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3.23 김대호의 선거이후 - 승자와 패자 김대호의 선거이후

2012 민주당 혁신 전쟁 참전기
--승자와 패자--

그 동안 나는 관전기를 많이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참전기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모든 전쟁은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고, 그 이유가 있다. 또한 사멸하는 것이 있고, 생장하는 것이 있다. 전쟁은 소중한 교훈을 많이 남긴다. 나는 이런 것들을 규명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이번 전쟁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참패!
2007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민주당 혁신 전쟁에서 참패하였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공평사회포럼, 균형 잡힌 지식인 사회가 전개해 온 이념, 정책, 문화 혁신 운동의 성적표는 정말 초라하다. 김두수가 깊게 관여한 “국민의 명령”을 중심으로 전개한 정당 통합 운동의 성적표도 말이 아니다. 내가 깊게 관여한 젊은코리아/희망코리아 정치연대 활동의 성적표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성적은 민주통합당의 공천(과정)을 통해서 극적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4.11 총선 결과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꼭 국회에 들어왔으면 하는 사람들의 건승을 바랄 뿐이다.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결과는 공부 지독하게 안한, 대학수학능력을 갖추지 않은 학생의 명문대 지원과 같다. 떨어져도(참패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운 좋게 붙어도 얼마 안가서 학사 제적 위험에 노출되기에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물론 입시도 싸움도 상대가 있기에 상대가 더 후지거나 크게 실수하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극화, 일자리, 불안, 불신, 불만(억울함), 절망, 고단함 등 핵심 민생 문제는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몇 년 내에 민주니 진보니 통합이니 심판이니 486이니 하는 말들 자체가 짜증과 환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민주진보 2차 혁신 전쟁을 준비하지 않을 수없다. 

야당 역사상 최악의 공천
정치 혁신의 중간 결산이자, 총선 전략에서 압도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천 전쟁부터 짚으려고 한다. 지금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자칫 총선 결과-대여 공세-당권 투쟁-대선 경선에 차분한 성찰과 반성이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만 먼저 말하면 민주통합당의 이번 공천은 질서 있는 대피를 했다면 몇 명의 부상자만 내고 수습할 수 있는 극장의 작은 화재 사고를, 가이드들의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군중들이 서로 뒤엉켜 극장 문을 빠져나가지도 못하여 대참사로 발전한 사건을 연상케 한다. 각자의 소박한 악덕들이 상승 작용을 하여, 상상을 초월한 거대한 악덕으로 비화되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야당 역사상 최악의 공천으로 기록이 될 이번 민주통합당 공천은 민주진보 진영의 청문회 주제가 되어야 마땅하다. 민주진보세력이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임박한 연말 대선의 대반전을 위해서도 조용하지만 준엄한 내부 청문회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성찰, 반성을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공천 결과, 경선 결과가 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경선 무대에 올라가야 할 사람, 이길만한 사람, 공천을 받아야 할 사람, 당선 되어야 마땅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공천의 원칙, 기준, 공심위의 역할, 권능 등 공천 과정 전반은 빵점이다. 정말 야당 역사상 이 보다 더 어리석고 나쁜 공천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공천 과정에 깊게 관계한 최고위, 총선기획단, 공심위, 그 바깥의 소위 보이지 않는 손들과 당내 실무자들도 하나 같이 역사의 죄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비합리적인 공천에 대해 제대로,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도 역사의 죄인이기는 마찬가지다. 공천 신청했다가 크게 상처 받은 500~600명도 단순 피해자라고 보기에는 (집단으로 보면) 충분히 큰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천에 대한 암묵적 합의
민주통합당 공천이 엉망이 된 것은 당 지도부와 공심위원들이 시대적 요구를 읽지 못하여 가치의 우선순위를 혼동하고, 반드시 견지해야 할 원칙과 상식을 깔아뭉갰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나 같은 정치 비기득권자(신인)들은 사전에 아니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는 시점에 강력하게 투쟁하지 못하여 역사상 최악의 공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의 공천 관련 오래된 암묵적 합의는 공천권을 국민 혹은 선거인단에게 준다는 것이었다. 역으로 최고위와 공심위의 칼질과 낙점질을 최소화 한다는 것이었다. 경선 과정을 반MB-친민주통합당 민심을 결집시키는 계기로 삼고, 경선을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 민주주의의 축제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충분한 후보자 검증 토론 등을 통해 국민과 선거인단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모바일 선거를 도입한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시민단체 등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민주당 인맥이 튼실하지 않은 정치 신인들이 한번 해 볼만하다는 느낌이 들도록 공정한 경쟁 기회를 준다는 것도 불문율이었다. 또한 일회성 여론 조사가 생사를 가르는 일도 없어야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단수 공천은 없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었다. 심각한 도덕적 결함과 정체성(철새 등)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공심위에 의한 컷오프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암묵적 합의들이 2월 초 우상호 전략기획본부장의 공천 기준 설명회 때 약간 훼손 되었다. 그 훼손 명분은 “현역 또는 지역위원장과 정치신인이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상호의 발표에 대해 많은 예비후보들은, 촉박한 일정상 여러 번의 경선을 거친 후 결선 투표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보니 불안해하면서도 엉거주춤 동의하였다. 김종원(양천을) 등 몇 몇을 제외하고는 이것의 의미와 패악(공심위-최고위의 자의적인 컷오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였다. 실제 경과를 보니 힘 있는 현역들과 유력 지역위원장들 상당수는 단수 공천을 받았고, 이면재(강동을) 등 현역 혹은 지역위원장을 이길만한 후보들은 컷오프에 잘리고, 전략공천에 눌려 경선 무대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였다. 

