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08.10.29 19:2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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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집권 가능한 진보, 개혁 정치세력이 견지해야 할 가치, 이념,지향(태도)에 대해 주로 이야기해왔다.진보적 자유주의, 소비자 중심주의, 청년세대와 미래세대의 더 많은 기회, 역동적 한국, 이 전제로서 한국 진보, 보수 기득권자들의 과도한 특권, 특혜의 재조정(공평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민주당의 구조적 한계, 정치적 매력과 집권 가능한 진보.개혁 정당의 필요성과 가능성 등등. 이는 앞으로 몇 년이 가도록 계속 할 작업이다. 이제는 이와 더불어 보건의료, 복지, 교육, 조세재정, 경제금융, 노동, 공공, 헌법.선거법 등 각 부문별 개혁 정책을 세련화, 공론화 하는 작업도 하려고 한다.그 일환으로 우선 보건의료 개혁 시론을 다룬다. 한국은 2001~2006년에 걸친 부동산 투기 및 가격 폭등 사건에서 보았듯이 적기에 개혁하지 않으면 그 패악이 정권을 뒤흔들 만큼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한국 정치의 지독한 어려움이다. 단적으로 지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용 정부 보전금도 적기에 개혁을 하지 못한 후과이다. 공무원 연금 적자 액은 2003년 548억원, 2004년 1742억원, 2005년 6096억원, 2006년 6477억원, 2007년 9892억원, 2008년 1조2684억원, 2009년 2조500억원(요청분)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 문제를 인지한 참여정부 시절에 공무원 노조의 반발과 연금 개혁 추진 의지 부족으로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분야에도 재정 문제를 포함하여 정권을 뒤흔들 만큼 폭발력이 있는 문제가 정말 많다. 참여정부가 부동산과 교육 문제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면, 이명박 정부는 보건의료, 연금, 복지 문제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보건의료 정책은 관료, 전문가, 이익단체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가 확고한 중심을 잡고 나머지 이해관계자들을 통합 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야말로 정권적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가 보건복지위원회에 들어 간 것은 나름대로 정치.정책 감각이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이익단체들은 비이성적 공황(恐慌)이 종종 내습하고, 포퓰리즘이 짙게 드리운 독특한 보건의료 정치를 배워야 한다면, 정치는 이상주의적 열정이 너무나 자주 좌절하는 보건의료의 독특한 바닥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이에 기초하여 가치, 비전, 목표와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선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배의 위치 파악이다’는 것은 뱃사람들의 오래된 상식이다. 배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해류와 바람이 어떠한지, 선체에 손상이 없는지, 식량과 물이 얼마나 적재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관심을 가지지만 의외로 이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위치 파악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위치, 주제, 현실을 파악한다는 것은 결국 타자(다른 세계, 경쟁자, 과거의 자기 자신)와의 관계를 아는 것으로, 사고의 시간과 공간의 확장을 전제로 한다. 위치, 주제, 현실 파악 이후 곧 바로 해야 하는 것은 주체의 의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키와 돛 등)과 변화시킬 수 없는 것(예컨대 해류와 바람 등)을 구분하고, 사안의 경중과 일을 풀어가는 수순(선후완급)을 정리하여 전략 전술이나 로드맵을 짜는 것이다. 국민들의 보건의료 정책 만족도 제고를 향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로드맵도, 집권 가능한 진보개혁 정치세력의 로드맵도 이와 다를 리 없다. 1) 보건의료 재정의 사면초가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보건의료 관련 숱한 문제들은 세금이나 보험료를 많이 걷으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큰 폭의 적자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복지 지출을 과감하게 늘리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 경제사회 구조, 문화 등을 살펴보면 그 동안의 추세보다 더 급격한 재원 조달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국민의료비 또는 공공이 부담하는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는 OECD국가 중에 단연 1위이다. 한국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낮고, 공공이 부담하는 의료비 지출도 적다는 통계를 한국 의료의 후진성의 증거로 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적으로 2006년 현재 한국의 의료비 총계는 GDP의 6.4%이다. 일본은 8.2%(2005년), 영국은 8.4%(2006년), 프랑스는 11.1%(2006년), 독일은 10.6%(2006년),미국은 15.3%(2006년)이다. 이들 선진국은 어차피 비교 대상이 아니니 한국보다 평균 소득이 낮거나 비슷하여 보건의료 재정이 급팽창한다고 알려진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과 비교해 보자. 터키의 GDP 대비 의료비 총계는 5.7%(2005년), 폴란드 6.2%, 멕시코 6.6%, 체코 6.8%, 그리스 9.1%, 포르투갈 10.2%이다. 문제는 최근 6년간의 증가 속도이다. 2000 ~2006년까지 6년 동안 한국은 GDP의 4.8%에서 6.4%로 33%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터키는 오히려 2000년 6.6%에서 2005년 5.7%로 감소하였다. 폴란드는 2000년 당시 5.5%에서 2006년 6.2%로 13% 늘었고, 멕시코는 5.6%에서 6.6%로 18%로 늘었을 뿐이다. 미국은 6년 동안 16%, 영국은 15%, 독일은 3%, 프랑스는 16%, 일본은 2000~2005년까지 5년 동안 6% 늘었을 뿐이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GDP 성장률이 OECD 최상위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국민의료비 지출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알 수 있다.
