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제도라는 골리앗

지난 한 두달 동안 가장 집중적으로 고민한 것은 금융 개혁과 연금제도 개혁이었다. 금융은 정대영 소장 등 대가가 있어서 웬만큼 정리한 것 같다. 이렇게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연금제도는 그렇지 않다. 

사실 대한민국 최고 선수로 알려진 분--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럿 만났다. 만나면 대체로 대화를 녹음 해서 다시 들으며 복기하고, 전화로 또 물어보고, 책 찾아보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연금제도 개혁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인구통계학이야 연금제도의 기본인데, 문제는 다른 기초생활보호제도 등 다른 복지제도와 조세재정 시스템과 (국내외) 금융시장과 정치(국민정서, 정치 역관계 등)라는 엄청나게 복잡한 변수 너덧개가 같이 맞물려 있으니....... 

정말 한
 명의 전문가가 다 꿰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문제이자, 무엇보다도 폭발력이 큰 정치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예민한 대형 폭탄을 핸들링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생각하는 개혁안이 후보의 지지율과 신뢰도를 날려먹는 지뢰를 밟는 것인지, 아니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2단, 3단 추진 로켓을 점화하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얘기다. 

2006년 부터 꽤 진지하게 고민해 왔지만,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개혁안을 아직도 정립하지 못했다. 수많은 문제를 한큐에 해결해 주는 대가를 찾아왔는데,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6년 간 헤맨 종착점이다. 이제는 내가 개혁안을 만들어 최고 전문가들과 페북 등에서 관계 맺고 있는 선수들에게 검증, 감수를 받는 프로세스를 밟을까 한다. 

아무튼 파면 팔수록 공무원, 교원, 의원을 위한 특수직역 연금과 민간의 보험, 연금 간의 제도적 격차(차별)는 과도하고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군인연금은 좀 봐주자) 뜯어보면 뜯어볼 수록 공무원은 국민의 상전이다. 

국민이 육아휴직을 하면 국민연금납부예외자가 된다.(그 기간에 연금 납입하면 상관없지만......) 가입 기간이 짧아지면 그만큼 불이익을 본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은 육아휴직기간도 가입한 것으로 쳐준다. 현재 평균 연금 수령액이 공무원연금 월 200만원, 사학연금240만원,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짧아 대략 20~30만원. 문제는 가입기간 40년을 다 채워도 국민연금은 월360만원짜리 최고 소득자도 (개혁안대로 하면) 70~80만원이라는 것. 이는 납입액이 본인 4.5% 사업주 4.5%이고, 소득 재분배 기능도 있는 반면(그래서 고소득자(?)가 불리하다), 공무원연금은 본인 보수월액의 8.5%, 정부 8.5%를 내고, 소득재분배 기능은 없으니.......

물론 공무원들이 받는 혜택은 선진국에서는 정상이자 보편화된 혜택이다. 그런데 민간(국민)들이 못나서(?) 선진국 수준까지 잘 올라오지 못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선진국형)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거의 예외없이 맨 먼저 혜택을 보는 집단은 공무원이다. 당연히 시간이 갈수록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진다. 그 매력의 핵심은 안정된 고용(신분보장)과 연금이다. 

**시간 있는 분은 1인당 GDP대비 직역별 연금 수령액이 얼만지 알아 봤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한심한 것은 공무원이 아닌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런 불공평의 문제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유력 후보는 공무원(교사 등) 많이 만들어주겠다는 공약을 특히 강조한다. 한심한 사람. 

이것은 어제 본 중앙일보 기사. 

권석천의 시시각각] 사람이, 공무원이 아니무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2.08.14 00:16 / 수정 2012.08.14 00:16

권석천 논설위원

공무원들께선 이 글을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치인들께서도 안 읽으셔도 됩니다. 이 글을 읽어야 할 사람은 ‘샐러리맨’ 혹은 ‘월급쟁이’로 불리는 일반 직장인들입니다.

 회사원이 자가용을 몰고 출근하다 충돌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칩시다. 불행하게도 상대 차량을 운전하던 공무원 역시 사망했고요. 공무원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돼 유족에게 보상금 등이 지급됩니다. 회사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아 유족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가장이 숨지거나 다쳐 일을 못하게 되면 가족 전체가 벼랑으로 몰릴 텐데 어쩌냐고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요? 그런 법이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입니다. 같은 사고에서 공무원, 회사원을 차별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대법원과 국회의 판단이니까요.

 2주 전쯤입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임광호라는 판사가 산재보상법이 헌법에 어긋나는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했습니다. 왜 회사원과 공무원을 다르게 취급하느냐는 겁니다. 결과는 이제 헌재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 문제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건 아닙니다. 2007년 9월 대법원에서 회사원의 출퇴근길 교통사고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요. 결론은 7대5.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관 7인의 다수의견을 풀어놓으면 이렇습니다. “공무원은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에서 출퇴근 사고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상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인정하느냐. 회사에서 제공한 통근버스 등을 탈 때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이에 대법관 5인이 소수의견으로 맞섰습니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간은 회사에서 정하는 것 아니냐. 합리적 방법과 경로로 반복적으로 출퇴근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

 그때 소수의견 쪽에 섰던 김영란·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은 판결문에 아쉬움과 함께 법 개정에 대한 기대를 담았습니다. “출퇴근 중 재해를 명확하게 산재보험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입법을 하루빨리 마련해…업무상 재해를 쉽게 표현한다면 ‘어떤 사람이 근로자라는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재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회는 어떻게 했을까요. 같은 해 12월 산재보상법 전면 개정과 함께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 출퇴근 사고를 규정했는데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범위를 좁혀놓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법사위 회의록을 검색해봤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문구로 됐는지 의원들의 육성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산재보험 재정 부담 증가,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사업주들의 반발 가능성을 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산재보험 재정이 적자라니 뭐, 잘못된 말은 아닐 겁니다. 그럼, 공무원연금은 어떨까요. 매년 1조원 안팎씩 국고, 즉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하네요.

 정작 세금을 내는 우린 왜 보상을 받지 못하느냐고요? 그거야 정부에서 법안을 만들어 오면 국회의원들께서 ‘좀스럽게’ 따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게도 ‘복지 국가’를 부르짖는 여야 대선 후보들은 뭐 하는 거냐고요? 불의의 사고에 대한 안전망부터 구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세금 내라면 군소리 없이 성실 납세를 하는 ‘유리지갑’들이 무슨 결집된 힘을 보여준다고 그들이 신경을 쓰겠습니까. 그들 눈에는 영남이니, 호남이니 하는 지역이나 표밭으로 보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지난 일요일 TV를 보다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일본 소녀 캐릭터 ‘갸루상’이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말할 때 제겐 환청이 들려왔습니다. 회사원은 사람이, 공무원이 아니무니다. 그러니까 가만히,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이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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