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책 비전 선언문" 봤다. 다음 주 중에 아무래도 장문의 비평문 하나 쓰야 할까 보다. 일단 촌평 몇개만.
1. 세부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시대(모순부조리)인식과 철학, 가치, 핵심 정책기조를 집약집중한 "정책 비전 선언문"으로 일성을 터뜨린 것은 좋다. 이건 다른 대권 후보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좋게 평가해 줄 것은 오직 이것 하나 뿐이다.
내용은 정말 구구절절 한숨 나오는 소리로 점철되어 있다. 가장 강조한 '정치혁신'과 '진심의 정치'에 대해서만은 뒤에 한마디 하려고 한다.
2. 이런 중요한 글이 나오면 우리 같은 정책 연구소가 긴급 선수/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어떤 언론사 보다, 정치평론가 보다 훨씬 깊이 있는 비평(논평)을 해 줘야 한다.(상대 후보 캠프나 정당 대변인 실이 가장 발빠르겠지만, 이 쪽은 중립적 논평이 아니라 흠집 잡기가 본령이다)
아무튼 대통령제 하에서는 언론이나 지식사회가 이런 연구소가 뭐라고 하는지 귀를 기울여 줄 정도가 되어야, 다시말해 지적 권위 집단이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연구소는 긴급 선수 좌담회를 열만한 역량이 안된다. 상근 연구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촌평이나 하려한다.
3. 결론부터 먼저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안철수의 생각과 이번 선언문과 그 동안의 행보를 종합해 본 결과 안철수는 아무래도 "정치 야만족"에 가까운 것 같다. 야만족이란 원래 기존 문명이 오랫동안 축적한 합리적 핵심이나 성과를 거의 이해하지도 못하고, 단지 무시무시한 힘으로 파괴할 뿐이다. 기존 문명을 파괴는 하지만,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면 이명박이야말로, 기존 여의도 정치문법을 경멸한 정치야만족의 대표이다. 그 말로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기존의 정치문법과 너무나 다른 문법을 구사한 노무현도(민주당 분당, 당정분리, 대연정 등), 정치 입문 1년 만에 민주당 후보를 꿰찬 문재인도 정치야만족의 속성이 다분히 있으니 그리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다. 국민은 기존 정치를 파괴할 정치야만족을 갈망하니까!
그런데 안철수는 여태 나타난 그 어떤 정치야만족 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정치 문명을 더 무시하는 차원이 다른 야만족인 것처럼 보인다.
당선도 쉽지 않지만, 설사 당선돼도 성공적인 국정운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안철수의 당락에 관계없이 제3의 정치세력의 구심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인 안철수에 대한 바램의 마지노선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치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낮으면, 이 역시 연목구어라는 얘기다. 안철수에 기대서 새로운 정치를 하려고 하려는 사람은 생각 고쳐 먹어라는 얘기다.
4. 내 가치판단의 나침반이자 북극성은 위대한 생각이 없는 정치집단은 결코 위대한 정당도, 위대한 나라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암만 뜯어 봐도 안철수에게는 위대한 생각이 없다. 안철수는 나폴레옹이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박근혜나 문재인에게 그런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나라, 아니 좋은 정치와 좋은 나라를 만들 생각이 있는 사람은 기본부터 새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5. 정치혁신에 대해서 한마디 하련다.
안철수는 출마선언문에서도 '정치혁신'을 강조했다. 나 역시 안철수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핵심 가치 내지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
출마선언문에서는 '선거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문제 삼았다. 출마선언문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심모원려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약간 구체화된 '정치혁신' 비전이 나왔다.
정치인은 모든 이권과 단절해야 한단다. 국회는 특권을 버려야 한단다. 공직자의 독직과 부패에 대한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단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공비처 신설 등) '대통령 한 사람이나, 정권에 따라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겠단다.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바꿔야' 한단다. 자신은 낡은 정치의 산실인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지 않단다. 빚진 게 없단다. 공기업 감사를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단다. 선거도와줬다고 공직 나눠주지 않겠단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하는 자리를 1/10 이하로 줄이겠단다.
물론 맞는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 정치의 혁신을 가로막는 주된 질곡 내지 대립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이제는 확연하다.
솔직히 이전에는 '(주변에 생각 좀 있는 참모들도 있는데) 설마 안철수가 그렇게까지 (저질 정치에 대해) 피상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 아닐거야' 하고, 솟구쳐 오르는 의구심에 도리질을 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민주주의의 주적은 관료와 이익집단을 제대로 리드 하지 못하고,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제도와 정책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하는 부실한 정치다. 그래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관주주의 국가처럼 되었다. 이권정치의 뿌리는 여기에 있다. 부실한 정치는 정치집단과 지식사회의 국가경영 노하우 부족과 용기/강단(소명의식) 부족이 근인 이다. 하지만 근본원인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겨레 칼럼 글을 대신한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가 결합하여 영호남에서는 두 유력 정당의 정치 독점이 뿌리 내린 지 오래다. 이와 더불어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제와 전쟁, 분단, 독재가 낳은 공포와 혐오가 가세하면서 두 당의 정치독점 현상이 전국화되어 버렸다. 정치적 선택지가 두 당 외에는 사실상 없고, 낙선자의 표는 사실상 사표가 되다 보니, 실정에 대한 응징과 변화를 바라는 표심이 두 정당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해왔다.