공천 원칙과 기준이 결정적으로 허물어진 것은 여성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 하는 것 이야말로 최고의 진보요, 개혁이라는 생각을 가졌음이 분명한 한명숙 대표, 일부 최고위원 및 공심위원, 핵심 당직자들의 편협한 안목과 공심위의 월권과 일부 공심위원들의 변칙에 의해서 였다. 

이것(단수 공천)은 책임을 지도부가 다 덮어쓰는 전략공천에 의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 불투명한 채점(기준)과 이상한 여론 조사를 섞어서 만들어 낸 “현격한 경쟁력 격차”를 근거로 결행 하였다. 그래서 월권과 변칙이라고 하는 것이다. 불과 2월 초순 까지만 해도 최고위와 공심위가 이런 어마어마한 폭력적, 독단적 권능을 투명한 기준과 원칙도 없이 행사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심위는 소금에 절일 김장 배추나 좀 다듬으라고 준 칼로 사람을 수술 한 꼴이 되었다. 그래서 소박한 마음으로 공심위원을 수락한 사람들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도, 뭘하는지도 모르고 원칙, 상식 학살의 들러리가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여성 단수 공천(1차 공천) 탱크 뒤를 따라 들어온 장갑차(2차 공천)
한편 여성 15% 할당제와 “현격한 경쟁력 격차”를 근거로 한 컷오프에 대해 김두수(일산서구), 정재호(일산동구), 윤진호(성북갑) 등이 싸울 때 나를 포함한 나머지 예비후보들은 자기 문제가 아니라서 공동 대응하지 않았다. “운 나쁘게 걸렸다”고 혀를 차면서 내 선거에만 몰입하였다. 돌이켜 보면 이는 무원칙, 몰상식의 홍수가 둑을 무너뜨렸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집 단장에만 골몰한 꼴이다. 

한명숙 대표와 일부 최고위원과 여성 공심위원까지 합세하여 밀고 온 여성 단수 공천 탱크가 원칙과 상식이라는 바리케이드를 성공적으로 깔아뭉개자, 바로 당내(실은 원내) 공심위원과 민주 동네의 전통적 귀족(?)들의 단수 공천 장갑차도 뒤따라 밀고 들어왔다. 이것이 2차 공천이다. 여기에 대해 정두환, 이성호 등 “국민경선 쟁취 민주연대” 등이 소총을 들고 영웅적으로 싸웠지만, 다른 예비후보들은 역시 내 문제가 아니라서 수수방관 하였다. 아니 나만 살아남을 궁리만 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몰상식 무원칙 몰염치의 판도라의 상자가 활짝 열어 젖혀졌다. 

드디어 모든 최고위원들의 각개 약진도 시작되었다. 경쟁력이고 나발이고 보지 않고, 애비없는 새끼들이나 애비가 잠깐 한눈파는 새끼들은 학살하고, 자기 새끼만 살리려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당선 가능성이나 당 전체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고, 최고위원과의 친소 관계가 공천의 최우선 기준이 되어 버렸다. 

