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보수 기준 자체가 잘못이다.

1시간 정도면 완성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대충 이틀에 걸쳐 8시간은 걸린 듯. 그래도 최단 시간이다. 마감에 맞춰 보내고 나니 (포도주나 된장이나 김치처럼) 글 역시도 숙성에는 절대적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 리셋 내지 재부팅을 최소 두세 번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충분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글은, 논리도 약간씩 튀고 적확하지 않은 표현이 끼어 있다. 이 글에서는 "인구급감"과 "하위직을 왕창 올리고 상위직은 많이 내려야 한다"는  문장이 그것이다. 내 진의는"저출산=(소비를 주도하는) 젊은층 급감"과 "하위직 및 신참자(저호봉)"을 왕창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2천만원 내외의 9급1호봉을 250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호봉제를 대폭 약화시키고, 직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임금(격차)체계를 전제로......

공무원 급여체계와 기준은 개발연대, 민간 기업들이 일취월장하던 시절, 공직에 인재를 잡아두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전제들이 너무 바뀌었다. 전반적인 저성장인데 그나마 일부 글로벌 기업/산업만 고속성장한다. 세계화, 지식정보화, 중국과 인도의 웅비 등으로 인해 인간의 수명 빼놓고 모든 존재들의 수명이 짧아졌다.

고시공시로 공무원 뽑아서 오랜 기간 순환보직-교육훈련 정도로 대응할 수 없는 전문성이 부지기수다. 이건 민간에서 바로 충원해야 한다. 아무튼 내가 단 제목은 '공무원 보수 기준 자체가 잘못이다' 였는데, 편집국에서는 더 직설적으로 달았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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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대호]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 공무원들
입력 2014-11-01 03:00:00 수정 2014-11-01 03:00:00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공무원연금은 당장 고쳐야 하는 심각한 부조리다. 그런데 이는 거대한 부조리의 빙산에서 수면 위로 나온 10%일 뿐이다. 나머지 90%는 공무원 보수기준, 호봉제, 임용방식, 정년 등이다. 이 제도들은 한때는 산업화, 민주화의 견인차였지만 이제는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부조리로 바뀌었다. 공무원 보수 책정 기준이 대표적이다.

주요 국정통계를 집대성한 e-나라지표의 ‘공무원 보수 추이’에 따르면 그 기준은 ‘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중견기업의 사무관리직의 보수’다. 이것을 100으로 놓고 공무원 보수 수준을 따져 보니 2004년 95.9%에서 경향적으로 떨어져 2013년 84.5%로 내려왔다. 그런데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의 종사자는 누구며 얼마나 될까? 원자료인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서 뽑아 보니 총 308만5402명이다. 이들의 임금, 학력, 연령 자료를 토대로 보정을 거쳐 사무관리직 보수를 도출했단다.

그런데 2013년 말 우리나라 총 취업자는 2500만 명, 임금근로자는 1800만 명, 상용직은 1200만 명이다. 308만5000명은 상층 소수인 것이다. 일본이 공무원 보수 기준을 50인 이상 기업으로 잡은 것은 이 때문이다. 100인 이상 민간기업은 어떤 기업들일까? 아마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코레일 등 신의 직장 소리를 듣는 공기업들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독과점 이익을 누리는 은행, 방송, 통신, 항공, 정유회사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일본 미국 유럽에는 없거나, 최소한 독과점 이익은 못 누리는 기업·산업들이다. 물론 308만5000명의 상당수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글로벌 기업이 포함된 제조업에 속할 것이다.

문제는 제조업은 이상(異常) 고임금=고생산성=저고용이라는 것이다. 2010년 기준 취업자의 16.6%인 제조업이 부가가치의 30.7%(취업자 평균의 1.9배)를 창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3.9%가 14.9%(1배)를 창출했을 뿐인데. 게다가 힘 있는 노조들의 상당수는 이상 고임금의 제조업, 공기업, 독과점 기업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선진국 노조와 달리 임금과 근로조건 관련 산업적 사회적 기준(표준)을 정한다는 개념이 없다. 노동의 질이 어떻든 기업의 지불 능력과 교섭력이 허용하면 한없이 올리려 한다. 근속연수에 따라 무조건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당연시한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도 가장 가파르다. 민간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면 끊임없이 퇴출되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은 외주화되든지 비정규직 손에 맡겨지고, 사무자동화 기술로 인해 처절한 합리화가 일어난다.


저 멀리서 인구 급감의 쓰나미도 몰려오고 있다. 공무원에게는 다 강 건너 불이겠지만…. 게다가 사무관리직은 사원→대리→과장→부장으로 올라가면서 계속 줄어든다. 삼팔선(38세 정년), 사오정(45세 정년)이 나온 배경이다. 그래서 50∼60세 사무관리직은 대개 5 대 1, 10 대 1의 경쟁(?)을 뚫고 올라와, 공정한 경쟁을 하는 기업이라면 생산성 자체가 높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교사나 공무원은 대과가 없으면 정년까지 간다. 처절한 구조조정에 노출된 피라미드 구조의 민간 사무관리직과 원기둥 구조인 공무원의 보수를 연동하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높은 처우를 누리는 고호봉, 고연금 공무원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청년 두세 사람 몫을 차지하는데, 정년 연장에 더 목맨다.

