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촉구에 앞서

박명림 교수는 내가 매우 경청하는 정치학자 중의 한 명이다.

(한국 현실 정치판에서는 정치학자만큼 무시 당하는 학자군은 없을 것이다. 정치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모처럼 오늘자 한겨레신문에 장문의 "단일화 촉구"글을 썼다.

역시 단어 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깊은 고민과 풍부한 연구가 서려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세상을 이루기 위한 "정치연합-사회협약"이 필요하다는데 무슨 이의가 있겠는가? 공감한다. 그런데 좀 허전하다.

이젠 이런 고민을 좀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왜 한국에서 "정치연합-사회협약"이 잘 안되는지?

어렵사리 집권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과연 "보수 절대 우위"라는 정치 지형 때문에 개혁을 제대로 못했는지?

민주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취약한(?) 힘으로도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못한 것이 무엇인지? 왜 못했는지?

개헌, 선거제도개혁, 국보법-사학법, neis갈등, 한미fta, 당정분리......또 있다. 김대중 정부의 4대개혁(기업, 금융, 공공, 노동)!!!

내가 보기엔 하나 같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어떤 것은 좌파나 근본주의자들의 반대로,

어떤 것은 노무현정부의 정치적, 정책적 미숙이나 과욕으로 그르친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소리없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급소찌르기) 개혁을 못한 것이 너무 많다.

단적으로 교장 자격제한 철폐, 투표시간 연장 혹은 공공부문 취업 지망생에 대해 투표 의무화 등.

2004년 민노당은 참여정부를 주타방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물론 민노당의 오류 보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정부의 오류가 월등히 크다. 박명림 교수의 글에는 민주-개혁-진보-중도-노동은 선(최소한 차선) 보수는 악 혹은 주적이라는 도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의 문제를 뜯어 보면 불합리한 기득권을 결사옹위하려는 것은 보수 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국내투자와 고용을 극력 기피하도록 하는 것은 보수의 탐욕 내지 자본 파업이 아니다.

한국 같은 환경에서는 자연스런 선택이다. 한번 채용하면 정년보장을 당연시 하는 상황, 공무원의 수준의 안정성을

당연시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고용을 팍팍 늘릴 수 있겠는가?

쌍용차 문제, 한진중공업 문제가 민주진보개혁시민 세력의 힘이 세면 풀리나?

박교수의 이 말(낮은 참여와 보수 절대우위 탓)은 틀린 말이다.

"한국 정치는 ‘낮은 참여’와 ‘보수 절대우위’가 만나면서 근본적 국가개혁과 인간문제 해결에 계속 실패해왔던 것이다.

특히 재벌·관료·언론·종교·금융·법조·교육 영역 모두 보수가 압도하는 현실에서 기업화·경쟁화·사사화·양극화로 질주

" 언론, 종교, 법조는 확실히 보수 절대 우위가 맞다. 그러나 재벌, 금융, 교육, 관료 영역에는 신의 직장을 만든 우리나라 최강의 노조들이 공생하고 있다. 공공적 역할을 거의 못한다. 관료는 부처(성격)에 따라, 사회주의 성향도 있고, 신자유주의 성향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소악이고, 쟤들이 거악이지 일단 우리편의 허물은 덮어두자고?

그런데 악은 일종의 구조다. 사람 인자처럼 서로 의존한다. 적대적 의존 관계다.

우리가 스스로 개혁하면, 우리의 기득권을 약간이라도 내 놓고, 합리, 상식, 공공, 공평을 쫓으면, 보수 진보 양쪽을

다 같은 오랑캐로 보는 성밖의 민심이 진보개혁으로 쏠린다. 보수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이 녹아 내린다.

쭈그러진 풍선을 필 때는 쭈그러진 곳 하나하나를 잡아 당기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불어넣으면 되듯이,

모순부조리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선 내지 소악, 쟤들은 거악 내지 주타방"이라는 사고가 언제나 바뀔런가?

우리 안의 적, 우리 안의 불합리한 기득권을 먼저 버리면, 역사의 주도권이 오는데. 사회협약과 비전이 먼저 오면

정치연합이 따라 올 것 같은데.....좋은 글이지만 좀 답답한 마음 어쩔 수 없다.

 

“보수 절대우위 국가 혁신하려면 개혁-중도세력 연합 필요” www.hani.co.kr 2012 단일화 탐구 기고/박명림 교수가 본 단일화 의미


덧글

  • 無碍子 2012/10/29 11:43 # 답글

    “정치연합-사회협약”에 대해 가르침을 청합니다.

    1. 김대중-김종필 연합, 노무현-정몽준 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광명천지에 소수 엘리트들의 합종연횡이 정당하다고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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