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양대 주적

어제(금요일) 저녁 8시, 오늘(토요일) 오후 3시, 2차례 각각 2시간이 넘는 대담을 했다. 윤범기 기자와 같이 온 청년들 5~6명과 함께. 일종의 "안철수의 생각" 톺아보기라고나 할까? 

청년들과 대화, 토론을 하면서 나도 많이 배운다. 대화는 집중적 생각이자, 상호 배움이니까. 최근 들어 깨달은 많은 것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논문적(칼럼적) 글쓰기 보다 대담 형태가 대단한 위력이 있다는 것을 '2013년 이후'와 '결혼불능세대'에 대한 반응을 비교해 보면서 절감했다. 그래서 앞으로 종종 정책/시사 대담집을 내지 않을까 한다. 

가만히 보니 한국 정치의 양대 주적은 '무지'와 '부당한 기득권'인 것 같다. 자신이 뱉은 말(약속) 지키기=신뢰는 적어도 주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 그런데 양대 주적과 제대로 싸우는 사람이 진보동네에 거의 없다 보니, 세종시라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박근혜가 돋보이는 듯. 

한국은 비동시성의 동시성 사회라 그런지, 세개의 시간대(세계사적 시간대, 발전국가적 시간대, 분단국가적 시간대)가 교차해서 그런지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와 개혁이 정말로 어렵다. 박정희의 개혁이 1960년대 강남 개발이라면, 지금의 개혁은 용산참사를 초래한 구도심 개발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모순부조리가 얽히고 설키고, 이해관계자들의 전투성이 높은 한국에서는 삼국지의 유비적 리더십이나 궁정 암투에 능한 민비나 측천무후적 리더십은 재앙같다.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것이 못의 문제로 보인다'고,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인 나의 편향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나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좋다. 머리를 빌리려고 하는 사람에게서 미래를 발견할 수가 없다. 

이명박 하나만 봐도, 역시 자신이 잘 아는 분야(4대강 등)는 저돌적으로 집중적으로 밀어붙이고, 잘 모르는 분야(남북관계 등)는 대체로 엉뚱한 놈에게 맡겨서 엉망으로 만든다. 아무리 동원가능한 지적 자원이 많아도 자신의 숙성된 고민이 없으면 제대로 된 선수를 쓸수가 없고, 제대로된 판단도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무지를 깨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후보는 있는 것 같은데, 부당한 기득권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가 없어서 아쉽다. 재벌 때리기야 다 하긴 하지만...... 

한국의 부당한 기득권은 진보의 철학, 가치, 문화와 보수의 그것과 관료의 그것이 얽히고 설켜 단단히 결합된 구조물이기에 한 놈만 패기 식으로 개혁이 될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1980년대 모순론의 영향인지,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북괴군"식 단순무식한 사고의 영향인지, 한놈에게 독박 씌우는 경향이 있다. 그 한 놈은 (진보에게는) 미국->신자유주의->1%를 거쳐, 지금은 재벌로 왔다. 대안은 보편적 복지를 거쳐 정의로 왔다. 그런데 정의에 대한 해석이 너무 다르다. 대담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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