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병 보궐선거 불역열호(不亦悅乎)!

노원병 보궐선거는 씁쓸한 ‘앞맛’과 개운한 ‘뒷맛’이 있는 희한한 선거다. 앞맛이 씁쓸한 것은 무엇보다도 노회찬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 자체도 납득이 잘 안가지만, 투표한 유권자들도 모르지 않는 그 오래된 송사(訟事)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의원직 박탈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매년 4월과 10월에 있는 재보궐선거 그 자체다. 어김없이 ‘중간평가’ ‘심판’ ‘응징’ ‘견제’ ‘경종’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든 총・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형성된 권력 지형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입법 행위는 확실히 지체, 마비시키고, 정치의 시야는 협소하게 만들고, 국민적 관심은 좁은 지역에서 소진시킨다.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과 정당과 주요 정책을 제대로 평가, 심판할 수 있도록, 2년 마다 권력 지형을 진짜로 바꿀 수 있는 큰 선거를 배치하여 재보궐 선거를 통합하자는 것이다. 헌법을 고쳐 4년 임기 국회의원을 절반씩 뽑든지, 아니면 비례대표 의원과 지역구 의원을 50대 50으로 하되, 비례의원의 임기는 2년으로 줄이는 방법 등으로! 

총대선과 지방선거의 간격이 2년이니 선거주기는 적절하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및 정당에 대한 분노를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에게 묻는 것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들의 공과 혹은 실적으로 심판 응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아무튼 총대선처럼 권력 지형을 바꾸는 것도 아니요, 주요 정치적, 정책적 쟁점(정책)을 결정하는 것도 아닌, 몇몇 지역의 재보선을 놓고,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1년에 두번씩 보는 것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그런데 국민들도 강하게 요구하지 않고, 의원들은 당연히 피곤해하는 이 제도가 내 생애 내에 정착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원병 보궐선거의 뒷맛은 왜 개운하냐고?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서? 미워하는 사람 혹은 정당이 창피를 당할 것 같아서? 전혀 아니다. 

안철수 세력은 정치적 지각 변동의 진앙지 확보 차원에서 안철수가 직접 출사표를 던졌고, 노회찬과 진보정의당 역시 서울에서 유일한 정치적 거점 사수 차원에서 부인 김지선이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통합당 역시 결코 모르쇠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안철수와 김지선의 출마로 인해 주요 정치 집단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생존 투쟁을 벌이면서, 각자의 맨 살과 맨 얼굴을 보여줄 것 같아서다. 

‘묻지 마 정권심판’, 진보판 ‘우리가 남이가?’ 사상(진보-보수 진영적 사고), 정치적 메시아에 대한 기대와 환상, 왕년에 고생 좀 한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신뢰와 부채감 등 정치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거품 내지 족쇄들이 거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갈 것 같아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이들이 간판 상품으로 팔아 온 새 정치, 민주, 진보, 정의의 실체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 볼 것이다. 

안철수는 타고 있던 ‘백마(白馬)’에서 내려와 금배지 하나를 위해, 노원병 지역의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머리를 조아리고 손을 내밀 것이다.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았고, 오랫동안 풍찬노숙을 하면서 민주화와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해 투쟁을 한 노회찬-김지선과 60년 정통 야당에다가 10년을 집권한 의석의 46%를 가진 거대 야당을 아직도 모호한 ‘새 정치’의 이름으로 눌러야 한다. 당연히 혹독한 비난, 냉대를 적지 않게 받을 것이다. 당신의 ‘새 정치’가 도대체 뭔지? 그 폭압의 시대에 뭐했는지? 지난 대선 때는 왜 그 따위로 행동했는지? 왜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남편이 억울하게 직장을 잃어 생계 위협에 노출된(?) 한 가족을 짓이기려 하는지? 등. 

뼈아픈 비판, 말 되는 소리, 말도 안 되는 비난은 노회찬-김지선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을 것이다. 세습 시비는 필연이다. 당신들이 부르짖는 진보와 정의가 도대체 뭔지? 민주노동당-진보신당-통합진보당-진보정의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의 노회찬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뛰어난 말재간 말고 보여준 것이 뭔지? 민주통합당에 넘쳐나는 ‘탄돌이들(탄핵에 분노한 표심에 힘입어 손쉽게 금배지를 단 의원들)’처럼, 이미 검증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묻지 마 MB심판-야권연대에 힘입어, 돌아온 한명의 ‘올드 보이’가 아닌지? 민주당 역시 안철수의 등장으로 인해 새누리당과 적대적 상호의존 체제하에서 누려온 독과점 이익이랄까 반사이익(거품)이 왕창 빠지는 사태를 맞고 있다. 생사를 건 혁신을 하든지, 죽든지 하는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다. 이 어찌 불역열호(不亦悅乎) 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나는 윤여준, 김종인 등 빼어난 멘토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너무 쉽게 대통령 자리와 민주당을 M&A 하려다가 실패한 안철수가, 이제 그리 매끄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그래도 진보 vs 보수, 호남 vs 영남의 진영 논리(영도 출마)를 벗어나서 정치의 기본 스텝을 밟으려 하니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망가지든, 신승을 하든 국민은 승리할 것 같다. 품질은 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생사를 건 일전을 벌이려는 정치인의 등장은 독과점 구조에 발목잡힌 한국 정치를 혁신시키는데 큰 자극제가 될 것이니! 그러니 어찌 불역낙호(不亦樂乎) 소리가 나오지 않겠는가? 

양당의 정치적 독과점 구조, 진보의 근거 없는 자부심과 게으른 성찰, 철지난 철학・가치 등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에게는 노원병 선거는 축복이다. 국민과 정치와 역사에게도 그럴 것이다. 당사자들에게는 곤혹스럽고 잔인한 싸움이겠지만......

정치 발전과 진보의 환골탈태를 고대하는 사람으로서 폼 잡고 말 좀 하자. 안철수! 노회찬-김지선-정의당! 민주당! 죽기 살기로 싸워라! 생사를 걸고 성찰하고 혁신하라! 자신이 꼭 돼야 하는 이유를 국민과 역사에게 설명하라! 이것이 정치 지도자에 관한한 너무나 박복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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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3년 3월 13일 한겨레 일보에 게재된 김대호 소장의 글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세상 읽기] 노원병 보궐선거의 두 맛 /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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