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개혁 시론3 -老人정치, 盜賊 정치로는 개혁의 지체와 퇴행은 숙명이다 보건의료복지

의료 민영화 반대! 무엇을 반대하는가
이명박 정권을 벌거벗은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몰아붙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 의료 민영화, 수돗물 민영화 정책이다. 돈 없으면 치료받을 수 없고, 수돗물조차 사먹을 수 없다면 광우병 보다 백배, 천배 강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식코’는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식 의료 제도의 짙은 그늘과 야만성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말로만 듣던 신자유주의의 광포함을 이 보다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겠는가‘식코’를 주요한 영상자료로 활용하여 행한, ‘이명박 정권이 국민건강보험을 민영의료보험으로 대체하려 한다’는 악선동은 광우병 공포로부터 촉발된 ‘촛불 시위’의 열기를 달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촛불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가스, 물, 전기, 의료보험은 민영화 대상이 아니다’고 공언하였다. 연초부터 국민건강 보험 폐지 공포를 촉발시킨 ‘(의보)당연지정제 폐지 내지 완화’ 정책은 한참 전(4월 29일)에 보건복지가족부가 나서서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의료 민영화 시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진보 좌파들 상당수가 반대하는 의료 민영화는 국민건강보험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늘을 보완하려는 정책 전반이기 때문이다.     진보 좌파 진영에서, (현실 정합성은 몰라도) 논리적 정합성 하나는 확실히 있는 국가 개조 론(일명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정립하고, 이를 공유하는 수십 명의 교수, 논객을 결집한 '복지국가Society'는 ‘정부는 의료민영화 노선의 폐기를 선언하라’는 성명서(2008.5.2)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이래 현 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의료제도의 민영화 추진이었다. 그런데 4월 29일 보건복지부가족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폐지 또는 완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중략)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사안이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의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의료민영화 노선의 본질적 핵심은 아니었다. 의료민영화의 핵심은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충 정책은 포기한 채,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전체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더욱 줄이고, 그 부분을 민영의료보험이 차지하도록 하는 것과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보건의료 관련 대선 공약은 어떻게 되어 있는가   한나라당의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이 정리한 보건의료 관련 문제의식과 공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의 건강보험은 보장성이 낮아 암.중증질환에 노출되었을 때 가계파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큼. OECD 국가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72.8%(2004년)이지만 우리나라는 61.8%(2005년)에 그침. 건강보험료 체납자, 만성질환자, 희귀난치성질환자, 외국인 근로자 등은 현행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제도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음. 3개월 이상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혜택을 모두 받지 못하게 된 가구가 136만 가구(2002년)에서 200만 가구(2006년)로 증가 함.    

 현재의 건강보험체계를 중증질환 중심으로 개편하여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자의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급여 범위를 확대하고 본인 부담금을 경감함. 자발적인 기부금을 중심으로…….의료안전망기금을 조성함. 목적을 달성한 기금 등은 정리. 통합하여 의료안전망 기금으로 전환. 적정한 심사를 거쳐 의료비를 직접 지원 또는 대출해 주는 방안을 마련함.     건강보험 관리운영을 효율화하여 국민 부담을 경감함. 합리적인 부과체계 개발. 의료수요자와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책과 건강보험 국고지원 방식 합리화를 통한 안정적인 재정지원 방안 마련함.     

