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문제

나와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이 하도 적어서, 도대체 내가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어쩌다 내가 이렇게 다른 삶을 살게 됐는지를 생각해 봤다.

그것은 나는 강한 힘(권력, 돈, 인기, 줄)과 깨끗함(도덕성) 보다, 실천력을 품고 있는 바른 앎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힘을 숭상하는 사람들에게 앎을 숭상하는 사람들은 매우 철없고, 순진한 사람처럼 보인다. 반대로 앎을 숭상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숭상하는 사람들은 생각도 짧고, 호흡도 짧은 사람처럼 보인다. 

아무튼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의 문제로 보인다, 연구소를 하면 많은 것이 바른 앎의 문제로 보인다. 반대로 연구소를 안하면 힘의 문제로 보인다. 그래도 바른 앎을 중시하는 사람이 조금은 나은 것은, 그래도 자신의 편향을 강하게 의식한다는
 것이다. 앎은 힘을 부정하지 않는데, 힘은 앎을 경시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앎은 겸손과 상대성을 내장하고 있는데, 힘은 그런 개념이 없다. 

2011년~12년의 한국 정치판을 보면서 내가 착잡한 것은 나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너무 소수라는 사실이다. 고용, 특히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얘기하는데, 2400만 취업자와 20세 이상 4천만명의 삶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 이들을 안고 있는 기업을 너무 모르고, (노동, 금융, 기술, 경영 등의 총화인) 시장은 더더욱 모른다. 생각이 즉물적이라서 그런 것인지, 만사를 법으로 해결하는 변호사들이 많아서 그런지
문제를 법(규제)과 힘(단속)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모르는데 스스로는 잘 안다고 생각하니 미칠 노릇. 참여정부의 성과, 한계, 오류나 중소기업 살리기 솔류션, 비정규직 솔류션 등이 그런 것이다. 

10월18일에 신촌에서 하는 사회디자인연구소 후원 행사 관련하여, 연구소 6년 활동과 향후 계획을 정리하는데, 아무래도 좋은 의도(귤)를 나쁜 결과(탱자)로 갚는, 책상 물림들이 잘 모르는 한국의 특이 체질에 대해서 책을 한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문재인을 가혹하게 비판한 것은 '바른 앎'의 문제와 너무나 거리가 있는 듯 보이 때문이다. 내가 안철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지"와 "딴지"와 "권력 숭상"을 구조화 한, 이 저주받은 헌법,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체계를 주도적으로 개정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아니라면?? 

다시말해 정치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숙성된 비전도, 날카로운 정책도 내놓지 않고, 대충 인기로 얼룽뚱땅하려고 한다면, 이건 문재인 보다 아니 박근혜 보다도 훨씬 못한 후보라고 봐야 할 것이다.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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