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사메무초? 높사매 미쳐!

베사메무초높사매 미쳐!

 

-높이사다리매트리스(사회 안전망때문에 미칠 것 같은 사회-

 

 

 

중국인들이나 한문(漢文)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어떻게 해석할 지 모르겠지만대관소찰(大觀小察)이라 쓰고, ‘크게 보되 작은 것도 세밀하게 살피라'는 뜻으로 풀면 대체로 끄덕끄덕한다. ’소찰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생활인들에게 체화 된 습성이다. ’대관은 정치와 정책을 논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덕목이지만체화된 사람은 별로 없다.’대관은 거시적 통찰을 말한다사건·사물을 바라볼 때 사고의 시공간을 확장하여 맥락도 보고핵심과 구조도 본다는 의미다내가 사는 동네지역나라를 ’대관소찰하려면 산 위에도 올라가고지도나 위성사진도 보고각종 사회 통계 자료도 본다높은 데서멀리서 조망하는 시각과 성실한소찰을 내포한 추상화·수치화와 상호 비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찰‘ 없는 ’대관을 흔히 공리공담(空理空談),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대관’ 중의 하나가아마 OECD통계 지표와 마르크스주의적 프레임일 것이다. GDP 대비 복지·교육 재정 비율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등 수많은 OECD 통계 지표는 복지국가 담론의 주요한 근거이다마르크스주의적 프레임은 사회를 노동과 자본의 대립 투쟁으로 본다양극화를 자본특히 재벌대기업의 과잉 착취 및 과도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의 산물로 본다이는 신자유주의 주적론과 경제민주화론의 주요한 근거이다그런데 결론만 말하면 이들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어도 중대한 결함이 있다.한 사회의 모순부조리와 개혁 방향을 제대로 '대관'하려면 높이(격차/낙차), 사다리매트리스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높이는 처우소득자산권능 등의 합리적 격차 혹은 사회적 인센티브 문제다사다리는 경쟁 기회나 계층 이동성 문제다매트리스는 사회안전망 문제다거칠게 단순화하면 높이(격차)는 공평사다리는 공정매트리스는 복지 문제다공평·공정은 시장이라는 1차 분배구조를 주로 다루며복지는 조세재정에 기반을 둔 2차 분배구조를 주로 다룬다.한국에서 정치와 정책을 논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매트리스에 비해높이(격차)와 사다리 문제를 경시해 왔다또한 ‘양극화 ‘경제력 집중이라는 말로 높이나 격차의 크기는 문제 삼았지만격차의 성격과 적정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좋은 부동산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에 엄청난 자산소득기회 격차가 있다좋은 학위학벌자격증 소지자와 비소유자 간에도 마찬가지다잘 나가는 산업기업(재벌 및 수출대기업종사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근로조건 격차도 매우 크다그런데 전자의 높은 수익은 국내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착취의 소산만으로 볼 수는 없다매출·이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국가가 진입 규제를 하는 부문(금융방송통신법률의료 등)과 그렇지 않은 곳의 근로조건 격차도 매우 크다선진국과 달리 공공부문이 최고 선망의 직업·직장이다노조는 주로 잘 나가는 산업기업과 공공부문과 국가규제부문에 포진하고 있다노조원과 공공부문 종사자는 대체로 노동의 최상층인데선진국과 달리 자신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 및 생산력(1인당 GDP)에 상응하는 적정한 처우 수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과도할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격차로 인해 생기는 문제와 일자리 말살 시스템 -고용창업창직 기피 및 구조화된 중소기업 인재/자금난은 덮어 놓고단지 고소득자를 주대상으로 하는 세율인상과 대기업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세계화와 지식정보화 등으로 인해 인간의 수명을 제외한 모든 것의 수명이 짧아지고변화부침이 극심해진 현실에서 기업노동국가가 부담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한마디로 유연안정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없다이는 교수변호사정치인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이것이 과도하고 불합리한 격차를 만들고비교우위 산업·부문으로 하여금 노사 담합하에 신규고용 창출보다는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이렇듯마르크스주의적 대관 혹은 신자유주의와 재벌대기업의 과잉착취로는 설명 안되는 현상이 너무 많다.

 

 높이도 문제지만 사다리 문제도 그 못지 않게 심각하다한국에서는 부와 권력과 명예로 접근하는 거의 모든 길은 학위·시험 사다리(학벌학위,자격증)로 통한다이 승자에게 너무 많은 권리이익이 주어진다국회정당검찰,법원헌재청와대,로펌 등에 포진한 1만 수천 명의 사법고시 출신자들과 청와대와 주요 행정부처를 좌지우지 하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과 교수들의 위력을 생각해 보라이는 선진국에서는 선거나 시장(실전)에서 검증된 실력을 통해 가는 자리를 고시공시학위를 통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런 구조에서는 살인적 교육시험 경쟁과 과잉 고학력화사교육 광풍입시 비리는 필연이다.

 

 

 

 

 

거시적 통찰과 거대 담론(이념·정책 패러다임)은 동전의 앞 뒷면 관계이다따라서 거시적 통찰이 잘못되어 탁상공론이 넘쳐나면 이념 무용론이 나오게 되어 있다.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마르크스주의적 대관의 변주곡인 신자유주의 시비가 넘쳐나는 한국 얘기다.

 

 

 

거대하고 복잡한 사회를 종합적균형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좋은 거시적 통찰이 필요하다정치의 핵심 화두인 ’우리 사회가 어디쯤 있고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면시대와 현실을 종합적균형적실사구시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즉 좋은 ’대관소찰이 절실히 필요하다높이사다리매트리스라는 프레임 혹은 공평,공정복지라는 프레임은 독특한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좋은 프레임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복지국가는 많은 세금과 큰 공공부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일을 해서 세금을 내는 사람과 노력·실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다양한 사다리가 많아야 한다격차가 적정해야 한다합리적이어야 한다그래야 소모적 경쟁과 과잉 교육 투자가 해소된다전쟁을 방불케하는 대기업 구조조정 갈등도 해소된다대기업의 극심한 고용기피도 해소된다.공공부문이 다목적댐처럼 경기 부진시 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흡수)하고경기 활성화시에는 고용을 방출할 수 있다지금처럼 최고선망의 직업직장이 되어 버리면함부로 늘릴 수도 없고,늘려서도 안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여부담과 권리이익의 균형곧 공평(합리적 격차 혹은 높이)이다이는 힘센 이익 집단이 누리는 권리이익을 투명하게 드러내야만 쟁취할 수 있는 가치다복지국가는 세금과 복지라는 기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합리적 격차다양한 사다리높은 투명성이라는 인프라와 초석 위에 건설된다.  베사메무초라는 노래가 있다그런데 한국은 '높사매미쳐'라는 노래를 분노와 한숨으로 불러야 하는 나라다높이사다리매트리스의 불합리로 미칠 것 같으니까!  

 

이 기사는 2013년 격차와 사다리 매트리스(사회안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내일신문에 기고한 것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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