이렇듯 사회의 고용·임금 체계의 표준으로 작용하는 공무원 보수기준은 너무 심각한 부조리다. 기준 자체를 취업자 전체와 연동된 중위 임금으로 바꿔야 한다. 가파른 호봉제는 더 심각한 부조리다. 하위직을 왕창 올리고 상위직은 많이 내려야 한다. 호봉 승급은 아주 완만하게 하고 직무(중요성, 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 차가 크게 나도록 해야 한다. 민간의 전문성이 공직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계약직과 정무직을 대폭 늘려야 한다. 디테일을 아는 공무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독과점과 갑질을 잡고, 주거 교육 통신 분야 등의 고비용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공무원이 선진국형 고용·임금 체계의 모범=표준을 선도해야 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덧글

  • 맹한 눈토끼 2014/11/01 15:43 # 답글

    경제적 평등을 논하려거든 이렇듯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봐야 하거늘.. 개혁을 유구무뇌로 짖기만하고 있으니.
  • 까진 눈의여왕 2014/11/01 15:59 # 답글

    공무원 하위직은 민간 기업에 비해 크게 전문성이 떨어지고 생산성도 높지 않은데 왜 하후상박구조로 월급을 개편해야함?

    오히려 고위직은 정부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일이 많으니까 더 많이 줘서 부패할 여지를 줄이는게 맞지.

    내가 시청 민원갔는데 거기 구급 여직원이 내가 옆에 뻔히 있는데도 인터넷 쇼핑질하고 자빠졌더라.
  • Caesar 2014/11/01 16:14 #

    공감합니다.
    실제 채용 구조에 있어 5,7,9급을 분리해서 채용하고, 실제 정부기관의 운영을 행시 출신이 담당하는 현 상황에서 고위직에 박한 개혁은 필연적으로 관리 계층의 부패와 무능을 불러옵니다. (사실 공무원이 일 안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민원 담당하는 9급 공무원만 본 사람들일테고.)

    그러한 하위직의 경우에는 직업안정성이 최우선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개혁이 납득될 여지가 있으나(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신뢰성이라는 측면을 볼 때, 재직자에 대한 과도한 삭감은 문제가 클 수 있음), 고위직에 대한 개혁이 오히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단순화해서, 행시 합격한 인재들이 대기업 갈 능력이 없어서 공직에 들어왔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 맹한 눈토끼 2014/11/01 16:51 # 답글

    공무원연금이 국가파산지경임에도 더 내고 덜먹는게임으로만 연상되니 안타까운 일이고, 공무원임금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 요구되는 글- 중향평준화에 적절한 글로 보임. 진보연들이 가야할 길이 이 길임에도 상향식 임금고착화에 열성적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노조in내편 이것이 진보라 착각하는 모양이다.
  • 김대호 2014/11/01 17:27 # 답글

    직무급을 도입해서, 더 줘야 할 곳은 지금 보다 더 줘야죠. 하지만 노동의 질은 같은데 근속 년수 늘어났다고 막 올리는 것은 안되죠.9급1호봉과 6급32호봉이 세배 차이가 나는 현실은 고쳐져야 합니다.
  • 놀무원 2014/11/01 20:00 # 삭제 답글

    위에서 'XX사업'하라고 할당량 내려오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찌라시 돌리며 무료공사 해주겠다 운운하다

    숫자 채우면, 그 다음엔 직접 찾아가도 '왜 와서 지럴이야 ㅆㅂ 지금 웹서핑 중이신 것 몰러?" 식으로 세월아 네월아

    시간 뗴우고 하지도 않은 초과근무는 칼같이 적고 싸인..

    시발 왜 6.25때 공무원 색히들이 공적 1호로 잡히는 족족 민중들에게 즐쳐맞고 뒤졌는지 관공서 민원에서 개모욕 무시당한 사람은 뼈저리게 알 것임

    다 짤라버리고 민간회사에 위탁 맞기는게 적어도 지금보다 1000배는 비용절감, 서비스 개선됨.

    뭐? 신분보장 노후보장 안되서 부정부패가 는다고? 시발 허구헌 날 터지는 관피아 사건은 뭔데?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 설봉 2014/11/01 20:14 # 답글

    대체로 공감합니다만 한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과도한 건 상대적인 서비스업의 부진 때문이죠. 글에서는 묘하게 이것도 노조의 독과점 때문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져서....
  • 김대호 2014/11/04 11:45 # 답글

    귀족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평민이 못산다는 논리가 뭐가 다르죠?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낮은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지금의 고용노동패러다임이랄까, 공무원 수준의 급여와 안정을 표준으로 삼으면 고용을 늘리기가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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