수백 명의 예비후보들이 경선 무대에 올라가 보지도 못하고, 졸지에 온 친구, 친척, 동네의 바보가 되어버렸다. 컷오프, 단수공천, 전략공천이 어떤 명분도 원칙도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예비후보들 수백 명이 모은 (가장 열성적 지지자가 될 수도 있는) 수십만 명의 선거인단이 가장 열성적인 반대자가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무원칙 몰상식 공천이 최고위원, 공심위원, 총선기획단 관계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형 참사로 발전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은 대형 인명 사고를 초래한 극장의 작은 화재 사건과 비슷하다고 하는 것이다. 작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악덕이 서로 맞물려 엄청난 악덕으로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극적, 방어적 악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가치의 우선순위와 암묵적 합의
복기해 보면 최악의 공천 참사의 원인은 훼손하지 말아야 할 원칙(암묵적 합의), 기준과 상식(공심위의 권능)을 한명숙, “보이지 않는 손” 등 당내 유력자들이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12월 중순에서 1월 말까지 사이에 “암묵적 합의”를 미리 공천 기준, 원칙, 일정에 반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무자의 무능인지, 당시 임시 지도부의 무능인지, 1월15일부터 집무를 시작한 한명숙 지도부의 무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배심원제나 후보자간 몇 차례의 토론, 슈퍼스타K 방식의 압축, 결선 투표제가 완전히 실종 되었다. 

암묵적 합의(정신)가 충분히 공유되지도 않았고, 상세한 공천 기준과 원칙도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상태로 2월로 넘어오자, 여성 정치 참여 확대라는 가치와 민주당 유력자(민주 귀족?)들의 단수 공천 욕망과 관리 편의성이라는 가치가 고개를 당당하게 쳐들게 되었다. 특히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가산점 제도로 추구한 것이 아니라, 15% 할당제(전략 공천)와 공심위의 월권(무리한 컷오프)과 일부 공심위원들의 점수 담합(예컨대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점수로 죽인다) 등 폭력과 변칙의 물꼬를 트면서 최고위-공심위-총선기획단의 전체적인 권능과 폭력성은 크게 강화되었다. 덩달아서 변칙, 편법의 물꼬도 터졌다. 

그런데 일부 최고위원들과 공심위원들도 사람을 넣고 빼는 문제로 싸웠는지는 몰라도 원칙과 기준과 권능의 한계를 가지고 싸우지는 않았다. 나를 포함한 500~600명의 예비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15%로 공천의 원칙을 무너뜨릴 때 내 문제가 아니라서 침묵하고, 양자 경선을 명분으로 컷오프 칼을 마구 휘두를 때는 우리 지역은 원래가 양자라서, 혹은 나는 어떻게 해도 양자 경선쯤에는 올라갈 수 있으니까 침묵했다. 경선 룰 문제가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한방에 날아갈 수 있는 선거인단 조직, 인지도 제고 사업 등에만 열을 올리는 등 내 문제 아니면 관심을 꺼버렸다. 결과적으로 상식을 믿은 다수가 몰상식한 소수에게 각개격파 당한 꼴이 되었다. 

공천 참사의 뿌리
그러므로 이번 “공천 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집단)이 누구인지, 그 다음 큰 책임이 있는 사람(집단)이 누구인지는 명약관화하다. 피해자라고 해서 책임이 면제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비례대표 공천도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미FTA, 4대강 반대를 줄기차게 외친 몇 사람을 집어넣는다고 해서 괜찮은 공천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공천 참사”의 뿌리는 훨씬 깊은데서 발원한다고 생각한다. 이 뿌리는 시대에 맞게 가치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민주진보 진영의 혼미 그 자체이다. 또한 크게 보고 멀리 보아서 만든 원칙과 기준을 견지하는 모럴(기풍)의 퇴락이다. 변칙, 꼼수를 단칼에 자르는 강단의 퇴락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치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는 가치 전체를 종합적, 균형적으로 봐야 하고, 가치들 간의 상호관계를 알아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문제 해결의 핵심 고리가 무엇인지를 통찰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나는 이번 공천을 주도한 사람도, 야권연대를 줄기차게 복창하는 사람들도, 몇몇 사람이 빠졌다고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격렬히 성토하는 사람들도 과연 가치의 우선순위 문제와 양극화,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해 보았는지 의심스럽다. 

또한 한명숙 대표, 이미경 총선기획단장, 최고위원 상당수와 공심위원 다수도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낳는지, 자신의 지적 능력과 역사적 책임에 상응하는 권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몰랐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칼을 마구 휘둘러 댈 리가 없다. 엄청난 역사적 책임이 있는 자리에 올라 가지 말아야 할 사람이 간 것이 아닌가 한다. 

