31 22:49 # 답글

    뭐,'민주정부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온 현상이다. 참여정부가 뒤늦게 문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에는 공감합니다만.더군다나 아쉬운 점은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을 늘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매우 이상한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라는 점에서라죠.

    암튼 오랜만에 시간 없는 와중에 쓰긴 했습니다만,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김대호님의 그 토론회에 못 갔다는 게 좀 아쉽습니다만.언제 시간 나면 가고 싶은데 그놈의 밥벌이라는 게 생각만큼 시간을 잘 안 내준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입죠'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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