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팀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둔 덜컥수 때문에, 대마가 2집을 내고라도 살기 위해서 울며겨자 먹기로 연이어 돌을 놓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쓴다. 페북 글치고는 길게 쓰는 것은 안철수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수가 아직은 있는 것 같아서다.
안철수의 핵심 주장은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재벌, 정규직 노동자 등 기득권자들의 양보, 자제,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기득권 양보는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안철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년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 굉장히 어려워진다" "재벌에게 자기가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해야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요구해야한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 직원들이 어느 정도 내려놓을 것이 있다" "그런데 정치권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희생하지 않으면서 그걸 요구할 수 있나?" "당장 내년부터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지금 정치권이 자기가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요구할 수 있다"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하라, 재벌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기 힘들다"
이 같은 안철수의 주장을 들으면 만감이 교차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 직원들도 어느 정도 내려놓을 것이 있다'는 것, '단기간에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면 많은 영세상인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점진적으로 상향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것(안철수와 문재인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공약했다) 등은 내 지론과 완전히 같다. 이런 얘기는 현장에서는 상식이지만, 정치권에서는 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니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런 논리, 즉 기득권 양보 논리로 국회의원 정원 축소를 내걸었고, 여기에 대해 다양한 반론이 일자 "지엽적인 논쟁으로 몰려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로 안타깝고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은 첫째, 안철수야 말로 정치 혁신 논쟁을 완전히 지엽적인 방향(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으로 틀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진짜 문제는 정치의 구조적 무능, 부실, 혼미를 초래하는 제도(선거제도, 공천제도, 정당법, 헌법 등)이다. 여기서 양당의 정치독과점체제가 만들어졌다. 그나마 이 거대 양당은 사실상 적대적 의존체제이자 정치적 교착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소 진짜로 양보를 요구해야 할 "정치 기득권"은 이를 구조화한 법/제도인데, 안철수는 완전히 엉뚱한 것을 잡아서 변죽을 올리고 있으니.......(국회의원 정수에 관한 국제표준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의원정수 얘기를 도대체 왜 하나?)
둘째, 안철수는 수십 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도적 문제와 어려운 경제난국을 탈피하기 위한 제반 경제사회 주체들의 일시적인 고통분담(양보와 자제)을 뒤섞어 버렸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정 정치권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면 세비 30% 반납, 국회의원 연금 폐지 내지 4년간 유보 등 여러가지가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은 이런 식의 고통 분담을 많이 한다.
세째, 안철수의 정치 혁신에 대한 문제의식, 즉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헷갈리기 때문이다. 갈짓자 걸음을 하기도 하고 앞뒤가 안맞는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10.7 선언문에서 한국 사회의 발전을 옥죄는 핵심 질곡(주된 대립물)을 “낡은 체제, 기득권, 특권, 반칙, 독점”으로 정의 하였다. 선언문의 표현은 이랬다.
“수십 년 동안 정치와 경제 시스템을 장악하고, 소수 기득권의 편만 들던 낡은 체제” “부정과 불의, 부패한 낡은 체제” “특권과 반칙으로 부가 집중되고, 기회가 박탈되는 낡은 경제” “특권이 끊임없이 확대되는 불공정한 기득권구조”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구조” “특권과 독점을 묵인하고 조장하는 정책”
나는 10.7 선언문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이 엄청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이 의원 정수 감축 등으로 기득권을 내놓는다??? 어이가 없다. 기득권 양보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내놓을 기득권, 목숨 걸고 때려 부숴야 할 기득권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이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가 실력이 생기도록, 이익집단에 대해 강건하도록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공비처를 신설"과 "의회의 동의, 추천 항목을 늘리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나온 것 아닌가? 그러던 안철수가 정치 비용 저감, 개입 범위 축소로 논점을 흐렸으니!!!
분노한 국민들이 "쌈박질이나 하는 국회의원 놈들을 몽땅 배에 실어 태평양 바다에 처 박아야 한다"고 성토한다 해서 이들을 숫자를 줄이고, 힘(권능)을 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포퓰리즘이 아니면 뭐가 포퓰리즘인가??? 이보다 더 얄팍한 문제의식이 어디에 있을까!!!
한국 정치의 진짜 문제를 따질 때는 분노한 국민의 소리도 경청해야 하지만, 엔지니어링의 기본인 " back to the basic" 방법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만 갖고 따져보자. 국회의원은 입법을 하고, 3백 몇십조의 예산·결산안을 심의, 의결하고, 수많은 거대한 행정부(산하기관)을 국정 감사·조사를 하고, 대정부 질의를 한다. 이 기능 하나하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따져 봐야 한다. 당연히 그 어느 기능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한국 국회는 오랫동안 입법부가 아니라 통법부로 기능했다. 대통령과 관료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지배했다. 1987년 이후에는 입법부의 권능이 강화되긴 했으나, 그보다 훨씬 빠르게 사법부(법원, 헌재)와 사회, 시장에서 활동하는 경제사회 주체들(기업, 노조, 언론, 종교, 사학, 직능협회 등)의 자율권과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이들은 국가의 모든 영역에 다양한 형태로 개입하여 자신들의 협소한 이익을 관철시켜왔다. 뿐만 아니라 입법, 행정, 사법의 행위가 면밀히 고려해야 할 국제․국내적 변수는 점점 늘어나면서 직업공무원의 배타적 전문성도 키워 왔다.
요컨대 국민이 직접 통제하는 공공리더십은 취약한 데 반해, 국민이 간접 통제하는 관료의 배타적 영역은 늘어나고, 민간․시장 영역 주체들의 영향력은 일취월장하면서 국가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관주주의 국가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재벌공화국 소리가 나오고, 각종 관료 마피아가 준동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검사, 판사, 헌법재판관들도 행정부 고위관료들처럼, 퇴임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부자의 꿈을 이루려는 충동이 아주 강한 나라이다. 이는 사법정의에 엄청난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통제하는 공공(입법, 행정, 사법)리더십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하여 개입의 범위를 넓히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국회의원들이 법안 내용 심의는 커녕 법안 명도 모르고 무더기로 통과시킨다. 전문가들과 소통은 커녕 로비력 강한 이해관계자들의 대변인 노릇이나 한다. 입법과 예산의 기본인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밀려오는 도전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총 유권자 4천만명 중에서 200명이든 300명이든 추첨을 통해서 국회를 구성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설득력을 더해하고, 국회의원 정수 줄이고, 세비 줄이고, 특권 줄이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명의는 돌팔이 의사와 달리 질환이 생긴 메카니즘을 안다. 근본 원인을 파악하여, 환부와 먼 부위나 기관을 정상화 한다. 정치 부실, 불신에 대한 돌팔이의 처방과 명의의 처방이 무엇인지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안철수와 대한민국이 사는 길은 명의의 처방, 즉 진짜 정치 혁신안을 내놓는 것이다. 이건 무슨 비책도 묘수도 아니다. 안철수가 좋아하는 상식이다. " back to the basic" 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2집 내고 사는 수 그만 두고, 텅 빈 곳에 착점을 했으면 한다.
세상을 보는 다른 눈 "뷰스앤뉴스" - 안철수 "내 주장에 왜 70% 국민 찬성하는지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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