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리도 연속으로 모진 놈 만나나?

이 나라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오래되고 치명적인 국가적 과제를 거의 풀지 못하고 있다. 내가 박근혜 정부를 줄기차게 씹어댔고, 지금은 문재인 정부를 씹어대는 이유다. 사실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은 바로 이런 저열한 문제 해결력이다.

박, 문 두 정부는 진짜 심각한 문제를 아예 덮어두고, 아니 문제를 더 악화시키면서(이건 문정부가 훨씬 심하다), 엉뚱한데서 변죽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의 국정교과서와 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정규직, 최저임금, 탈원전, 국정원 과거사캐기 등이 그런 것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핵심 국정 현안이었던 수도권(과밀)집중 문제=국토(지역)균형발전 문제는 이제는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도래하자, 지방중소도시의 쇠락과 읍면의 소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어제 소개한 마강래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는 그 문제와 정면 대결을 벌인 책이다. 문정부가 내 놓은 연 10조원씩 총 50조원을 투입한다는 도시재생플랜은 문제의 본질, 근본을 짚지 못하였다. 헛돈질이 될 소지가 커다. 솔직히 2018년 지방선거 때, 여당 후보 프리미엄을 극대화 하는 수단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2002~2003년 경 본격화된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백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꼼짝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근본 원인에 대한 치유 논의는 아예 뒷전으로 밀어버리고, 15년 초저출산의 후폭풍 대응(학령아동 급감, 병역자원 급감, 지방 읍면 소멸 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근본원인 치유를 위해서도, 이 후폭풍 대응을 위해서도 법안 제개정할 것이 많이 있을텐데, 문정부는 법안제개정이 필요한 일은 아예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우리 국회가 띨띨해서 시행령에 과도하게 위임한 것을 얼씨구나 하고 기회로 생각하고 맘대로 휘젖고 있다.

국가의 에너지/산업 정책의 핵심인 원전 정책을 대통령 됐다고 이렇게 맘대로 휘저어도 되나?? 수십년에 걸쳐 500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되는 공공부문 확충 정책을, 국가공무원정원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맘대로 휘저어도 되나?? 신고리 5~6호기 공사 보다 수백 배 더 중요한 문제인데, 공론화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 41% 지지로 대통령 됐다고 이렇게 우악스럽게 국가백년지대계를 바꾸는 것을 보면, 암만 생각해도 민주공화국이 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 중반기인 2004~2005년경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 문제가 급부상했다. 그래서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큰 선거 치를 때마다 관련 공약은 쏟아져나왔다. 정부도 해마다 관련 정책을 내 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저출산 고령화 문제처럼 별무신통이다. 정규직-비정규직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고시공시 열풍으로 상징되는 공공부문(고용, 임금, 연금, 공기업 등) 문제도 총론조차 합의되지 않았다. 이 역시 박근혜는 생색만 냈고, 문재인은 아예 악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 살리기, 소상공인 살리기, 전통시장 살리기, 공동화된 원도심 살리기 문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책질과 예산질이 가해졌지만 역시 별무신통이었다. 정치의 생산적 경쟁과 대승적 협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특정 부분만 보는 관료 및 전문가의 협소한 시각 탓인지, 아니면 기득권의 거센 반발을 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신묘한 해법을 찾아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는 이 문제의 해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라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해법은 총론에서조차도 합치되는 것이 없다. 그것이 지금 문재인 정부가 내리느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정책,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최저임금 3년내 1만원 정책 등으로 증명되었다.

총론에 대한 합의는 있지만, 각론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여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규제 개혁에 대해서는 사전적 규제가 아니라, 사후적 규제로 가야 한다는 총론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진전이 없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점점 심화되고, 시장을 규율하는 규제 문제 역시 점점 현실과 충돌하면서 국내 투자와 고용 여건은 개선은 커녕 악화되는 조짐이 역력하다.