물론 여기에는 충청에 기반을 두었던 당과 특정 계층 및 이념에 기반을 두었던 당의 간판 인물과 이념·정책적 부실도 일조하였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하면, 아니 못하게 만들면 자동으로 승자가 되는 시스템, 승자가 행사하는 너무 많은 자의적 권능(국가폭력·규제·재정·자리 등), 소선거구제가 주조한 ‘땅개 정치인’의 협소한 안목, 뒤틀린 역사가 각인시킨 공포와 혐오 등이 분열, 증오, 무개념 정치의 뿌리이자 안철수 현상의 뿌리일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한국 정치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조만간 대선후보들이 헌법,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혁 공약으로 응답할 것이다.
그런데 저질 정치, 부실 정치의 주요 요인임에도 잘 거론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부실한 정치 콘텐츠다. 양극화, 일자리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부실하다는 얘기다. 교수, 언론인, 직업관료 등 지식사회가 비방을 가지고 있는데, 정치집단이 알아먹지 못해서 문제라면 해결은 쉽다. 그러나 양극화, 일자리,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해법 등을 찬찬히 뜯어보면 정치집단에 훈수하는 지식사회 자체가 혼미하고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6. 진심의 정치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안철수는 "선거 때 급조한 무상보육정책을 몇 달 만에 뒤엎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겠습니까?" 묻는다. '정치는, 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약속을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공약과 정책은 진심일 때, 삶을 변화시킨다면서 신중하게 생각해서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놓겠다' 한다.
그런데, 양극화, 일자리, 청년의 절망,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 등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안철수의 말대로 공약과 정책이 진심이라면
'신중하게 생각해서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 놓는 것' 이전에,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을 아는 사람들과 정치인들이 공동으로 오랜 연구, 고민과 (정책과 공약의) 숙성 과정이 있어야 한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또 안철수 연구소의 바이러스 백신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았듯이, 정치와 사회를 바꾸는 좋은 정책과 공약도 마찬가지다. 예쁜 꽃(좋은 공약)은 건강한 줄기, 뿌리, 토양과 농부의 땀과 노력, 즉 건강한 정치생태계의 의 산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런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다. 특히 정치에 와서는 이런 생각이 멈춘다. 인기 내지 힘만 있으면 얼마든지 끌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정책과 공약은 급조된 캠프에서 밤 좀 새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500여개 포럼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 잘 갈무리 하면, 국민 참여 잘 조직하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장하성 같은 사람--나는 매우 존중하고 경청하지만--이 외교안보 통일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을 다 총괄할 것이라는 어이없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한다.
정책과 공약은 하나의 가설 일뿐이다. 특히 탁상에서 주로 일하는 교수들이 만드는 정책과 공약은 더 더욱 그렇다. 현실 적용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 폐기 될 수 있다. 정책과 공약은 제품이나 기술 아이디어와 비슷하다. 담대한 정치적 상상력이 들어가는 일은 아무리 꼼꼼하게 검토해도 허점이 많기 마련이다. 그래도 시대는 이런 것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반공개적으로 던지고, 피드백을 받는 오랜 숙성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 때 급조한 공약은 몇 달만에 뒤엎는 것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나쁜 것은 공약을 급조하는 것이다. 틀린 줄 알면서도 밀고 나가는 아집이다.
사람의 진심은 단호한 표정과 (자신이 한) 약속이면 뭐든 지키는 공언으로부터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그의 오랜 삶의 궤적에서 보여진다. 안철수는 작년 9월 이후 도대체 뭐했나? 이게 국민에 대한 예의가 맞는가? 이게 상식인가? 이래서 정치혁신 하겠나?
내가 근거없이 안철수에게 위대한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할 얘기 많지만, 오늘은 이만. 소감 내지 비평은 아직 많이 남았다.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나는 10월, 11월에 어떤 캠프에도 안가기로 했다. 대신에 그 동안 내가 존경하는 선수들과 오랜 기간 연구., 토론을 통해 숙성시킨 정책 솔루션들을 정책아카데미와 비전 콘서트 등을 통해 발표하기로 했다. 대선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얘기는 희미한 촛불이다. 이것을 횃불로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대선 주자의 몫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에게 다 열려 있다.)