GDP대비 공공의료지출도 한국은 2000년2.2%에서 2006년 3.5%로 59% 늘었다. 그러나멕시코는 2.6%에서 2.9%로 12%늘었고, 그리스는 4.1%에서 5.6%로 37% 늘었다. 터키는 2000년 4.2%에서 2005년 4.1%로 줄었다. 6년 동안 미국은 21%, 영국은 24%, 프랑스는 19% 늘었고, 독일은 오히려 1% 줄었고, 일본은 2000년 6.2%에서 2005년 6.7%로 8% 늘었을 뿐이다. 한국의 GDP대비 의료비용(국민의료비든, 공공의료비든) 문제가 심각한 것은 현재의 수준 자체가 아니라 그 증가 속도이다. 이는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 및 공적보장률의 급격한 상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단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7.2%에서 2006년 9.5%로 32% 늘었는데 이는 OECD국가 중에서 독보적 1위이다. 같은 기간 미국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영국은 1%, 프랑스는 2%, 독일은 15%, 일본은 20% 늘어났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스웨덴 역시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노르웨이는 오히려 3% 줄었고, 덴마크는 3%, 핀란드는 9% 늘었을 뿐이다.
국민의료비나 공공의료지출 증가 속도가 OECD 최고 수준인 것은 급속한 저 출산 고령화 추세 외에도 보건의료비 지출 증대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대, 거대한 의료보호(급여)계층 및 차상위 계층의 존재, 민간의료기관의 절대 과잉과 비용조장적 수가체계가 대표적이다. 사실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의료기관이 교회나 성당이나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적립 운영하는 질병금고등 비영리법인이나 국가의 소유이다. 의료 전문인력도 공공재원으로 육성하고 근무도 비영리법인이나 국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영리 동기에 의해 민간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의료전문 인력의 빠른 증가와 이들의 높은 기대(보수) 수준도 중요한 보건의료재정 압박 요인이다. 단적으로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의 의사(전문의)의 보수는 1인당 GDP의 2~3배 수준인데 한국의 동일 직능의 기대 보수 수준은 1인당 GDP의 5배 내외이다. 당연히 노동 양도 많고 강도도 세다. 한국 의료 전문인력들의 높은 기대 수준은 두 사람이 맡을 일을 한 사람이 맡게 하고, 두 사람이 나눠 받을 몫을 한 사람이 다 받게 한다. 이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결과 2001~2005년 기간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지불한 의료급여의 연평균 증가율은 16.89%인 데 반해, 건강보험의 연평균 증가율은 8.6%이다. 건강보험이 거두어 들인 재정도 경제성장률의 2배 수준이지만 급여 증가율은 거의 4배 수준 인 것이다. 1종, 2종 의료수급권자 총 176만 명에게 지급되는 의료급여 지출 총액은2001년 2조1000억(보건복지부 일반회계예산의 21.3%)에서 해마다 20% 이상 증가하여 2006년 현재 3조5천억(2조6,600억이 국고부담, 지방자치단체 부담 8,200억)으로 보건복지부 일반회계예산의 27%를 차지한다. 세금이나 보험료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의료 재원 확보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소득파악도 원천 징수도 쉽지 않은 자영업자와 임시/일용 근로자가 2005년 기준 경제활동인구의 2/3(69%)를 넘는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경제활동 인구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전 가구의 1/8(200만 가구)이 건강보험료 체납 세대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사회보험료는 대체로 세금으로 인식된다.세금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인식되기 보다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에게 뜯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조세 구조에 짙게 배여 있는 징수 편의주의(조세저항일 클 수 있는 소득세 비율이 너무 낮다)와 강력한 이익집단 편향의 재정할당 행태와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행태는 그 명분과 명목이 무엇이든 증세나 증액을 어렵게 한다. 특히 정치권 전반의 뿌리 깊은 포퓰리즘적 경향은 이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는 2006년 담배부담금 인상의 좌절과 2007년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용돈 연금'으로 낙착된 국민연금법 개혁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의료보험료는 젊고 건강한 사람이 낸 보험료로 늙고 병든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혜택을 보는, 부담자와 수혜자가 불일치하는 구조이다. 또한 연금과 달리 자신의 누적 기여도도 전혀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연금보험료 인상보다 약할 이유가 없다. 능력에 따라 부담하고, 필요에 따라 혜택을 받는 그야말로 사회주의적 의료보험이 연대성이 취약한 한국 땅에서 큰 도전을 받지 않고 유지되어 온 것은 이승만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토지개혁 만큼이나 감격스럽고, 기적적인 일이다. 하지만 기적은 기적을 가능하게 한 많은 조건의 환상적 결합위에서 유지되는 법이다.
