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의 헛다리

대선 후보들의 공약과 메시지를 뜯어 보면, 한국 사회의 전체상이랄까 모순부조리의 핵심을 틀어쥐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면 시대정신을 제대로 포착할 수가 없다. 공약과 메시지에 개념이 사라진다. 

공약과 메시지는 대체로 대중 운동이 세게 미는 것(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 선행학습 금지 등)과 각 분야에서 이름 좀 있는 교수들이 세게 주장하는 것을 짬뽕하게 된다. 당연히 "우리 사회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가 핵심인 사회역사적 통찰력이 결여되면서, 정치적 상상력, 우선순위, 정책 기조, 균형감이 다 결여된다. 

전반적으로 복지 지출의 우선순위에 대한 연구 고민이 너무 얕아 보인다. oecd지표를 근거로한, (지출 구조조정이 빠진) 재정투입에 의한 반값등록금은 정말 이상
하다. 그 압권이 박원순의 서울시립대에 대한 반값등록금 정책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개념에서 나온 것인지??? 지방국공립대라면 그런대로 이해해 줄 수 있지만......박원순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 있다면, 서울시립대의 비용구조 전체를 합리화하고, 투명화 하는 것이다. 정교수와 시간강사, 대학임직원의 급여와 임용체계, 공사입찰 프로세스, 대학 거버넌스 등. 서울시민 세금을 투입한 반값등록금은 하지하책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시각(일종의 악으로 보고, 어떻하든 줄여야 할 대상으로 본다)은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등 대부분의 주자들이 헛다리 짚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는 일시적, 계절적, 임시적 업무(비정규직 허용) 아니면 상시,지속적 업무(정규직=정년보장직)로 딱 양분 되는 것이 아닌데 왜 정년보장직을 기본=정상으로 놓나?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불의에 사라진 무수히 많은 일자리 못 봤나? 대통령이 5년, 국회의원이 4년 계약직(갱신만 하면 40년도 한다)인데, 왜 계약직을 극도로 제한 하나? (할말이 엄청 많지만 이만 줄인다)

그리고 도저히 그냥 놔둘 수 없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국민연금 문제, 너무나 얇은 고용보험 문제, 은행 등 각종 독과점 산업 문제, 징집사병 처우 현실화 문제, 양반관료적 위상을 가진 공공부문 개혁 등을 비껴가서 어떻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나? 

마침 오늘 자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이 징집 사병에 대한 합리적 보상 문제를 제기한다. 이광재, 노무현에 대한 구질구질한 폄하, 독침을 뒤섞으면서(이 내용은 삭제했다. 이철호 참 구질구질하다.)

"언제까지 국가주의 아래 2년의 청춘을 헐값으로 차압할 셈인가. 지속불가능하다. 목숨이 둘도 아니고, 청춘이 다시 돌아오지도 않는다.(중략) 그동안 보수 정권들은 병역의무를 너무 당연시했다. 사병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긴 느낌이다. 그나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사병에게 관심을 기울인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병장 월급을 2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렸고, 복무기간도 줄였다. 그가 유일한 예비역 상병 출신이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정부는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올리면 연간 2조3000억원이 든다며 엄살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용돈을 타 쓰는 ‘보급투쟁’은 말이 안 된다. 최전선인 서해 5도 해병들의 왕복 뱃삯은 한 달 월급인 10만원이다. 주소지가 인천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인천시 의회가 “해병들도 인천시민과 동등하게 절반으로 깎아 달라”고 난리일까. 사병 처우개선은 사치가 아니다. 반값-무상 시리즈보다 훨씬 명분이 앞서고, 최소한의 예의다. 이런 데 뿔 낼 납세자는 없다" 

<2013년 이후>의 내 주장(p432~434)도 다시 한번 하자. 이러 걸 깔때기라 하나???

