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이 없다

의원실이 주최한 2회의 시리즈 정책(현안) 토론에 full타임 참석은 처음이다. 민병두 의원실 토론회였다. 8월16일과 22일 2차례. 
1차는 "임박한 경제위기, 무엇을 할 것인가?-유로존 폭탄과 가계부채 폭탄, 그 진단과 해법"이었다. 2차는 "임박한 경제위기와 금융불안정성-토빈세 도입이 시급하다"였다. 

국회의원의 핵심 책무는 한국 사회의 핵심 정책 현안을 정의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다. 핵심 현안에 대한 정의와 해법 도출 과정은, 사회의 모순부조리나 국민의 고통, 불만, 요구에 대해 연속적인 질문을 던지고, 집단지를 조직하는 과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9대 국회 의원 중에서, 어쩌면 10명도 넘는 여야 대선 후보들까지 포함해서 가장 좋은 질문을 던진 사람이 민병두 의원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내가 full타임으로 토론회 장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구한 해답은 영 아니었다. 특히 오늘 것은 영 아니었다. 하지만 가계부채 폭탄 관련된 내용은 그래도 괜찮았다. 

숱한 토론회장을 다녀보면, 현안을 정확히 뽑아내고, 비교적 괜찮은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려운 강연을 듣고 질문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만약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어떤 석학이 영어로 씨부리는 의학 기술이나 금융 기법 관련 강연을 듣고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 물론 질문을 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틀림없이 곁가지나 건드릴 것이다. 내가 좋은 질문을 하려면 영어와 의학, 또는 금융에 대해 엄청난 공부나 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답답한 것은 한국의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현자나 전문가를 찾고, 토론회를 조직하고, 적확한 해답을 구하는 과정은 대체로 석학의 강연을 듣고 소화해서 질문을 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질문을 한 민병두 의원조차도 자신이 4년간 빌딩치기를 하면서 생긴 공백이 얼마나 큰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의원 300명과 대선 후보 10여명이 제각기 정책을 제시하고, 법안 나부랑이도 제출하고, 토론회, 공천회를 한다. 그런데 복잡하기 짝이 없는 한국 현실에 대해, 얽히고 설킨 모순부조리에 대해 깊이 연구, 고민을 않으니 곁다리 잡고 삐약삐약할 뿐이다. 

국민은 미치도록 가려워 하지만, 제대로 긁어 주는 사람이 없다.
비교적 가려운 지점(예컨대 발)은 정확히 찾았다 하더라도 군화를 신고 긁어댈 뿐이다. 

지난 6년 동안 쉬임없이 설파한 것은 이런 것이었다. 
대한민국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과 그 동지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게을렀던 것도 아니었다. 나름대로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하지만 안됐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정치적, 정책적 내공도 마찬가지다. 내공없이 집권하거나 의원이 되면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재앙이다. 정책적 무지, 무능만큼 큰 죄악이 없다. 지금의 시대 정신은 실력과 정의다. 준비된 이념정책 공동체가 필요하다. 등등 목이 쉬도록 떠들었지만, 그런데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조차 못 알아 먹으니 나를 탓해야 할까 보다. 참여당, 백만민란, 민주통합당, 그리고 몇몇 대선주자들도......

안철수 현상은 미치기 직전 상태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다른 방식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몸부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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