어쨌든 의료보험 재정 문제 해결이 용이하지 않은 것은 의료 관련 재정 지출 요인은 크고 강력하지만 세금 및 보험료 인상은 너무나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로 보건의료 재정은 四面楚歌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공적 보장률 상향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민주노동당의 대표 공약이던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나름대로 현실적()이고 현명한() 진보주의자들은 유럽 수준의 공적보장률 달성을 보건의료 정책의 최상위 목표로 삼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들의 노력 탓인지 공적보장률=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 지표는 참여정부는 물론이고 한나라당도 매우 중요하게 관리하는 의료 선진화 지표가 되었다. 당연히 거액의 보건의료 재정 투입에 의한 공적보장률의 급상승과 급속한 의료선진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진보진영에는 많다. 이상이(제주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도 그 중의 한명이다. 그는 ‘한국 사회와 좌파의 재정립“(산책자, 2008)에 수록된 논문 ’한국의 건강보험 문제와 복지국가 전략‘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7년 말 현재 연간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25조원인데, 보장성 수준이 64%다. 당장 10조원을 더 투입하면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재정에서 5조원을 지원하고, 보험료를 20% 정도 인상하면 사실상의 ‘완전 의료 보장’에 필요한 10조원을 공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정부가 정치적으로 결단만 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연 그럴까
공적보장률은 2007년 현재 64.6%이다. 2004년 61.3%, 2005년 61.8%, 2006년 64.3% 이었다. 2006년 들어 급상승한 이유는 입원환자의 비급여 비용 중 약 30%를 차지하던 식대가 2006년 6월에 보험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는 것 같이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암환자 진료비 보장률도 71.5%인데 복지부가 2005년 6월 보장성 강화 로드맵을 세우면서, 2007년 전체 보장률 목표치 70%, 암환자 보장률 목표치 75%로 잡았던 것에 비추면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불과 3년 전에, 이상이 교수가 했듯이 정교한() 계산을 거쳐 세운 목표가 왜 이렇게 번번이 어긋날까 이유는 명백하다. 비급여 영역을 급여 영역으로 바꿔버리면, 그 동안 높은 (비급여)비용에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기 때문이다. 정치만 살아 숨 쉬는 생물이 아니라 의료 수요도 생물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의사가 공무원화 되어있고, 행위별 수가체계도 아니며, 의료 기관도 명실상부한 공공의료 기관적 성격을 띠고 있는 곳이 많다. 따라서 과잉 의료 충동을 막는 기제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유사시 정부나 보험공단이 주치의 제도 등을 통해서 말단에서 의료 수요 통제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단적으로 2006년 새롭게 급여 항목이 된 식대, 초음파, 양전자단층촬영 등에 대한 실제 집행률은 예산보다 68% 초과하였다. 이런 일은 비급여를 급여로 바꾸는 과정에서 계속 반복 될 수밖에 없다. 식대를 의료 보험 처리했을 때는 예외적으로 공적 보장률이 계산만큼 올라갔는데 이는 식대의 의료보험화를 기회로 굶던 사람이 3끼, 4끼 먹는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이 의료 수요의 전부라면 점차적으로 재정을 늘리고 도덕적 해이를 줄여 대부분을 급여 항목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새로운 의료 장비, 약품, 서비스와 새로운 의료니즈가 끊임없이 솟아나서 비급여 영역을 끊임없이 늘려간다. 게다가 의료비의 블랙홀인 노인 인구가 급증한다. 또한 한국 보건의료 이해관계자들의 높은 기대 수준이나 비용조장적 수가체계나 변칙.편법이 만연한 문화적 풍토로 인해 도덕적 해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공적 보장률의 상향은 일종의 다가가면 또 멀어지는 무지개 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 보장률을 지금보다 더 높이기 위해 더 치열하게 더 현명하게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공적 보장이 안되는 영역에 대한 가계와 민간의료보험사의 대처를 백안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맛있는 식사를 위해 당장의 끼니를 굶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민간의료보험에 관한 한 이와 다를 바 없는 짓을 하고 있다. 심한 경우는 ‘의료가 상품이냐’ 면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국제경쟁력 강화, 이를 통한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상주의적 열정만 넘치는 진보주의자들은 다가가면 멀어지는 무지개를 쫓으니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다.(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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