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감별

겨우 200자 9매 짜리 원고 하나 쓰느라 밤을 샜다. 내일자로 나가는 한겨레 세상읽기(칼럼) 원고다. 글이 잘 안 나와서다. 새벽 4시가 넘어서 송고하고 퇴근했다. 중요한 글은 다 쓴 후, 잠을 자고 일어나 퇴고를 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이번 글은 처음으로 새벽에 송고해 버렸다. 호랑이는 토끼 한마리를 잡을 때라도 온 힘을 다하는데, 자고 나서 퇴고도 않고 보내다니!!! 이래도 되나 모르겠다. 아무튼 나이 생각해서 이젠 밤 11시 넘어서는 가능하면 글을 안쓰려고 하는데 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내 경험으로 짧은 글이 난산을 하는 경우는 대개 글이 무겁다. 너무 많은 내용을 우겨 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간 스윙과 같다. 공을 잘 맞추지 못한다는 얘기다. 내일 자 칼럼을
보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런데 알아도 못 고친다. 글을 새로 쓰거나, 글 비서(?)가 교정해 주지 않는 한..... 

칼럼 기고 제안은 작년에 한국일보와 올해 동아일보에서 받았다. 한국일보에는 두번 쓰고 말았다. 1월19일자로 4.11총선 출마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품격과 균형감이 너무 떨어지는 보수지로 컨셉을 잡았기에 응할 수가 없었다. 한국일보든 동아일보든 중앙일보든 언론의 기본을 지키는 중도지 내지 보수지로 자리 매김을 하면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추측컨대 사주와 핵심 편집진이 시대를 읽는 눈이 흐릿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근 몇년 사이에 뚜렷하게 든 느낌인데, 역사의 발자욱 소리를 듣는 귀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도 음감이나 공간감각처럼 사람에 따른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노력하면 어느 정도 향상은 되지만, 한계도 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면 사회역사적 통찰력과 정책적 지식의 종합/융합 능력도 예술적 재능과 비슷한 재능으로 자리 매김 될 것 같다)

어쨌든 감히 대선 주자들의 이 재능에 대해 평점을 매겨 본다면 김대중은 A 마이너, 노무현은 B 플러스, 박근혜, 안철수, 손학규는 B 제로, 김두관, 문재인은 C다. 

물론 감각은 A라 하더라도 이를 정치적,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것은 힘과 기술의 문제이자, 정무능력 문제이다. 

그래도 대권 주자가 시대를 읽는 감각이 좋으면 핵심적인 것, 근본적인 것을 잘 묻기에 아젠다 셋팅을 잘 한다. 선수 감별도 비교적 잘한다. 그런데 감각이 둔하면??? 바로 여태 보아 왔던 판이다. 대중의 감각과 너무 유리된 어이없는 닭짓이 난무하는 판이다. 애들 싸움처럼 눈감고 마구 주먹 휘두르다가 어쩌다 코피 먼저 터지고 울어대면 싸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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