이번 전쟁에서 패한 것들
민주당 혁신 전쟁에서 패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나와 사회디자인연구소와 희망코리아정치연대 등이 주창해 온 핵심 정신이다. 이것이 시대적 소명을 다한 낡은 진보 정신과 무원칙, 몰상식, 몰염치 연합군에게 패하였다. 

이번 전쟁에서 거대하고 복잡한 대한민국을 경영할 수 있는 실력을 중시하는 사상과 기풍이 꺾였다. 원칙, 상식, 지식(비전, 정책), 지혜, 인재, 세력, 가치의 우선순위(균형), 실사구시, 용기를 중시하는, 김대중, 노무현의 합리적 핵심이 밟혔다. 혼미한 정치, 무능한 정치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통찰도 뭉개졌다. 자신의 지적, 영적 능력에 상응하는 책임, 권능을 행사하려는 균형감각과 조신함도 뭉개졌다.

“국가경영 실력”을 중시하는 정신의 배경적 문제의식은 대한민국은 정말로 경영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것이다. 양극화, 청년 일자리, 불안, 불만 문제 등 우리 시대의 핵심 모순 부조리는 정말로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2MB 해법으로도, 민주진보파의 낡은 철학, 가치, 비전, 노선(좌클릭)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김대중, 노무현의 정책적 해법으로도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1953년, 1987년을 계기로 형성된 현 체제는 진보와 보수가 합작한 청년 기회, 희망 압살 체제이며, 청년과 서민의 눈으로 보면 통진당을 포함한 주류 정치세력은 공히 (이이제이 전술을 구사해야 할) 오랑캐 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독존성(배타성)을 내장하고 있는 과거 부문(여성, 노동, 농민 등) 운동의 철학, 가치로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끌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길게는 15년, 짧게는 5년 여 동안 내가 줄기차게 외친 정의(상식)와 공평(격차 체계의 합리화), 좌파적 개혁과 우파적 개혁의 결합 병진, "영적(심리적) 수준" "지적 헤게모니" "종합적, 균형적 인식" "통합 보다 혁신 먼저" 등은 따지고 보면 이 핵심 정신의 변주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굳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몸부림을 친 것도 국회의원 배지나 권력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효과가 달라도 엄청나게 다르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꼭 같은 칼을 가지고도 누구는 사람을 죽이고, 누구는 나무젓가락 정도를 만들지만, 잘 쓰는 사람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 

그런데 유갑스럽게도 민주진보 동네는 결국 철지난 가치를 중심으로 굴러갔다. 적도 자명하고(과거는 신자유주의, 지금은 1%, 새누리당), 해법도 자명하기에 오로지 힘과 동원이 문제라는 인식을 깔고 좌클릭(복지 강화, 반FTA, 각종 강제 할당제, 시장에 재갈 물리기 등), 야권연대, 연합, 통합, 참여, 동원을 중심으로 굴러갔다. 또한 민주통합당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공천 과정에서 몰염치, 몰상식, 무원칙, 변칙, 꼼수가 횡행하였다. 원칙 상실, 개념 상실 공천치 숱하게 자행되었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급제동, 급회전, 반전에 또 반전 사태가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대통합을 거부하여 위기에 몰린 통합진보당이, 공천 잘못으로 지지율 급락 사태를 맞은 민주통합당의 대폭적인 양보로 기사 회생하였다. 통합진보당의 성공 모델과 공천 과정의 통합 정신(정치신인, 소수파 배려, 공정 경쟁 정신) 학살은 2014년, 2016년 선거에서는 “너 죽고 나 죽자”며 정치협상을 제의 해 올 몇 개의 정당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이들에 대해 감히 분열주의 운운 하는 비판을 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 패한 쪽은 사회의 바닥을 기면서 일가를 이룬, 향후 10~20년 동안 대한민국을 끌어갈 능력이 있는 수많은 정치 신인들이다. 승리한 쪽은 1970~80년대 화석들이다. 방전이 다 된 사람들이다. 통합진보당의 이념적 포로들이다. 

또한 이번 전쟁에서 패한 것은 반칙, 특권(몰염치), 무원칙, 몰상식, 낡은 진보와 싸운 노무현 정신과 방법이다. 이긴 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무원칙, 몰상식, 몰염치다. 야만이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을 신자유주의 주구 정도로 취급하면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시대착오적인 좌파 이념이다. 민심은 이런 퇴행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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