건강관리를 잘한 국민에게는 ‘건강포인트’를 부여하고, 포인트에 따라 건강보험료 감면 및 종합 검진 바우처, 운동시설 이용권 등 혜택 제공함. 6대 권역별 건강마을을 설립하고, 청소년 비만 방지 정책 등을 추진 함“ 이상에서 보듯이 보건의료 관련 한나라당의 문제의식은 참여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참여정부와 '복지국가Society'처럼 보장성 지표를 중시하고, 중증질환자에 대한 급여 범위 확대 및 본인부담금 경감을 중시한다. 건강보험 관리 운영 효율화 등은 참여정부와 별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참여정부와 정책적으로 차별화 하려고 애써온 세력이니만큼, 약간의 참신한 아이디어성 공약은 있다. 자발적인 기부금을 중심으로 의료안전망 기금을 조성하고, 건강포인트를 부여하고 이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고, 6대 권역별 건강마을을 설립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건의료 정책 기조를 건드릴만한 큰 정책은 아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괴담을 만들어내면서 거세 역풍을 맞았던 현안들; ‘영리의료법인 시범 실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공사보험 정보공유 추진), 의료기관 자본투자활성화법(의료 채권발행법), 의료광고 허용, 해외환자 유인알선허용, 의료법인 부대사업범위 확대, 의료기관 합병에 관한 법적근거와 절차마련’ 등은 기본적으로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해 오던 정책이었다. 참여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2006년 7월11일 발표된 [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에 총 망라되어 있는데, 이 중 특별히 말 많고 탈 많은 영리법인 허용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영리의료법인은)‘회계투명성 강화, M&A및 체인 병.의원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불필요한 진료 증가, 병상 과잉공급 심화, 실체에 대한 고민이 없는 이데올로기 대립 격화 등’이 예상되기에 ‘경제자유구역, 제주특별자치도에 설립될 외국 영리의료기관의 진료행태, 투자 효과 등을 평가 한 후 검토한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는 문제는 국내의료기관 역차별 논란이 있어서 추진 로드맵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쨌든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가 짜놓은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을 크게 흔들려고 했다는 조짐은 없다. 대북화해협력 정책, 종부세로 상징되는 부동산 투기 방지대책, 정부 투명성 강화와 민주적 절차 중시, 헌법과 상식에 충실한 국정운영(검찰, 감사원, 국정원 중립화......)등 주요 정책은 크게 흔들고, 짓뭉개놓았지만, 의외로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거센 역풍의 근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코’ 괴담이 거세게 휘몰아칠 정도로 강한 반민영화 바람이 불었을까또 제주도민들 다수가 환영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영리의료법인 시범실시 사업은 왜 주민 다수의 반대로 좌절되어버렸을까과연 이 사태가 KBS, MBC 같은 좌파() 언론의 선동 때문일까‘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진보 좌파 세력의 모순된 행동 탓일까   이는 인수위 출범 이후 몇 개월간 보건의료 정책 관련 정부와 여당의 주요 발표와 발언 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김성이 前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올해 2월2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의 질의에 대해, 병원협회, 의사협회가 숙원처럼 얘기해 온 당연지정제 문제에 대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를 공론화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의 폭발성을 아는 전재희 의원(現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그 청문회 자리에서 “왜 이렇게 답변 하냐. 업무파악을 못해서 그러냐. 완화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냐”고 즉각 번복을 유도하였다. 이에 김 후보자는 자신의 말을 곧바로 뒤집어 ‘동의한다’고 답하였다.     

진작부터 이명박 정부를 ‘시장 근본주의자’로 의심해 온 사람들은 ‘솥뚜껑을 보고도 자라가 아닌가’하고 놀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혀있는데, 김성이 장관후보자는 ‘솥뚜껑’도 아닌 진짜 ’자라‘(국민건강보험 무력화)를 슬그머니 비쳤다가 전재희의 호통에 감춘 격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사건이후에도 솥뚜껑 같기도 하고 자라 같기도 한 발언들이 계속 이어졌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3월10일에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가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코드를 의식한 관료들은 “영리의료법인 도입 검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공사보험 정보공유 추진),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등을 주요하게 거론하였다. 그러나 3월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에서는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 의료기관 자본투자 활성화를 위한 의료채권발행법 제정 추진” 등이 주요하게 거론되었다. 두 부처가 거론한 사안들은 정부 여러 부처는 물론 당 및 청와대와 긴밀히 협의하고 공조해야 할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 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협의와 조정을 거친 흔적이 없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이명박 당선 직후 물 만난 고기처럼 협회보(08년 1,2월호) 특집을 통하여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철폐와 요양기관계약제의 도입, 민영의료보험의 활성화, 자본참여 활성화 방안으로서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병원협회의 이 같은 자세와 김성이 장관의 사려깊지 않은 언사로 인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의료 민영화 괴담은 점점 거센 여론의 폭풍을 초래하였다. 이에 김성이 장관은 3월 31일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논란과 관련 “국민들에게 혜택이 잘 돌아가는 제도인데 기본 틀을 바꾸면 안 된다”며 “복지부 입장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반쯤 엎질러진 물을 쓸어담는 것에 불과했다.     