"군 의무복무(사병)에 대한 보상도 최소한 세 번째 그룹의 선두에 있어야 한다. 사실 아무리 국방의 의무가 신성하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사병으로 군 복무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억울한 점이 너무 많다. 2010년 현재 병장 월급은 102,300원(하루 3,410원), 상병은 92,400원, 일병은 83,500원, 이병은 77,100원이다. 그런데 2010~11년의 최저임금은 1시간에 4,320원이다. 군복무를 하지 않는 자가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를 해도 하루 34,560원을 번다. 나머지 시간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접어두고라도. 장교 등 직업군인과 비교해도 징집사병의 처우는 너무나 불합리하다. 1950~60년대 초까지는 사병 월급이 말단공무원 월급의 1/3 수준(지금으로 치면 대략 40~50만원)은 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 직업군인의 급여는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징집사병의 그것은 그대로 묶어 두면서 엄청난 차이가 나 버린 것이다. 물론 노무현 정부에서 이를 개선한다고 한 것이 지금 수준이다.
사실 한국과 소득수준도 비슷하고 안보위협도 심각하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만, 이스라엘과 비교해도 징집사병들은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너무 홀대당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2009년 현재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1인당 명목GDP는 대만이 16,392달러, 한국이 17,074달러, 이스라엘이 21,570달러이다. 그런데 대만은 복무기간이 10개월인데, 상병은 월 10,780 TWD(한화 40만 7,000원), 소위는 15,545TWD(58만 7,000원)을 받는다. 이스라엘은 복무기간이 18~24개월(2011년부터)인데, 훈련병은 150USD(한화 18만 2,000원), 상병은 약 400USD(한화 48만 6,000원)을 받는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사병 전역자에 대한 지원은 이뿐이 아니다. 전역보너스도 있고 대학등록금도 전액 지원한다. 공무원 공채 및 국가시험에서 가산점도 준다. 그리고 예비군 훈련기간에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하고, 예비군 훈련 시 개별 당사자 평균임금의 1.5배에 달하는 훈련급여도 지급한다. 한국에서 징집사병으로 근무하는 것을 대개 썩는다고 표현하는데,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21개월간 군복무를 하고 나면 한국 1인당GDP(2010년 기준 2,400만 원)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교육 바우처(쿠폰)로 주는 것이다. 물론 현금으로 줄 수도 있다. 아무튼 21개월 근무 기준 1,200만 원이니까 월 57만 원에 해당한다. 이 바우처는 대학등록금으로 쓸 수도 있고 학원 수강료로도 쓸 수도 있다. 제대 후 바로 쓸 수도 있고 5~10년 뒤에 쓸 수도 있다. 물론 이 바우처를 받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및 기관은 별도의 위원회가 엄격히 심사하여 인증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군복무 성적에 따라 약간의 차등(10% 범위 내에서 가감)을 두어도 좋을 것이다. 당연히 이 금액은 좀 더 늘릴 여지가 있다. 만약 1년(12개월)에 1인당GDP의 50%를 지급한다면, 21개월 복무 후 제대 시에는 거의 1인당GDP의 90%(약 2,100만 원)를 지급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가야 한다. 군 제대자에게 1인당 1,200만 원가량의 교육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의로우며, 우리의 재정규모로 볼 때 결코 큰 부담도 아니다. 2010년 현재 20세 남자는 총 34만 1,000명이고, 우리 군은 총 232,214명(징집 147,695명, 모집 84,519명)을 입대시켰다. 매년 같은 수가 제대한다고 가정하면 총예산은 23만 명×1,200만 원=2조 7,600억 원이다. 기존에 이미 지급되는 돈이 있기에 실제 소요예산은 이보다는 더 적을 것이다.
2011년 현재 공무원연금으로 지출되는 액수가 9조 2,000억 원이며, 기초노령연금으로 지출되는 액수가 2조 8,000억 원이다. 이런 예산에 비해 군 전역 시 1인당 GDP의 50%가량 되는 교육 바우처(혹은 현금)를 지급하는 것은 훨씬 가치가 있고, 정의롭고, 생산적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군 복무자가 교육을 통한 자기계발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성장잠재력을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4~5조 원이 소요될 반값등록금이 과잉 대학진학률을 뒷받침하여 청년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무엇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사람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겠지만, 사병 급여 현실화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적어도 세금에 의한 반값등록금보다 백배 천배 효율적이고 정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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