1. 세부 정책(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시대(모순부조리)인식과 철학, 가치, 핵심 정책기조를 집약집중한 "정책 비전 선언문"으로 일성을 터뜨린 것은 좋다. 이건 다른 대권 후보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좋게 평가해 줄 것은 오직 이것 하나 뿐이다.
내용은 정말 구구절절 한숨 나오는 소리로 점철되어 있다. 가장 강조한 '정치혁신'과 '진심의 정치'에 대해서만은 뒤에 한마디 하려고 한다.
2. 이런 중요한 글이 나오면 우리 같은 정책 연구소가 긴급 선수/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어떤 언론사 보다, 정치평론가 보다 훨씬 깊이 있는 비평(논평)을 해 줘야 한다.(상대 후보 캠프나 정당 대변인 실이 가장 발빠르겠지만, 이 쪽은 중립적 논평이 아니라 흠집 잡기가 본령이다)
아무튼 대통령제 하에서는 언론이나 지식사회가 이런 연구소가 뭐라고 하는지 귀를 기울여 줄 정도가 되어야, 다시말해 지적 권위 집단이 있어야 나라가 제대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연구소는 긴급 선수 좌담회를 열만한 역량이 안된다. 상근 연구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촌평이나 하려한다.
3. 결론부터 먼저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안철수의 생각과 이번 선언문과 그 동안의 행보를 종합해 본 결과 안철수는 아무래도 "정치 야만족"에 가까운 것 같다. 야만족이란 원래 기존 문명이 오랫동안 축적한 합리적 핵심이나 성과를 거의 이해하지도 못하고, 단지 무시무시한 힘으로 파괴할 뿐이다. 기존 문명을 파괴는 하지만,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면 이명박이야말로, 기존 여의도 정치문법을 경멸한 정치야만족의 대표이다. 그 말로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기존의 정치문법과 너무나 다른 문법을 구사한 노무현도(민주당 분당, 당정분리, 대연정 등), 정치 입문 1년 만에 민주당 후보를 꿰찬 문재인도 정치야만족의 속성이 다분히 있으니 그리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다. 국민은 기존 정치를 파괴할 정치야만족을 갈망하니까!
그런데 안철수는 여태 나타난 그 어떤 정치야만족 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정치 문명을 더 무시하는 차원이 다른 야만족인 것처럼 보인다.
당선도 쉽지 않지만, 설사 당선돼도 성공적인 국정운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안철수의 당락에 관계없이 제3의 정치세력의 구심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인 안철수에 대한 바램의 마지노선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치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낮으면, 이 역시 연목구어라는 얘기다. 안철수에 기대서 새로운 정치를 하려고 하려는 사람은 생각 고쳐 먹어라는 얘기다.
4. 내 가치판단의 나침반이자 북극성은 위대한 생각이 없는 정치집단은 결코 위대한 정당도, 위대한 나라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암만 뜯어 봐도 안철수에게는 위대한 생각이 없다. 안철수는 나폴레옹이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박근혜나 문재인에게 그런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위대한 나라, 아니 좋은 정치와 좋은 나라를 만들 생각이 있는 사람은 기본부터 새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5. 정치혁신에 대해서 한마디 하련다.
안철수는 출마선언문에서도 '정치혁신'을 강조했다. 나 역시 안철수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핵심 가치 내지 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잘 잡았다고 생각했다.
출마선언문에서는 '선거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문제 삼았다. 출마선언문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심모원려가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약간 구체화된 '정치혁신' 비전이 나왔다.
정치인은 모든 이권과 단절해야 한단다. 국회는 특권을 버려야 한단다. 공직자의 독직과 부패에 대한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단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공비처 신설 등) '대통령 한 사람이나, 정권에 따라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겠단다.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바꿔야' 한단다. 자신은 낡은 정치의 산실인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지 않단다. 빚진 게 없단다. 공기업 감사를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단다. 선거도와줬다고 공직 나눠주지 않겠단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임명하는 자리를 1/10 이하로 줄이겠단다.
물론 맞는 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 정치의 혁신을 가로막는 주된 질곡 내지 대립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이제는 확연하다.
솔직히 이전에는 '(주변에 생각 좀 있는 참모들도 있는데) 설마 안철수가 그렇게까지 (저질 정치에 대해) 피상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 아닐거야' 하고, 솟구쳐 오르는 의구심에 도리질을 했는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민주주의의 주적은 관료와 이익집단을 제대로 리드 하지 못하고, 시대적 요구에 맞춰 제도와 정책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하는 부실한 정치다. 그래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관주주의 국가처럼 되었다. 이권정치의 뿌리는 여기에 있다. 부실한 정치는 정치집단과 지식사회의 국가경영 노하우 부족과 용기/강단(소명의식) 부족이 근인 이다. 하지만 근본원인는 제도적 문제가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한겨레 칼럼 글을 대신한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지역주의가 결합하여 영호남에서는 두 유력 정당의 정치 독점이 뿌리 내린 지 오래다. 이와 더불어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제와 전쟁, 분단, 독재가 낳은 공포와 혐오가 가세하면서 두 당의 정치독점 현상이 전국화되어 버렸다. 정치적 선택지가 두 당 외에는 사실상 없고, 낙선자의 표는 사실상 사표가 되다 보니, 실정에 대한 응징과 변화를 바라는 표심이 두 정당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해왔다.
