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보낸 아버지의 심정

아침에 뉴스를 훑어 보는데 이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 첫 휴가 나온 군인,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
기사등록 일시 [2012-08-07 19:13:15]
【태백=뉴시스】이은주 인턴기자 = 7일 오후 1시13분께 강원 태백시 황지동 J아파트 13층에서 모 부대소속 이모(21) 이병이 떨어져 숨졌다. 입대 후 첫 휴가를 나온 이 이병은 이날 복귀 날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족은 "군 생활에 적응을 못 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헌병대와 경찰은 이 이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lej@newsis.com"

뉴스 검색에서 "군인, 휴가, 자살"을 쳐 보니 이런 기사가 한 두건이 아니었다. 

그저께(월요일) 아들(일병)이 두 번째 휴가를 마치고 귀대했
다. 병영 생활에 꽤 만족하는 것 같았다. 몸은 힘들지만, 뒤틀린 상급자가 없고, 소대장, 중대장이 병사들을 세심하게 관리하기 때문인듯. 물론 아무리 군대가 좋다 해도, 어디 휴가를 보낸 가정과 사회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귀대 하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좀 뭐했다. 

첫번째(입대 100일?) 휴가 나왔을 때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애 엄마가 아들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잠 자는 모습과 잠꼬대에서 내무반(생활관)의 고참들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조짐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나는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했다. 그 얼마 후 엄마의 꿈에 작은 애로 돌아간 초라한 아들이 나타났다. 이후 아들은 이른바 그린캠프로 피신했고, 상급 단위에서 가혹행위 조사를 나오고, 우리 부부는 거의 매주 면회를 다녔고, 부대장도 여러 번 만났다. 큰 사고치기 직전까지 갔다가 서서히 빠져나오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결국 사단 내에서 부대를 옮겼다. 어둠이 깊어서인지 아들은 지금 부대에 대만족이다. 

이런 경험을 해서인지 뉴스가 남의 일이 아니다. 그 때 아들이 스스로 상담 신청을 하고, 그린캠프로 피신하지 않았다면, 부대가 차로 지근거리(1시간 30~2시간)에 있어서 자주 찾아가지 않았다면, 애 엄마가 나처럼 둔감했더라면--나는 생활관의 보편적 문제(?), 즉 이상한 고참병의 문제가 아니라, 아들의 요령 부족과 부적응의 문제에 혐의를 두고 있었다-- 아들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다행히 내 아들은 무사히 위기를 넘겼지만, 군의 시스템과 문화로 인해 , 부모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한국의 1년 평균 자살자가 1만5천명 내외, 군인 자살자는 100명 이하다.(이 때문에 통계도 찾아봤는데, 기억이 희미하다. 아무튼 최근 몇년 동안 많이 줄었다) 숫자는 얼만 안된다 할지 모르지만, 이들은 정신과 신체가 건강하다고 하여 입대를 시킨 젊은이다. 수십 수백만명의 미래의 병사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도 소대장, 중대장이 세심하게 관리만 잘 하면, 군내 시스템과 문화를 좀 개선하면 70~80%는 구할 수 있는 목숨이다. (이게 이번에 배운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알았는데, 일반 공무원에 비해 군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히 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군인들은 (군인이라는 신분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계급 정년이 엄격하고, 끊임없이 근무지가 바뀌어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계급 정년에 걸려서 군복을 벗으면 (기술과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그 동안 나는 국민연금에 비해 너무 좋은 특수직 연금으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을 꼽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군인 연금은 대한민국 군 유지의 핵심 보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군사병 처우의 합리화(월 50만원 상당의 교육 바우처 등)는 결코 미룰 수 없는, 반값등록금 보다 100배는 정의롭고 효율적이고 시급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연금과 사학연금은 비록 일반 서민의 그것(국민연금)과 비교하면 월등히 낫긴 하지만, 이 역시 중장기적으로 임금인상율 등을 조정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민주진보 동네의 대선 주자들이 인수봉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대공기업 노조들에게도 설설 기는데, 한국 최강의 권력인 공무원의 핵심 기득권--가장 먼저 선진국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닌지? 물론 이들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을 건드리는 것은 적어도 향후 10년 안에는 언감생심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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