그 이튿날(4월1일)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이 내용은 2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제출한 의료계 주요 현안으로 발표)를 통해 김성이 장관의 여론 폭풍 진정 작업을 방해하다시피 하였다.     “현행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획일적 의료서비스 조장, 다양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 배제, 헌법재판소에서조차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당연지정제의 강제 적용이 비효율적임을 인정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국민과 의사의 선택권이 축소되어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상당한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필요성은 그 근거가 희박하다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를 요구하였다.     국민건강보험이 실시되기 전 의료비 문제로 아픈 기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병원협회나 의사협회의 입장은 위험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논란은 의료민영화 괴담 확산의 촉매로 작용하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4월29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입장을 거듭 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쇠고기 협상 관련 촛불시위와 건강보험 민영화 괴담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자, 5월 21일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 방안과 건강보험과는 전혀 무관하며,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검토한 바도 없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재차 밝혔다.     

고소영-강부자 내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 스타일과 한-미 쇠고기 협상, 그리고 의료, 수돗물, 전기, 가스 관련 민영화 괴담의 확산, 대규모 촛불 시위와 지지율 급락, 6.4 지방선거 참패 등으로 인해 초기의 지나치게 공세적인 시장주의/자유주의 정책은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돌변하였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가 추진하던 시장주의/자유주의/선진화 정책조차 주춤거리게 되었다. 물론 이 역시 '복지국가Society'등 진보 좌파 인사들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일관되게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라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어쨌든 이명박 정부는 여론의 거센 역풍과 선거 참패를 계기로 지나치게 거칠고, 몰 정치적인 정책 행보가 정 반대로 되어버렸다.  

 단적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은 6월 22일 “민간 의료보험을 활성화한다고 하면 결국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려는 게 아니냐고 국민이 의심을 하기에 실손형 의료보험을 대표로 한 민간의료보험은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세계일보)보도가 나왔다. 동시에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6월 10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 역시 건강보험 민영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당분간 유보하기로 하였다.     영리의료법인 허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 여당은 한발 짝 물러섰다. 7월10일 당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내정자인 전재희 의원은 ”원칙적으론 반대하지만 제주도특별자치도의 경우 현지 주민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며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상영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제주도민들이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원한다면, 복지부로서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영리병원이) 결과가 좋게 나타나고, 다른 지역에서도 허용요구가 있다면 그 때 가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리의료법인 허용 문제에 대해서 뒷짐 지는 자세를 취했다. 이 쯤되면 참여정부 보다 더 수구적이고 좌파적인 행보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영리의료 법인 시범 실시 무산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뒷짐 지기로 인해 영리의료 법인에 대한 추진력은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의지와 제주도민들의 압도적 찬성뿐이게 되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제주도 외국영리의료법인 허용(시범실시) 정책에 대해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한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7월16일 도민여론조사(7월27일까지)를 통해 국내 영리병원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을 공표하고, 그 이튿날 17일에는 全 도에 걸쳐 임시반상회-‘국내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 사실은 이렇습니다’-를 갖고 영리의료법인 찬성 여론몰이를 하였다. 물론 김태환 도지사 측과 정부, 여당, 병원협회, 의사협회 등은 찬성이 너끈히 과반을 넘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7월28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 과반에 이르기는커녕 반대보다도 적었다. 도민 1100명 중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8.2%, 반대는 39.9%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본 김태환 도지사는 "도민의 뜻을 받아들여 영리법인병원 설립은 이번 입법예고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론조사 결과 영리의료법인 도입 반대 이유는 △의료비 급등 37.6% △의료 서비스 양극화 심화 19.1% △민간보험사의 의료시장 독식 14.8% 등 이었고, 찬성 이유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32.6% △지역 경제 활성화 21.4% 등 이었다.     

