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개조계획> 놀랍다. 오자와이치로 대단하다. 책 비평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책이 인연이 되어, 20년 전에 나온 오자와 이치로의 <일본 개조계획>을 사게 됐다. 1994년 정가 5천원짜리 책인데, 얼마전 인터넷 중고서점서 6천원에 구입했다. 1판1쇄다. 별로 팔리지 않은 모양.

알고보니 오래 전에 읽은 지인이 여럿인데 반응이 별로고, 또 이 책을 거론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오자와 이치로에 대해서도 당 깨고 만들기를 즐겨하는 막후 실력자 내지 그저그런 '정객' 정도로 묘사하는 기사를 좀 봤고 해서, 나 역시 혹시 건질게 뭐가 있나 싶어 한 30분만 훑어 보자는 심정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이 책은 나에게는 금은 보화가 가득한 보석함이었다. 20년 전에 봤다면 뭔 소리 하나 했을 것 같다. 10년 전에 봤다면 한 번 쯤 읽을 만한 책 정도로 간주했을 것 같다. 그런데 사회디자인연구소 간판 메고, 여의도에서 8년 쯤 굴러서 그런지 보석함이다.(논어에 대해서도 나이 먹으면서 전혀 다르게 보인 경험이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지금 한국 사회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무슨 빛나는 통찰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20여년 전의 일본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과 대안이고, 무엇보다도 이를 책으로 써 낸 당사자가 20년 동안 치열하게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20년 전은 2014년 한국에 너무 많은 시사점을 준다.

1942년 생 오자와 이치로는 1990년대 초 자민당 간사장과 당내 최대 파벌 다케시타(竹下)파의 2인자였다. 이 파가 우노(宇野)·가이후(海部)·미야자와(宮澤) 총리를 결정했을 정도니,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총리가 되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그는 당시 40대 후반으로 젊었다. 그런데 오자와는 자민당의 장기집권 자체를 타파하기 위해, 그러니까 정권 교체와 책임정치를 위해 선거제도 개혁(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1993년 탈당을 결행했다. 한국 정치에서 많이 봐 온 유력 정치인들의 탈당, 창당과는 그 질이랄까 동기가 다르다. 그 이후 4번에 걸친 탈당-창당을 했다. 지금 일본 생활당 대표다.

20년 뒤 한국 사람이기에, 시간의 선물로 인해 훨씬 많은 것을 볼 수밖에 없는 김대호의 눈에는 좀 얕은 진단과 대안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어쨌든 큰 그림과 디테일이 조화를 이룬 총체적 국가 비전,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을 할 수 없는) 자신 및 자파의 정치기득권을 과감히 내 던지는 정치개혁 방안, 그리고 정치 생명을 건 실행 등은 역사 소설이나 좀 미화된 역사 영웅(메이지 주역?)에서만 봐 오던 행태다.

그런데 절망스러운 것은, 오자와 같은 정치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에 걸친 일본의 추락, 쇠퇴를 제대로 막지 못했는데, 오자와 발치에도 못가는 정치인들이 유력 대권주자로 설치는 한국은???!!! 기득권 내 던지고 정치의 정도를 걷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으니!!! 여의도 입도 8년 간 확실히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얼마 전 오자와 그룹이 한국을 다녀간 모양인데, 우리 정치권과 여론 주도층은 그를 별로 주목하지 않은 모양. 그래도 중앙일보가 긴 인터뷰를 했다. (오자와 그룹의 20년에 걸친 실험과 좌절, 교훈 등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녹슨 일본어 실력을 한번 다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http://joongang.joins.com/article/119/15851119.html?ctg=2002&cloc=joongang%7Chome%7Cnewslist1


덧글

  • 따뜻한 맘모스 2014/09/24 06:53 # 답글

    새정치민주연합을 결성한 안철수의원이 계시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리더도 조망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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