지방자치분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진보와 보수, 여와 야를 초월하여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방자치분권 강화를 외치고, 원론 수준에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각론에서는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지방(지역)간 엄청난 재정력 격차와 지자체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조세와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와 각종 사회임금 인상(근로장려세제와 사회 수당 등)-예산의 낭비와 비효율 제거-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지하경제 축소(탈루소득 징수)-국민개세주의에 따른 소득세 면세 인원 축소- 소득세 중심 증세(oecd평균 10% vs 5%)-부동산 임대소득과 주식양도차익 과세 등도 총론=방향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역시 각론이나 수순에서 막혔다.

지금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내부 모순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시스템도 여럿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후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국민연금 시스템, 7%대 고금리와 평균 수명 70대를 전제로 설계된 공무원연금시스템, 사회주의 계획경제 모순이 전형적으로 숨어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이 대표적이다. 70%가 넘는 대학진학률도 노동시장의 구조상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다. 그런데 비급여 전면급여화는 문제를 더 악화시키게 되어 있다.

최근에 경악한 것이 하나있다. 
사실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강화와 (정년 연장 등을 위한)직무성과 연동형 임금체계 개편 및 사회안전망(실업 급여 인상 등) 강화, 공공부문의 기득권 조정과 그를 위한 노사정대타협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일치된 컨센서스 인줄 알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총론=방향 동의, 각론 또는 수순의 불일치가 문제 인줄 알았는데, 총론과 방향이 아예 달랐던 것이다. 이 건 정말 상상도 못했다. 노동조합과 그 앞잡이 연구자 정도만 주장하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정책을 펼칠 줄 정말 몰랐다.

총론에 동의해도 기득권 앞에서 움추리다 보니, 도덕군자 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조윤제 국민성장 대표가 쓴 "생존의 경제학"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노동부문의 변화가 일어나려면 먼저 노사정 간의 충분한 대화를 거쳐 신뢰를 쌓고 타협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경험을 보면…대단히 힘들며…따라서 정부가 보다 주도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려는 노력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 제고도 이와 함께 종합적인 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조윤제, 242쪽)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는 것은 우리 경제의 종합적 개혁을 통한 성장의 정체를 막고 경쟁력을 향상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노동부문 개혁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힘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규직을 대표하는 노측과 주로 대기업을 대표하는 사측이 한 발짝씩 물러서고 정부는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당근을 찾아 제공해야 한다. 어떤 정부든 이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질적 경제 개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 또한 이것이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시민들에 의한 사회적 압력이 있어야 한다".(조윤제, 243쪽)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노사 간 신뢰 제고와 노사관계 개선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 측에서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기업경영을 더욱 투명하게 해 근로자와 당당히 협상에 임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가져야 한다….근로자를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기업경영 상황 관련 정보를 적절히 공유하고….회사 발전을 위한 비전 수립에도 근로자를 참여시키고….(조윤제, 246쪽)

노동쟁의와 강성 노조 활동이 지속되는 기업을 보면 대개 기업주가 2~3세 경영인으로서 노사 간 대화에 직접 나서지 않고 이를 노사관리 담담 임원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조윤제, 246쪽)

그래도 (천백번 더 들어도 현실에서는 별로 쓸모없는) 조윤제의
얘기는 뻔한 소리긴 하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실제 펼치는 정책의 내용은 고용노동 문제를 연구한 사람의 90% 이상이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형 유연안정시스템 구축과 완전히 배치되는 방향이다. 소득주도성장론도 그럴 것이다. 론 자체가 아니라, 론에 입각해서 펼치는 정책이 그렇다는 얘기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5개의 정부를 보면서, 절감하는데, 역시 대통령은 자신이 잘 아는 문제, 매우 중시하는 문제에 에너지를 많이 쏟는다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 잘 안다고 해서, 그래서 정치적 자원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거나 위기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김대중의 한계와 오류를 절감하지만, 그래도 김대중만큼 우리 사회가 맞딱뜨린 문제 전반과 정면 대결을 벌인 대통령은 없었다.

