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포기 하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식민의 땅

생각의 기본 틀 내지 사상을 바꾸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 대선판은 5~10년 농사의 중간 결산기다. 결실의 계절이다. 결론은 참 실망스럽다. 어처구니가 없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이거(사상이념 투재기) 제대로 쓰려면 책 한권은 족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나는 이런 실망, 낙망의 검은 계곡에 잠깐 주저 앉아 있다가 툴툴 털고 나온다. "사람이 뭐 그렇지"하면서! 

이렇게 재빨리 탈출 하는 재주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너무 높고 날카로운 기준(집착) 때문에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을 얻어 무사하지 못했을 것 같다. 간혹 터는 재주가 없어서 불행을 당하는 예민한 사람을 본다. 

대선 후보들의 책, 메시지, 행보를 보고, 대선 대목에 맞춰서 출시하는 교수, 논객들의 정책 담론을 살펴 보다
 보면, 낡은 생각의 강고함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게 된다. 

후진 인간이 후진 나라를 만든다는 생각, 한심한 지도자, 한심한 오피니언 리더가 한심한 나라를 만든다는 생각이 점점 뚜렷해 진다. 신문 사회면에 주로 소개되는 절망, 불신, 빈곤이 만들어낸 비극을 보면, 책임있는 자리에서 헛지랄하는 자들을 그냥 줘 패버리고 싶다. (나도 한국경제의 정규재처럼 헛소리, 헛생각을 두들겨패는 "김대호TV"나 할까??)

내가 줄기차게 부르짖은 것 중에 좀 보편화 된 것도 있다. 정의, 공정, 공평 개념/담론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의는 "마이클 샌덜"과 김영사(박은주 사장)의 공이 결정적이고, 공정은 이명박이, 공평 정도가 내 공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아직 세상을 보는 주요한 프레임으로 정착되지는 않았다. 

1인당 GDP의 잣대로 직업, 산업, 직능의 평균적 처우를 국제비교 하는 것--이로부터 인수봉과 남산 담론이 나온다--도 꽤 열심히 떠들었지만 참 확산이 더디다. 이 프레임으로 보면 한국 경제사회의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보니 GDP의 구성도 모르고, 우리 1인당 GDP가 2만5천불이면 4인가족은 10만불 수입이 되어야 평균 수준이라 생각하고, 대부분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1% 부자들의 착취와 수탈 때문이라며 반재벌, 반신자유주의 깃발을 흔들어 대는 유명한 교수를 봤다. GDP의 대략 절반 정도(47%)가 피용자 보수, 30%는 영업잉여(기업 소득+ 자영업자 소득), 나머지는 감가상각과 생산세인데....)

아무튼 높사매( 높이, 사다리, 매트리스)라는 프레임, 중향평준화, 중규직, 실력주의-직무직능급, 철밥통 트랙과 플라스틱 밥통 트랙 선택, 2모작-3모작 인생을 전제로한 고용-복지-교육시스템, 계약직 노동과 파트타임 노동에 대한 전향적 수용, 정규직 정상-비정규직 비정상이라는 패러다임 깨기, "중소기업 직원,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억울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보다는 대기업-중소기업 격차가 진짜 문제라는 것, 대학 서열화 보다는 공무원의 권능/처우와 그것이 초래한 고시공시의 패악이 더 크다는 것, 이론과 실물, 전공과 전공의 소통과 융합이 지독히 안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 사상이념의 오퍼상이 너무 많다는 것 등.

특히 나는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해소, 정년 연장, 직장복지 확대(어린이집 등)의 모범을 보이면 민간 기업이 따라 올거라는 논리를 펼치는 자를 보면 가증스럽다. 사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약화된 것은 낙수효과 뿐 아니라 (대기업 노조와 공공부문의) 견인효과와 확산효과도 마찬가진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비정규직-노동시간 단축 관련 대부분의 정책들도 영 마뜩찮다. 

모든 의과대학 정원이 다 차고, (때로는 치과대학, 약학대학, 교육대학까지 차고) 서울대 공대, 포항공대로 오는 상황에서 학과와 자격증 문제는 뒤로하고 대학 서열화만 문제 삼고, 또 그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학진학률(청년 실업, 실망 실업의 양산 공장)은 문제 삼지 않고, 또 월급 10만원짜리 현역사병 20~30만명을 그대로 두고, 반값등록금과 공교육 재정 확충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여간 웃기지 않다. 

이런거 쓰다 보면 하루가 다가겠다. 이쯤 하자. "풀 한포기 하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식민의 땅"이라고 하는 노랫 말이 있었다. 참 좋았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식자들과 지도자들의 글 한줄 말 한마디 조차 대한민국의 청년의 절망과 노인의 자살(학살)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는 것 같다. 

후진 인간이 후진 나라를 만든다.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를 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말깨나 하고 힘깨나 하는 사람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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