물론 여기에는 충청에 기반을 두었던 당과 특정 계층 및 이념에 기반을 두었던 당의 간판 인물과 이념·정책적 부실도 일조하였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하면, 아니 못하게 만들면 자동으로 승자가 되는 시스템, 승자가 행사하는 너무 많은 자의적 권능(국가폭력·규제·재정·자리 등), 소선거구제가 주조한 ‘땅개 정치인’의 협소한 안목, 뒤틀린 역사가 각인시킨 공포와 혐오 등이 분열, 증오, 무개념 정치의 뿌리이자 안철수 현상의 뿌리일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한국 정치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조만간 대선후보들이 헌법,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혁 공약으로 응답할 것이다.
그런데 저질 정치, 부실 정치의 주요 요인임에도 잘 거론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부실한 정치 콘텐츠다. 양극화, 일자리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부실하다는 얘기다. 교수, 언론인, 직업관료 등 지식사회가 비방을 가지고 있는데, 정치집단이 알아먹지 못해서 문제라면 해결은 쉽다. 그러나 양극화, 일자리, 경제민주화, 비정규직 해법 등을 찬찬히 뜯어보면 정치집단에 훈수하는 지식사회 자체가 혼미하고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6. 진심의 정치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안철수는 "선거 때 급조한 무상보육정책을 몇 달 만에 뒤엎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겠습니까?" 묻는다. '정치는, 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고 약속을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공약과 정책은 진심일 때, 삶을 변화시킨다면서 신중하게 생각해서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놓겠다' 한다.
그런데, 양극화, 일자리, 청년의 절망, 사회적 약자의 억울함 등을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안철수의 말대로 공약과 정책이 진심이라면
'신중하게 생각해서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 놓는 것' 이전에,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을 아는 사람들과 정치인들이 공동으로 오랜 연구, 고민과 (정책과 공약의) 숙성 과정이 있어야 한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이, 또 안철수 연구소의 바이러스 백신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았듯이, 정치와 사회를 바꾸는 좋은 정책과 공약도 마찬가지다. 예쁜 꽃(좋은 공약)은 건강한 줄기, 뿌리, 토양과 농부의 땀과 노력, 즉 건강한 정치생태계의 의 산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런 개념이 없어도 너무 없다. 특히 정치에 와서는 이런 생각이 멈춘다. 인기 내지 힘만 있으면 얼마든지 끌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정책과 공약은 급조된 캠프에서 밤 좀 새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500여개 포럼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 잘 갈무리 하면, 국민 참여 잘 조직하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장하성 같은 사람--나는 매우 존중하고 경청하지만--이 외교안보 통일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을 다 총괄할 것이라는 어이없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한다.
정책과 공약은 하나의 가설 일뿐이다. 특히 탁상에서 주로 일하는 교수들이 만드는 정책과 공약은 더 더욱 그렇다. 현실 적용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 폐기 될 수 있다. 정책과 공약은 제품이나 기술 아이디어와 비슷하다. 담대한 정치적 상상력이 들어가는 일은 아무리 꼼꼼하게 검토해도 허점이 많기 마련이다. 그래도 시대는 이런 것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반공개적으로 던지고, 피드백을 받는 오랜 숙성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 때 급조한 공약은 몇 달만에 뒤엎는 것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나쁜 것은 공약을 급조하는 것이다. 틀린 줄 알면서도 밀고 나가는 아집이다.
사람의 진심은 단호한 표정과 (자신이 한) 약속이면 뭐든 지키는 공언으로부터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그의 오랜 삶의 궤적에서 보여진다. 안철수는 작년 9월 이후 도대체 뭐했나? 이게 국민에 대한 예의가 맞는가? 이게 상식인가? 이래서 정치혁신 하겠나?
내가 근거없이 안철수에게 위대한 생각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할 얘기 많지만, 오늘은 이만. 소감 내지 비평은 아직 많이 남았다.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나는 10월, 11월에 어떤 캠프에도 안가기로 했다. 대신에 그 동안 내가 존경하는 선수들과 오랜 기간 연구., 토론을 통해 숙성시킨 정책 솔루션들을 정책아카데미와 비전 콘서트 등을 통해 발표하기로 했다. 대선 때 우리 같은 사람들의 얘기는 희미한 촛불이다. 이것을 횃불로 사용하는 것은 오로지 대선 주자의 몫이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에게 다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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