제주도민들은 70~80년대 반상회를 통해 정부시책을 설명하면 무조건 정부를 믿고 따라주던 우민(愚民)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불신을 받는 정부와 이익단체가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반대 여론이 결집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이례적인 반상회까지 열어가면서 추진한 여론몰이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였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제주도내 진보적인 시민사회 단체도 영리의료법인이 의료 공공성을 헤친다며 결사반대하였다. 

그런 점에서 김태환 도지사 역시 김성이 전 장관, 병원협회, 의사협회처럼 비이성적 공황(恐慌) 상황이 종종 일어나는 의료 정치의 동력학을 잘 몰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한국의 노블레스나 사회적 강자들이 단기적이고 협소한 사익을 몰염치하게 추구한 역사가 각인시킨 불신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잘 몰랐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실시되기 전, 가족 중 한 사람이 큰 병이라도 나면 병원과 의사가 달라는 대로 꼼짝없이 치료비를 내는 바람에 문전옥답 팔고, 집 팔아서 패가망신하고, 병원과 의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엄청나게 돈을 벌던 아픈 기억들이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한국의 대다수 가정이 최소 한 두 개 정도는 민간의료 보험에 드는 것은 이런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여당이 집권의 이유로 표방했던 자유주의/시장주의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해 오던 자유주의/시장주의 보건의료 정책들조차 거센 역풍을 맞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와 보수 우파세력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싸잡아 ‘잃어버린 10년’이라 폄하하면서 참여정부와의 정책적, 이념적 차별성/단절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반면에, 숙성된 자기 대안을 들이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특한 의료정치의 동력학을 감안한, 선후완급(先後緩急)과 경중강약(輕重强弱)이 정확한 정책 행보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애초부터 보건의료복지 관련 철학도 없고, 변칙, 편법 등 얄팍한 사기술이 체질화 되어있고, (당과 유관 부처 여러 개를 컨트롤하는) 정책 컨트롤 타워도 없기 때문에 여론의 역풍이 잦아들고, 보수 이익집단이 풀무질을 해 대면 정권 초기처럼 또 한 번 정반대의 ‘오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처럼 되어버린 左衝右突 左顧右眄 伏地不動 面從腹背 無槪念 政治의 원인을 찾아서 한 층을 더 파고 들어가 보면 이명박 정부와 한국 보수세력의 국정 운영 철학, 전략의 부재, 정책 컨트롤 타워 부재 등 저열한 실력이 나오고, (멜라민 함유량 표시 제안 사건에서 보여주었듯이) 새로운 정보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정관념을 고수하는 정권 실세들의 취약한 학습능력과 노인 뇌 증후군이 나온다. 거기서 또 한 층을 파고 들어가 보면 KBS 신태섭 이사와 정연주 사장 축출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주었듯이 변칙, 편법 등 얄팍한 사기술을 거리낌 없이 구사하여 사익을 탐하는 아프리카 군벌(盜賊政治 집단)을 연상케 하는 취약한 도덕성과 공공성이 나온다. 지난 1년간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면 최소 향후 몇 년간은 대한민국의 지체, 서행, 퇴행은 명약관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식코’ 괴담이 맹위를 떨치고, 외화와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이 지체, 서행, 퇴행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 경중은 같지 않지만, (참여정부의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조차 신자유주의라며 막아온) 자칭 진보 좌파 세력들의 낡은 사고 방식의 책임도 작지는 않다. 싸우면서 서로 닮는다고, 이들은 과거에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이나 헌법적 가치를 부르짖다가 공산주의자로 몰리는 ‘容共조작’을 당했는데, 지금은 시장주의, 자유주의, 상식적 개혁을 신자유주의로 모는 容新(自由主義)조작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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