그에 반해 박근혜와 문재인의 관심 영역은 너무나 협소하다. 문제가 안고 있는 다양한 접점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였다. 
그래서 박근혜는 해운 산업을 말아드시고, 문재인은 원전 산업을 확실히 말아드실 것 같다. 금융산업이야 역대 정권이 다 그랬고......

어쨌거나 박근혜는 독재(의회무시) 콤플렉스도 있고, 또 게으르기라도 했기에, 국정교과서와 2016공천 외에 그렇게 과격하게, 부지런하게 밀어붙인 것이 없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문제 자체를 엉뚱한 정책으로 엄청 악화시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은 41% 지지에, 40% 초반 대의 의석을 가지고도, 국회가 과잉 위임한 행정부 권한을 가지고 정말 몰상식, 몰염치하게 권력을 휘두른다. 그러면서 위에서 길게 얘기한 우리 사회의 오래된 치명적인 문제들이 국정원 적폐 소동, 박근혜 캐비넷 문건 소동, 박근혜 구속과 처벌 소동 등에 다 덮여버리고 있다.

국내 투자와 고용 환경을 엄청 악화시켜 놓았으니, 당연히 기업들은 투자/창업과 고용을 사릴 수밖에 없고.....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대졸 청년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 한해 70만명 이상 씩 태어난 1990~1995년 생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리도 연속으로 모진 년놈을 만나서 이렇게 고생하는가!!


덧글

  • 흑범 2017/10/27 21:02 # 답글

    생각없이 산 죄... 지들 에미 애비들이 밥상 차려서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니까 그걸 당연하게 여겼지. 그게 죄요.

    1970년대생 쓰레기들하고 1980년대생 쓰레기들, 70년대생들을 가깝게 볼 일은 없었다 칩시다. 하지만 가까이 보고 접할일 많았던 80년대생 쓰레기들을 보고도 깨닭지 못한건 본인들의 판단력, 이성,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거고요.
  • 일화 2017/10/27 21:21 # 답글

    국민들이 별로 생각이 없는데 본인들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 그냥 딱봐도 2017/10/27 22:05 # 삭제 답글

    그편이 쉽지 않나 싶어요.
    표면적으로만 해도 국민들은 더이상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아는 사람들은 지지자들이 알아서 처리해주고
    특히 이런건 문정부에서 더 심해졌고 박 정권ㅇ이였을땐 강행처리하려다가 그냥 흐야무야 되고
  • SUPERSONIC 2017/10/27 22:30 # 답글

    18대 대선은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였다는 사실을 요즘 느낍니다...누가 이겨도 희망은 없는...
  • 피그말리온 2017/10/27 23:16 # 답글

    포퓰리즘에 쪄들었음에도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은 죄...
  • 거대한 설인 2017/10/28 00:01 # 답글

    문재인 정부정책 대부분은 이미 외국에서 검증된것만 하고있습니다....다만 99%도 아니고 100% 실패로 결론난 정책들을 한국에서 쳐하고 있습니다...
  • 지니 2017/10/28 07:34 # 삭제 답글

    왜 그러게 mb 503 같은애들을 대통령 만들어서 나라를 이꼴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나라는 신경 안쓰고 국정원에서 연예인 합성사진이나 만들었다면서요?
  • 흑범 2017/10/30 20:29 #

    그럼 슨상이나 에어노 김빵삼 같은 자들은 얼마나 잘했지?
  • 풍신 2017/10/28 08:06 # 답글

    부지런한 무능보다 게으른 무능이 났다지만, 무능 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죄겠죠.
  • areaz 2017/10/28 13:17 # 답글

    카오스의 세상을 쾌도난마하고픈 심정엔 공감합니다만,
    그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슈퍼히어로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현재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일을 하는 편이 낫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